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國富)펀드는 중동의 ‘오일(oil)머니’가 시초입니다. 그래서인지 자국 통화가 아닌 외화(주로 달러화)로 해외에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사태 이후 국부펀드들이 달라졌습니다. 자국 기업에 투자하거나 정부 재정을 지원하는 역할에 적극 뛰어듭니다.
전 세계적 경제 봉쇄 조치로 국가 경제가 큰 위기에 빠지자, ‘고수익’이라는 펀드 고유의 속성보다 ‘국익(國益)’이라는 대의명분에 힘이 실리기 시작한 것이죠. 국가 경제 부흥이 목적인 ‘개발형 펀드’는 물론, 국가의 부(富)를 미래 세대에 안정적으로 이전시키기 위한 ‘저축형 펀드’들까지 이 흐름에 동참했습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는데, 한가하게 무슨 ‘미래’ 얘기냐”는 논리가 먹혀들어간 듯합니다.
문득 제 ‘저축성연금보험’ 통장이 떠올랐습니다. 매달 월급의 일부를 떼어 차곡차곡 쌓아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목돈이 필요할 때면 자꾸 거기에 손을 대고 싶어집니다. 요즘 같은 ‘대출 품귀’ 시대일수록 연금 상품에 묶인 돈은 무척 아쉽습니다.
국부펀드의 역할론을 둘러싼 이견(異見)도 결국 이러한 고민과 비슷해 보입니다. ‘나중에 더 큰 위기가 닥쳤을 때를 위해 참을 것인지’ 아니면 ‘나중 일은 그때 가서 생각하고 당장 급한 불을 끌 것인지’에 대한 서로 다른 가치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진정한 국익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은 사람마다 다를 테니까요. 어떤 선택이 “100% 옳다”고 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하지만 정당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정부가 국부펀드를 마음대로 끌어다 쓴다면 분명 잘못된 것입니다. 미래 세대를 위한다며 지구온난화를 막는 투자에는 소홀한 것도 국부펀드가 해결해야 할 모순점입니다. 세상에 ‘나쁜 국부펀드’는 없습니다. 국부펀드를 나쁘게 쓰는 ‘정부’가 있을 뿐이죠. 국부펀드가 인류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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