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대유행(팬데믹)은 소비 시장의 중심이 대면(오프라인) 쇼핑에서 비대면(온라인) 쇼핑으로 완전히 넘어가는 계기로 인식됐다. 유서 깊은 미국의 백화점 브랜드 니만 마커스, JC페니, 로드 앤드 테일러 등은 손실을 감당치 못해 파산을 선택했다. 메이시스와 노드스트롬은 오프라인 매장 수를 줄이고, 일부 매장은 온라인 쇼핑을 위한 물류 창고로 바꿨다. 월마트와 이케아, 타깃 등 오프라인 유통 공룡들도 온라인 채널 강화로 변화에 대응했다.

하지만 올해 2분기부터 분위기가 역전되는 기미가 보이고 있다. 백신 보급으로 외출이 자유로워지고, 쇼핑객들이 다시 오프라인 매장을 찾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매출 성장세 둔화가 이런 변화를 방증(傍證)한다. 아마존의 지난 2분기 매출은 2018년 1분기 이후 처음으로 시장 전망치를 밑돌았다. 같은 기간 월마트 인터넷 쇼핑 매출 증가율도 6%로 뚝 떨어졌다. 작년 2분기에는 이 수치가 97%에 달했다. 이에 따라 유통 시장에선 지난해와 정반대 현상이 보인다. 바로 온라인 쇼핑 업체들의 오프라인 매장 진출이다.

지난 6월 구글이 미국 뉴욕 첼시에 문을 연 첫 오프라인 매장 ‘구글 스토어’에서 고객들이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UPI연합

◇‘대면 시장’도 노리는 인터넷 쇼핑

이번에도 아마존이 앞장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아마존이 캘리포니아와 오하이오주(州)에 백화점 형태의 대형 소매점을 낼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매장은 약 2787㎡(약 843평) 규모로, 기존 백화점(약 9290㎡)의 3분의 1 수준이 될 전망이다. 아마존은 백화점처럼 의류, 생활용품, 전자제품 등을 이 매장에서 판매하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소비자들에게 아직 친숙하지 않은 아마존의 PB(자사 상표) 상품을 대거 판매할 가능성이 크다. 백화점에서 만나볼 수 있었던 명품 브랜드도 입점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은 그동안 끊임없이 대면 쇼핑 시장을 탐색해왔다. 2015년 오프라인 서점인 ‘아마존 북스토어’를 연 데 이어, 2017년에는 식료품 체인인 ‘홀푸즈마켓’을 인수했다. 아마존 온라인 사이트에서 소비자들에게 별 4개 이상의 높은 후기를 받은 상품을 판매하는 소규모 매장인 ‘아마존 포스타’도 미 전역에서 30곳 운영 중이다. 아마존은 LA와 마이애미 등에 추가로 5개의 아마존 포스타 개점을 준비 중이다. 소매업 시장조사 업체 글로벌 데이터의 닐 손더스 이사는 BBC에 “아마존은 소매업의 미래가 ‘멀티채널(multi-channel·상품을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판매하는 것)’에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며 “소비자 대부분은 앞으로도 오프라인과 온라인 상점을 결합해 쇼핑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이마케터, 아마존

지난 6월에는 구글이 뉴욕에 ‘구글 스토어’를 열었다. 이 회사의 첫 오프라인 소매점이다.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매장 83개를 닫은 것과 대조적인 행보다. 구글은 이 매장에서 픽셀폰과 웨어러블 기기인 핏비트, 노트북인 픽셀북, 스마트홈 기기 등을 판매한다. CNBC는 “그동안 웹사이트와 다른 소매점 판매에 의존해온 구글이 애플처럼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한다는 의미”라고 했다.

전 세계에서 전자상거래 매출이 가장 많은 중국에서도 오프라인 시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는 지난해 10월 ‘중국판 월마트’라는 ‘선아트리테일’의 지분 72%를 인수해 자회사로 편입했다. 선아트리테일은 중국 전역에서 대형 수퍼마켓 480여 곳을 운영 중이다. 알리바바가 운영하는 신선 식품 매장 ‘허마셴성’도 중국 전역에 230여 곳에 달한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인 징둥닷컴 역시 ‘세븐프레시’라는 신선 식품 매장을 운영 중이고, 텐센트와 함께 중국 최대 신선 식품 매장인 ‘영휘마트(永輝超市)’에 투자했다.

◇”五感 통한 매장 경험 여전히 중요”

인터넷 쇼핑 공룡들이 오프라인 시장에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전문가들은 “여전히 매장에서 경험한 것을 중시하는 소비자가 많다는 점”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온라인 비대면 쇼핑의 규모가 급성장했지만, 아직 오프라인 대면 쇼핑의 5분의 1규모에 불과하다. 시장조사 업체 이마케터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자상거래 매출은 4조2800억달러(약 5001조원)로 전체 소매 판매의 18%를 차지했다. 전년(13.6%)보다는 4.4%포인트 늘어난 수치다.

텍사스 A&M 대학 소매연구센터의 벤카테시 샹카 교수는 CNN에 “온라인은 생필품 반복 구매를 위해 편리하고 효율적인 채널이지만, 진짜 (소비자에게 먹히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다면 물리적 상점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했다. 마크 코언 컬럼비아 경영대 소매학과장도 “전자상거래를 통해 쇼핑할 수 없거나, 이를 원하지 않는 고객을 공략해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의도가 있다고 본다”며 “제품을 만지고 느끼고 싶어 하는 고객이 여전히 많으며, 물리적 상점은 온라인 쇼핑보다 충동구매를 유도하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했다.

오프라인 매장이 온라인 판매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는 “아마존이 백화점에서 더 많은 고객 데이터를 수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특정 상품에서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 매장에서 어떤 공간을 주로 찾는지, 구매 결정 전 어떤 상품을 살펴보는지 등의 정보를 수집해 온라인에서 더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라스트 마일(배송 마지막 단계) 허브’로 기능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투자 자문 회사 SSA앤드컴퍼니의 매슈 카츠 파트너는 CNN에 “인구 밀도는 높지만, 물류 센터가 없는 도심에 있는 오프라인 매장들은 물건을 판매하는 동시에 물류 센터 구실을 해 당일 배송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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