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창업자가 지난 2011년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의 테슬라 공장에서 신차를 발표하고 있다./로이터 연합뉴스

현대는 기술 전성시대다. IT(정보통신) 기업 애플이 전 세계 시가총액 1위를 차지하고 있고, 10위 내 기업 대부분이 기술과 관련된 기업이다. 인공지능(AI),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신기술이 우리를 새로운 미래로 데려다줄 것이라는 낙관론이 팽배하다. 현재는 매출이 미미한 스타트업이 시장에서 엄청난 가치를 인정받는 것도 언젠가 기술이 상용화돼 막대한 이익을 창출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기술 예측 정확도는 대단히 낮다. 기술 예측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 중 델파이 기법이라는 것이 있다. 미래에 대한 전문가들의 예측을 바탕으로 가장 일반적인 예측을 도출한 다음 다시 전문가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방식이다. 이렇게 도출하는 예측의 정확도는 통상 20~30%다. 이 정도면 예측이나 전망이 아닌 희망 사항으로 봐도 무방할 수준이다. 기술 예측은 왜 이렇게 어려울까?

매년 엄청난 기술이 새로 등장하지만 이 중 살아남는 기술은 극소수다. 이는 기술들이 시장에서 성공하기까지 각각 거쳐야 할 관문이 많기 때문이다. 우선 기술의 콘셉트 자체가 실용성을 띄지 못할 경우 사장(死藏)되기 쉽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돼도 막상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모르는 경우도 많다. 따라서 어떤 기술이 어디에서 쓰임새를 인정받아 살아남을지 예측하기 쉽지 않다.

인류의 역사를 바꾼 증기기관이 좋은 예다. 고대 그리스 수학자 헤론은 기원 후 1세기에 최초의 증기기관인 ‘아에올리스의 공’을 발명했지만 실용성이 없어 그대로 사장됐다. 토머스 뉴커먼이 탄광에서 물을 퍼 올릴 목적으로 1705년에 발명한 증기기관은 펌프로만 60년간 사용됐다. 제임스 와트가 이를 개량하고 나서야 비로소 우리가 아는 방식의 증기기관이 탄생했다.

기술 발전이 선형적으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기술 예측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우리는 과거의 추세와 현재를 바탕으로 미래를 추정하지만, 대부분 기술 발전은 그런 식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가령 충전식 전기차가 처음 등장한 것은 1881년이었다. 당시만 해도 전기차는 가능성과 잠재력을 높게 평가받았다. 하지만 테슬라 모델S라는 제대로 된 상품으로 등장하기까지 무려 131년이 걸렸다.

또한 좋은 기술이 등장하더라도 소비자에게 선택을 받는 건 별개 문제다. 소비자들의 선택은 경로 의존성을 띠는 경향이 있어 신기술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 경우가 흔하다. 소비자들이 잠깐 관심을 가졌다가 변심해 외면하는 경우도 일상적이다.

많은 사람이 기술이 가진 잠재력과 가능성,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낼 미래라는 스토리에 열광한다. 하지만 그 미래는 생각보다 늦게, 그리고 예상한 방식과 다르게 도달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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