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은 지난달 ‘잭슨홀 미팅’(경제정책 심포지엄)에서 전체 연설의 40%를 “현재의 인플레이션은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하지만 파월 의장의 주장과 배치되는 근거가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이 중 하나가 이른바 ‘그린플레이션(greenflation)’이다. 친환경(green)에 대한 압박이 직간접적으로 소비자와 기업의 비용 인상 효과를 일으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 로이터통신은 “올해 물가 상승의 큰 원인 중 하나가 친환경 체제로의 전환”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끌어올린 친환경 정책의 역설

그린플레이션의 ‘역설(paradox)’은 기후변화 대응에 최선을 다할수록 전반적 비용이 상승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이다. 친환경 정책의 핵심은 탄소를 많이 배출하는 산업에 대한 규제다. 이는 구리와 철, 알루미늄 등 필수 원자재를 생산하는 광산이나 제련소 등의 운영을 어렵게 만들어 결국 생산(공급) 감소를 초래했다. 한편으로 친환경 정책이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 발전을 장려하면서, 발전 설비를 만들기 위한 금속 원자재 수요는 급증했다. 구리의 경우,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 설비에 들어가는 양이 화석연료 발전 설비보다 최대 6배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원자재 수요는 늘고, 공급량은 줄면서 가격이 급등하는 구조다.

급등하는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

실제로 구리와 알루미늄 가격은 작년 초 저점 이후 각각 100%, 75% 이상 올랐고 계속 강세를 보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루치르 샤르마 투자관리부문 대표가 “최근 성장 모멘텀이 꺾이는 조짐에도 산업용 금속만큼은 상승세가 이어졌다”며 관련 투자를 추천할 정도다. 그러나 이는 기업들의 매출과 실적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국 인테리어·건축 자재 소매업체 ‘홈디포’의 경우, 지난 1분기 매출(동일 매장 기준)이 전년 대비 31%나 증가했지만, 주요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총 이윤은 오히려 0.35%포인트 하락했다. 미국 식품기업 ‘콘아그라’는 최근 “원자재 및 포장 비용이 이익을 크게 해치고 있다”면서 “내년 말까지 문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a)는 최근 “미국 S&P500과 유럽 STOXX 600 지수에 속한 우량 기업들의 지난 2분기 실적 발표를 분석해보니, ‘인플레이션’ 언급 횟수가 전년 대비 각각 1000%, 400%나 늘어났다”고도 했다.

◇“친환경 비용 전가 가능한 기업에 투자”

그린플레이션 문제의 해결은 쉽지 않아 보인다. 우선 공급 문제를 풀기가 어렵다.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공급자들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친환경 규제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트렌드를 의식해 원자재 생산 투자를 늘리지 않는 기업이 많다. 영국 자산운용사 ‘맨 그룹’의 스티븐 데스마이터 책임투자 총괄은 “예컨대 유가 급등세에도 오일 메이저(주요 생산기업)들은 신재생 에너지 전환에 집중하면서 석유 탐사 및 설비투자는 줄이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선진국 중심으로 이뤄지던 친환경 규제가 최근 신흥국까지 확산되면서 이런 경향은 심화하고 있다.

기업들이 탄소 배출권 구매에 막대한 비용을 투입하는 것도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비용이 시차를 두고 최종 생산품의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영국 ‘로열런던애셋매니지먼트(RLAM)’의 피터 루터 주식책임자는 “투자 유망 기업을 고를 때, 제조원가 상승을 소비자에게 떠넘겨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기업인지를 잘 봐야 한다”고 했다. 이는 결국 투자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경기 회복 및 친환경 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며 유망 투자처로 금[金]을 비롯한 원자재, 물가연동국채(TIPS), 단기 회사채 등을 꼽고, 채권과 성장주는 피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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