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팔리고 있는 공기 활성기의 실체’라는 게시물이 최근 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됐다. 한 일본 네티즌의 어머니가 ‘전기 진동으로 공기를 활성화한다’는 말을 믿고 2만엔을 주고 기계를 샀는데, 미심쩍어 분해해 보니 조개 껍데기만 가득한 엉터리 물건이었다는 내용이다. 국내에서도 게르마늄 팔찌나 은나노 같은 제품이 혈액순환 개선 등 작용을 한다며 날개 돋친 듯 팔렸다가 효능이 과장되거나 심지어 유해하다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소비자들은 왜 이렇게 의미 없는 상품에 자꾸 돈을 쓰게 되는 것일까.
그 힌트를 더닝-크루거 효과에서 찾을 수 있다. 능력 없는 사람이 자신의 실력을 실제보다 과대평가하는 현상을 말한다. 학생들에게 자신의 성적을 스스로 평가하게 했더니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은 실제보다 높게, 실력이 뛰어난 학생은 실제보다 낮게 자기 점수를 매기더라는 실험에서 유래했다. 그런데 더닝과 크루거의 논문에는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중요한 내용이 하나 더 있다.
실력이 뛰어난 학생에게 타인의 답안지를 보여줄 경우, 남들이 자신만큼 알진 못한다는 걸 깨닫기에 이들은 더 이상 스스로를 과소평가하지 않게 된다. 그런데 실력이 떨어지는 학생에겐 타인의 답안지를 보여줘도 별 효과가 발생하지 않는다. 애초에 뭐가 답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이 처한 상황이 이와 비슷하다. 소비자들은 대부분 분야에서 비전문가일 수밖에 없고, 요즘 쏟아져 나오는 첨단 기술로 무장한 제품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이런 소비자들이 제품에 대해 그럴듯한 정보를 들었을 때 과연 무엇으로 이 정보의 진위를 판별할까? 실험이 보여주듯, 소비자들은 쉽사리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지 않는다. 대신 여기서 나심 탈레브가 말한 ‘내러티브 오류’가 작동한다. 진짜와 가짜 정보를 판별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럴듯한 논리 구조를 갖춘 이야기를 믿을 만한 것으로 추정하고 받아들이는 경향이다.
‘비비고 만두가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만두의 기본에 충실했기 때문이다’는 문장을 읽어 보자. 이 문장을 읽으면서 꽤 설득력 있다며 고개를 끄덕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문장에는 사실 아무런 정보가 없다. ‘기본’에 대한 정의가 없기 때문에 그 기본이 뭔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원인과 결과라는 이야기 구조에 따라 ‘기본에 충실’과 ‘성공’이라는 단어를 배치해 그럴듯하게 만든 논리적인 문장일 뿐이다. 실제 비비고의 성공 요인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우리가 가치가 없거나 낮은 물건에 자꾸 쓸데없이 돈을 지불할 때도 비슷한 인지 구조가 작동한다. 그저 논리 구조를 갖춰서 말만 되면 효과가 있다고 받아들이고 지갑을 여는 것이다. 결국 현명한 소비자가 되려면 자신의 무지를 인정하는 게 첫걸음이다. ‘내가 듣기에 말이 되는 것’과 제품의 효능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도 유념하자. 물건을 파는 기업에 비해 정보는 적지만, 소비자에게는 ‘판단을 미루고 구매하지 않는다’는 좋은 선택지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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