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디지털 혁신을 급속도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했다. 팬데믹 이전이 ‘디지털 혁신 1.0′이었다면, 팬데믹을 경험한 지금은 난도가 더 높아진 ‘디지털 혁신 2.0′ 시대에 진입했다. ‘디지털 혁신 2.0′의 키워드는 속도다. 돌다리도 두들기며 건너는 방식의 디지털 혁신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애플이 기업 가치 1조달러를 만드는 데 42년이 걸렸지만 2조달러까지는 단 5개월밖에 걸리지 않았다. 팬데믹은 10년 후의 미래를 1년 만에 현실로 가져다 놓았고 세상의 변화 속도는 10배 이상 빨라졌다.

2016년 세계경제포럼(WEF)에서 디지털 혁신이 화두가 되기 훨씬 전인 2010년 화장품 기업 로레알은 ‘디지털의 해’를 선포하고, 일찌감치 디지털 혁신을 추진했다. 지금은 AI 기반 디지털 피부 진단 서비스 모디페이스를 통해 고객에게 맞춤형 처방 및 3D 가상 메이크업 체험을 제공하고, 자외선이나 습도 등 날씨 변화를 반영해 개인에 특화된 파운데이션·립스틱을 제조할 수 있는 페르소를 출시하는 등 ‘디지털 뷰티 테크 기업’으로서 25년간 화장품 시장의 정상을 지키고 있다.

세계 최대 농기계 생산 기업 존디어는 2014년 세계 곡물 가격 하락으로 위기에 처했지만, 2015년 소프트웨어 기업 DN2K를 인수, 단순 농기계뿐 아니라 센서·드론·자율주행·AI·빅데이터 기술 기반의 ‘농업 디지털 플랫폼 기업’으로 전환해 여전히 독보적인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2016년 소매 금융 디지털 플랫폼 ‘마커스’를 출시, 3년 만에 소매 금융 분야 매출을 4000배 이상 성장시켜 ‘월가의 구글’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이 1등 기업들의 공통점은 모두 2015년 이전에 남들보다 먼저 디지털 혁신을 추진했다는 점이다. 당시엔 얼핏 무모한 시도로 보였지만 실패를 전제로 한 빠른 시도가 주효했던 것이다.

디지털 혁신을 가속하려면 혁신 성과를 돈보다 가치로 판단해야 한다. 비록 단기 성과를 확신하기 어렵더라도 고객이나 직원, 심지어 환경과 지역사회에 필요한 새로운 디지털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판단하면 빠르게 시작하는 과감함이 필요하다.

거의 모든 기업이 디지털 혁신 과정에서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디지털 인재 부족이다. 이는 혁신 속도를 더디게 하는 가장 큰 장애 요인이기도 하다. 골드만삭스에는 페이스북 직원 수만큼의 IT 전문가들이 있으며, 로레알은 직원 3만명 이상에게 디지털 교육을 하고 있다. 디지털 2.0 시대에는 인재 전쟁이 더 치열해질 것이다. 전 직원의 몇 %를 디지털 전문가로 육성할지 구체적인 목표를 세우고, 기술 영역 별로 전문가 확보 목표 인원을 설정해 매월 관리해야 한다.

조승용 커니코리아 대표

디지털 혁신 2.0 시대에는 현업 실무진 1인 혹은 소규모 인원으로 추진하는 ‘작은 디지털 혁신’을 확산시켜야 한다. 싱가포르 최대 통신 기업 싱텔은 직원 2만3000명에게 로봇을 활용하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그 결과 4일간 RPA 교육을 받은 65세 임원이 2주 걸리던 예산 관련 업무를 1분 만에 처리하는 로봇을 개발하기도 했다. 디지털 혁신 2.0 시대, 속도가 빠른 기업만이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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