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 대선 후보가 음식점 총량제를 언급했다가 뜨거운 논란이 됐다. 음식점업 진입이 너무 쉬워 많은 사람들이 폐업하는 만큼, 음식점 총량에 제한을 둬 진입을 어렵게 만드는 제도를 도입해 볼 만하다는 얘기였다.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쏟아지자 후보 진영은 “아이디어 차원이며, 정식 공약으로 채택할 생각은 없다”고 물러섰다.
음식점 총량제의 현실성과 별개로, 많은 예비 자영업자들이 음식점업에 쉽게 뛰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음식점업의 진입 장벽이 낮기 때문이다. 다른 자영업에 비해 까다로운 자격증이나 기술이 요구되지 않고,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도 창업이 가능하다. 그래서 ‘남들만큼만 하면 될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으로 음식점업 창업에 뛰어들었다가 쓴맛을 보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남들만큼’을 목표로 하는 경우 필연적으로 남들보다 뒤처지게 된다. 필 로젠츠바이크 IMD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작은 경쟁력의 차이가 결과에서 어떤 큰 차이를 불러오는지 보여주기 위해 골프를 사례로 다음과 같은 시뮬레이션을 했다. 평균 퍼팅 성공률 30%인 30명으로 구성된 A그룹과, 평균 퍼팅 성공률 33%인 30명으로 구성된 B그룹이 있다고 하자. 각자 20번씩 퍼팅해 가장 우수한 성적을 거둔 한 사람이 우승하는 시합을 할 경우 A그룹과 B그룹에서 우승자가 나올 확률은 각각 얼마나 될까? 두 그룹의 퍼팅 성공률 차이는 겨우 3%포인트에 불과하지만, A그룹에서 우승자가 나올 확률은 19.9%, B그룹에서 우승자가 나올 확률은 55%로 계산됐다. 경쟁적인 상황에서는 아주 작은 차이라도 상대적인 성과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물론 현실에서의 경쟁은 로젠츠바이크의 가상의 시합보다 훨씬 복잡하다. 음식점업을 예로 들자면 각각의 자영업자들이 갖고 있는 자본의 규모, 자영업자의 경영 능력, 기술 등이 모두 다르며 지역 단위로 경쟁의 양상도 다 다르다. 30%와 33%로 정확하게 측정되는 퍼팅 성공률과 달리 자영업의 경쟁 요소들은 매우 복잡하므로 어느 요소가 어느 정도로 경쟁의 우위를 가져오는지 불투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쟁에 필요한 이점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면 경쟁에서 이길 가능성이 급격하게 낮아진다는 점을 부정하기 어렵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들만큼을 목표로 하는 자영업자의 생존율은 어떨까? 남들만큼 하는 게 목표라면 특별한 기술도, 경영 능력도, 자본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경쟁 환경에서 남들보다 더 잘할 수 있는 방법과 가능성을 찾는 데 목표를 두고 전략적으로 행동하지 않는다면 남들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승률은 급격히 낮아질 것이다. 이것이 남들만큼 하는 것을 목표로 하면 오히려 남들보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러므로 도태와 진입이 상시적으로 발생하는 생태계에서는 경쟁자보다 약간이라도 뛰어난 점이 있어야 생존할 수 있다. 이것이 경쟁의 원리다. 자영업을 예로 들었지만 경쟁에 참여하는 개인과 기업 모두에 해당되는 이야기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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