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애틀랜타에 사는 A씨는 재택근무 이후 투잡을 시작해 보험 회사와 통신 회사를 동시에 다닌다. 노트북 여러 대를 업무별로 구분해 사용하고, 최근에는 겹치는 회의에 대신 참석해줄 개인 어시스턴트도 고용했다. 그는 “우수 직원이 될 생각은 없다”면서 “각 직장에서 해고당하지 않을 만큼만 일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재택근무가 보편화하자 미국에서는 회사 시야에서 벗어나 ‘투잡’ 뛰는 직장인이 늘고 있다. 연봉이 과거만큼 가파르게 오르지 않고 구조 조정이 빈번해지면서 “열심히 일해도 돌아오는 것은 없다”는 심리가 강해진 것도 한몫했다. 재택근무 투잡족들은 한 직장에서 승진을 노리기보다 업무 시간을 반으로 쪼개 두 직장에서 적당히 일하며 소득을 늘리는 것을 선호한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재택근무로 업무 부담이 늘어 과로하는 직장인도 있지만 몇몇은 아예 손을 놓아버렸다”고 전했다.
‘퇴근 후 투잡’도 아닌 ‘근무 중 투잡’이라니 고용주들은 황당할 노릇이다. 미국 케이프 코드의 한 IT 기업 과장 크리스 한센은 어느 신입 직원의 회의 결석이 잦고 업무 성과가 낮아 추궁해보니 이 직원이 기존 직장에 여전히 재직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는 “화가 났지만 해고한다면 그 빈자리는 내가 채워야 하기 때문에 묻고 넘어가기로 했다”면서 “더 이상 직원들에게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4월에는 투잡족들을 위한 인터넷 커뮤니티도 개설됐다. ‘오버임플로이드(overemployed)’라는 사이트에는 세금 처리하는 방법부터 이력서 관리하는 방법까지 다양한 정보가 올라와 있다. 커뮤니티 회원들은 온라인 음성 채팅 앱 디스코드에서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기도 하는데 현재 5560명 넘는 사람이 대화 채널에 참여 중이다. 5년 차 소프트웨어 개발자 B씨(27)는 “(투잡으로) 지난 1년 동안 7만달러(약 8200만원) 이상을 저축했다. 이대로라면 일찍 은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국 역시 신종 코로나 이후 투잡족이 역대급으로 늘었지만 미국과 다르게 아직은 ‘부업’ 개념이 강하다. 알바몬과 재능 거래 플랫폼 긱몬이 3일 직장인 132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2.3%는 부업을 하고 있다고 밝혔고, 68.8%는 부업할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특히 20대와 30대 MZ세대 직장인은 N잡러(여러 직업을 가진 사람)를 희망하는 이유로 ‘하고 싶은 일이 많아서’(49.2%), ‘자기 만족을 위해’(38.6%)를 주로 꼽았다. ‘생계형’ 부업 못지않게 자기 계발 또는 자아실현을 위해 투잡의 세계에 뛰어드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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