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chael Scott (he/him/his)’ 요즘 미국 직장인들의 줌 프로필을 보면 이렇게 자신의 이름 뒤에 인칭 대명사(pronoun)를 적어 놓은 경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영어에서는 성별에 따라 인칭 대명사가 she(여성) 또는 he(남성)로 나뉘는데, 생물학적 성별에 따라 인칭 대명사가 정해지는 게 당연하게 여겨져 왔다. 하지만 ‘정치적 올바름’ 열풍이 불면서 생물학적 성별이 아닌 본인이 원하는 성별을 존중해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었다. 가령 생물학적 성은 남성이지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여성이라고 여기는 사람은 ‘he’가 아니라 ‘she’라고 불러주는 게 옳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MZ세대를 중심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인칭 대명사를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기재하는 게 유행처럼 번졌다.
이 과정에서 ‘ze’ ‘xe’ ‘per’ 같은 신종 인칭 대명사도 생겨났다.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이분법적 성 정체성을 거부하는 사람들을 위한 중성(中性) 인칭 대명사들이다. 복수형 인칭 대명사인 they도 중성형으로 종종 쓰인다. 만약 톰이라는 생물학적 남성이 자기 프로필에 ‘ze/zir/zie’라고 적었다면, 톰에 대해 얘기할 때 주격인 he 대신 ze, 목적격인 him 대신 zir, 소유격인 his 대신 zie를 써주는 게 정치적으로 올바른 행동으로 여겨진다.
이런 유행은 기업으로도 번졌다. 넷플릭스는 인사 담당자들에게 지원자와 통화할 때 자기소개와 함께 먼저 선호하는 성별 인칭 대명사를 밝히고 지원자에게도 물어볼 것을 요구하고 있다. 보수적이라고 여겨지는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도 직원들이 스스로 선호하는 성별 인칭 대명사를 고를 수 있도록 했다. 직장인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은 지난 3월 성별 인칭 대명사 표기란을 추가했는데, 지금까지 약 160만명 유저들이 이 칸을 채웠다. 화상회의 프로그램 줌과 업무용 메신저 업체 슬랙도 프로필에 성별 인칭 대명사를 표시할 수 있는 칸을 추가했다. 현재까지 슬랙을 유료 이용 중인 1만6420개의 단체와 기업들이 이 기능을 도입했다고 한다. 미국의 한 상업용 부동산 업체 인사관리팀에서 일하는 A씨는”성별 인칭 대명사 표기는 성별이 이분법적이지 않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그에 대한 사회적 논의를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유행에 대한 반감도 만만치 않다. 뉴욕타임스에 소개된 사연에 따르면, 한 영업직 직원은 회사 방침에 따라 자신의 이메일 서명에 성별 인칭 대명사를 추가했다가 고객으로부터 “불필요한 성별 인칭 대명사 표기 때문에 (당신 회사에 대한) 관심이 식었다”는 항의 메일을 받았다. 그는 “이메일 서명 하나로 성소수자 고객의 흥미를 얻긴 힘들지만, (정치적 올바름에 반감을 가진) 다른 여러 고객들의 흥미를 잃기는 쉽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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