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 가상 화폐 투자자들 사이에 텅스텐 큐브 열풍이 불고 있다. 새로운 가상 화폐 이름인가 싶지만 말 그대로 금속의 한 종류인 텅스텐으로 만든 정육면체다. 텅스텐은 주로 백열전구 필라멘트에 쓰이는 공업 재료인데, 밀도가 높아 부피가 작아도 무게가 많이 나간다. 가로·세로·높이가 3.8㎝인 큐브 무게가 1㎏, 10㎝짜리 큐브 무게는 19㎏에 달한다.

미국 가상 화폐 투자자들 사이에서 수집 열풍이 불고 있는 텅스텐 큐브. /MTS

이런 묵직함에 끌린 소수의 가상 화폐 업계 관계자들이 텅스텐 큐브를 수집해왔다. 4년째 큐브를 수집해온 코인 매트릭스 닉 카터 공동 설립자는 “가상 화폐나 NFT(Non Fungible Token·대체 불가 토큰)와 같이 경제적 가치는 있지만 무형인 것들을 다루다 보니 (그에 반대되는) 텅스텐 큐브의 밀도와 단단함이 마음에 들었다”고 했다.

극소수 계층의 취미였던 텅스텐 큐브 수집이 열풍으로 바뀐 건 지난달 12일 한 가상 화폐 투자자가 트위터에 장난삼아 ”가상 화폐 투자자 때문에 세계적인 텅스텐 부족 현상이 벌어졌다”는 가짜 뉴스를 올리면서다. 이 게시물이 밈(meme·유행)처럼 퍼지면서 일반인들도 소장용으로 사들이기 시작했다. 1㎏짜리 큐브 가격은 200달러(약 24만원), 19㎏짜리는 3000달러(약 355만원)에 달하지만 아마존 사이트에서 품절 사태를 빚을 만큼 수요가 늘었다. 덕분에 텅스텐 큐브를 제조하는 MTS라는 회사의 10월 매출은 전월 대비 3배 이상 뛰었다. 큐브를 구하려는 이들이 시카고 외곽에 있는 공장까지 직접 찾아가자 회사가 공개적으로 자제를 부탁했을 정도다. 이 회사는 폭발적인 수요에 맞춰 텅스텐 큐브 NFT도 내놓았다. 크기 약 37㎝, 무게 약 900㎏의 초대형 텅스텐 큐브 NFT는 지난 2일 25만달러(약 3억원)에 팔렸다. NFT 소유자는 1년에 한 번 본사에 보관돼 있는 큐브를 보러 방문할 수 있다.

느닷없는 텅스텐 큐브 열풍에 미국 사회도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미 NBC방송은 “가상 화폐 투자자들의 큐브 사랑이 광신도 집단의 행동에 비유되고 있다”면서 “가상 화폐 투자에서 중요하게 작용하는 포모(FOMO·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기인하는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이 열풍을 사회·문화적 현상의 일종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있다. 가상 화폐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의 멜템 드미로스 최고전략책임자(CSO)는 “가상 화폐 투자자 커뮤니티는 비트코인을 밈화해서 결국 전 세계적으로 흥행시켰다”면서 “텅스텐 큐브 역시 다르지 않다. 밈과 커뮤니티의 권력을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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