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내 초년생 시절을 보는 것 같아 마냥 웃을 수만은 없네요.’
‘저는 지금도 프레젠테이션하며 덜덜 떱니다.’
최근 소셜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인턴 기자’ 영상에 달린 댓글들이다. ‘인턴 기자’는 OTT(온라인 영상 제공 서비스) 업체 쿠팡플레이가 공개한 코미디 프로그램 SNL코리아의 코너 중 하나. 취재 현장에서 앵커와 대화를 나누는 인턴 기자가 떨리는 목소리로 안절부절못하는 연기를 실감나게 펼친다. 인턴 기자는 사안을 잘 몰라 기가 죽으면서도 티를 내지 않으려 애쓰지만 리포트는 갈수록 어색해진다. 손을 잠시도 가만있지 못하고, 떨리는 목소리로 울먹이더니 결국 막무가내로 자리를 뜬다.
이 코너는 첫 회가 공개된 지 3주 만에 조회수 540만회를 돌파했고 4회까지 총 조회 수는 6일 현재 1200만회를 넘어섰다. 사회 초년생이라면 누구나 겪었을 법한 인턴 기자의 ‘발표 공포증’이 20대 대학생부터 중장년 직장인까지 폭넓은 공감을 얻은 덕이다.
지난 2015년 취업 포털 커리어가 직장인 38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무려 97.9%가 ‘많은 사람 앞에서 발표하기 전 극심한 불안을 느낀 적이 있다’고 답했다. 2016년 잡코리아 조사(1005명 대상)에서도 94.7%가 ‘스피치가 두렵다’고 했다. 유튜브 검색창엔 ‘발표’까지만 쳐도 ‘발표 잘하는 법’ ‘발표할 때 떨지 않는 법’ 등이 자동으로 뜬다.
어떻게 하면 ‘인턴 기자’ 같은 실수를 하지 않고 대중 앞에서 내 말을 잘 전달할 수 있을까. Mint가 전문가들의 말을 종합해 정리해 봤다.
◇딱딱할 땐 ‘대본’, 편한 자리는 ‘키워드’
영상에서 ‘인턴 기자’는 앵커의 돌발 질문에 제대로 답을 못 하고 우물거리다 “취재 안 했느냐”고 혼난 뒤 울며 사라진다. 준비 부족과 대본 완성 미숙이 겹친 참사다.
이런 참사를 막기 위한 전문가들의 가장 보편적인 조언은 ‘충실한 내용으로 대본을 상세히 써서 대비하라’는 것이다. 임기응변할 일을 줄여 긴장감을 낮출 수 있다. 강조하거나 여유를 둘 타이밍, 스몰 토크(운을 띄우는 가벼운 주제의 이야기)의 시점 등 행동 요령과 예상 문답까지 상세히 적어 놓으면 더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직업 포털 사이트 알바천국은 “발표 공포증은 ‘실수하면 어쩌지? 할 말을 잊으면 어쩌지?’ 같은 불안감에서 기인한다. 대본에 공을 들이면 ‘믿는 구석’이 생기는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대본을 적어 달달 암기하는 게 언제나 능사는 아니다. 딱딱한 문체의 대본은 자연스러운 발표에 도움이 되지 않고, 청자와의 소통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다. 자칫 긴장으로 머릿속이 하얘져 대본을 잊기라도 하면 더 큰 ‘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상황에 따라 발표를 준비하는 법도 달라져야 한다.
스피치 컨설팅 전문가인 복주환 생각정리클래스 대표는 “목적과 상황에 따라 적용 방법이 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예컨대 고위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보고형 발표라면, 문어체 대본으로 연습하는 게 좋다. 복 대표는 “공적인 성향이 강할수록 말에 신뢰가 필요하고 긴장감 있는 발표가 좋다”고 했다.
반면 좀 더 편안한 분위기로 말해야 하는 경우, 대본 대신 ‘키워드’를 추천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준비한 내용을 키워드로 요약했다가 역으로 풀어서 설명하듯 말하라는 것이다. 이는 프레젠테이션 슬라이드 구성 시에도 적용된다. 애플의 전설적인 마케터 가이 가와사키(Guy Kawasaki)는 슬라이드에 단 한 단어만 썼던 스티브 잡스의 예를 들며 “슬라이드에 단어를 크게, 몇 개만 적으면 청중이 당신의 아이디어를 더 주의 깊게 듣는다”고 했다.
◇”급할 땐 자문자답법, 떨릴 땐 앞뒤 짝다리”
‘대본형’이든 ‘키워드형’이든 반복 연습이 중요하다. 한국스피치리더십개발원 권재안 이사장은 “가족, 친구, 지인, 사회 동료 등 대상을 넓혀가며 단계적으로 훈련하는 게 긴장을 떨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했다. 서서히 두려움을 없애라는 것이다. 연습할 시간이 거의 없는 긴박한 순간에 발표 미션이 떨어지면 어떻게 해야 할까. 복주환 대표는 ‘자문자답’을 응급 대처법으로 소개했다. “내가 왜 이 자리에 왔는지, 나를 부른 사람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등을 질문하고 소리 내어 답을 해보면서 발표 내용을 정리하라”고 했다.
아무리 준비가 완벽하다고 해도 발표를 시작한 뒤에 변수가 닥치면 난감해질 때가 많다. 이럴 땐 자세와 움직임을 통해 상황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박승주 B&I 컨설팅 대표는 조언한다. 예를 들어 무대에 오른 뒤 급격히 긴장감이 상승하고 목소리가 떨리는 경우 ‘앞뒤 짝다리 짚기’가 효과적이라고 한다. 박 대표는 “다리를 앞뒤로 하고 한쪽에 힘을 실은 채 서면 몸이 덜 떨리고 목소리 떨림도 줄어든다. 보통 짝다리는 금기시되지만, 이 자세는 건방져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두 다리의 좌우 간격은 어깨너비, 앞뒤 간격은 반 보 정도가 좋다.
실수를 했거나 말문이 막혔을 경우엔 선 자리에서 몇 걸음 이동하며 재정비 시간을 갖는 것도 그가 제시하는 팁이다. 청자에게 질문하며 시간을 버는 것과 같은 원리다. 손은 앞으로 깍지를 껴서도, 뒷짐을 져서도 안 된다. 전자는 불안해 보이고 후자는 무성의해 보이기 때문이다. 기상 캐스터처럼 배꼽 근처에 두거나 아예 적극적으로 휘두르는 것도 방법이다.
Newsletter 구독하기 ☞ 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