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을 거치면서 가장 폭발적으로 성장한 시장 중 하나는 인터넷 개인 방송이다. 비(非)대면 여파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세대를 막론하고 인터넷 방송을 시청하는 인구가 크게 늘었다. 스트리밍 데이터 전문 분석 기관인 스트림 햇쳇 분석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 세계 인터넷 생방송(live streaming) 시청 시간은 총 90억 시간으로, 팬데믹 초기인 작년 1분기(49억 시간)와 비교해 배 가까이 폭증했다.
미국 아마존의 자회사로 올해 설립 10주년을 맞은 인터넷 생방송 서비스 기업 ‘트위치(Twitch)’는 그 수혜를 입은 가장 대표적인 기업이다. 작년 1분기 31억1400만 시간이던 트위치 이용자들의 총 시청 시간은 팬데믹이 본격화된 2분기 51억 시간을 돌파했다. 3개월 만에 64.3% 성장한 것이다. 올해 1분기에는 63억3700만 시간으로 1년 만에 배 넘게 성장했다. Mint가 화상 인터뷰로 만난 수니타 카우르 트위치 아태지역 총괄 수석부사장은 “작년 트위치에서 스트리밍으로 수익을 창출한 스트리머(방송 진행자) 수가 2019년보다 두 배로 늘었다”며 “스트리머에 지급된 총 수익 금액 역시 두 배 이상 늘었다”고 말했다. 작년 한 해 트위치에서는 매달 700만명 이상의 스트리머가 2600만개의 채널을 통해 영상을 송출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 트위치 총괄 책임자인 카우르 부사장에게 인터넷 방송의 현주소를 물었다.
◇팬데믹으로 커진 일상 콘텐츠
카우르 부사장은 팬데믹을 거치면서 인터넷 방송의 콘텐츠 장르가 다양해졌다고 했다. 그는 “트위치는 그간 게임 콘텐츠 중심이었는데 이제는 토크쇼부터 스포츠, 음악 등 여러 카테고리의 콘텐츠가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트위치의 비(非)게임 콘텐츠가 지난 3년간 4배 성장했다”고 밝혔다. 트위치의 일상 대화 콘텐츠를 일컫는 ‘저스트 채팅(Just Chatting)’이 대표적이다. 스트리밍 시장조사기관 스트림랩스에 따르면, 트위치의 저스트 채팅 콘텐츠는 작년 3분기 5억2200만 시간 시청 기록을 세우면서 트위치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카테고리로 부상했다.
카우르 부사장은 뉴질랜드의 스트리머(트위치 방송 진행자) ‘브록시’를 인터넷 방송 시장에 불어닥친 변화의 상징으로 꼽았다. 와카이로(whakairo)라는 마오리 목각 예술을 하는 이 스트리머는 카메라 앞에서 실시간으로 조각하며 관련 지식과 기술, 역사에 대한 이야기를 시청자들과 나눈다. 카우르 부사장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크리에이터로, 단 5명이던 시청자 수가 두 달도 안 돼 5000명 이상으로 늘어났다”며 “이제는 저신다 아던 뉴질랜드 총리가 재선 운동 시 목각을 배우기 위해 그의 스트리밍을 시청했을 정도로 인기가 높아졌다”고 말했다. 브록시 채널 구독자는 현재 142만명에 달한다.
◇아마존도 배워가는 기술력
유튜브, 페이스북, 아프리카TV 등 인터넷 방송 시장 경쟁은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하지만 스트리밍 생방송 분야에서만큼은 트위치가 계속 전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스트림랩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전 세계 실시간 스트리밍 방송 시장에서 트위치의 시청 시간 점유율은 72.3%로 유튜브(15.6%)를 크게 앞선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실시간 인터넷 방송 시장에서 트위치는 900파운드(약 408kg) 나가는 고릴라와 같다”고 평가했다.
카우르 부사장은 “트위치의 핵심 강점은 고화질과 저(低)지연 서비스를 지원하는 데 있다”며 높은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는 동력으로 경쟁자를 뛰어넘는 기술력을 꼽았다. 스트리밍 방송은 녹화 방송과 달리 실시간으로 막대한 양의 영상 데이터를 전 세계에 끊김 없이 송출해야 하는 만큼 안정적인 서버 운영과 높은 IT(정보통신) 기술력을 요구한다. 전 세계 클라우드(가상서버) 서비스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AWS)을 모기업으로 둔 트위치지만, 카우르 부사장은 “트위치의 스트리밍 기술은 자체 구축한 것”이라며 “이 기술은 ‘아마존IVS’라는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영상 송출 서비스에도 적용되고 있다”고 했다. 클라우드 대기업인 모기업이 오히려 자회사 기술력 덕을 본 것이다. 아마존은 이 기술의 전송 지연 시간이 3초 미만이라고 소개하는데, 이는 TV 방송 송출 지연 시간(7~10초대)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인터넷 방송은 통상 TV 방송보다 지연 시간이 더 길다.
◇스트리머 성공 조건은 꾸준함과 유대
한국 교육부와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진행하는 ‘초·중등 진로교육 현황조사’에서 크리에이터(인터넷 방송 진행자)는 최근 몇 년 새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유망 직업군으로 올라섰다. 작년엔 4위로 가수(8위)보다 순위가 높았다. 카우르 부사장은 스트리머로 성공하는 비결에 대해 “팬들과 소통하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시청자는 자주 볼 수 있으며 일정한 계획을 갖고 방송하는 스트리머를 중심으로 모인다”는 것이다. 따라서 “자주, 그리고 정기적으로 방송하는 것이야말로 가장 기초적이면서 중요한 덕목”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커뮤니티를 구축하려면 소셜 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영화·드라마 등 최근 인기를 끄는 대중문화 콘텐츠를 시청자와 함께 즐기는 등의 활동도 커뮤니티 구축에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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