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화학회사 미쓰비시화학은 지난 4월 새 최고경영자(CEO)로 벨기에 출신의 장-마크 질송(Gilson)을 임명했다. 이 회사의 90년 역사상 첫 외국인 CEO다. 미중 무역 분쟁과 신종 코로나 사태 등으로 지난해 2분기 매출이 86% 급감한 상황에서 구원투수를 영입한 셈이다. 질송 CEO는 미국 화학회사 다우코닝에서 20년간 일했고, 2014년부터 프랑스의 식품·의약품 원료회사 로케트(Roquette) CEO로 일한 전문경영인이다.

미쓰비시화학 첫 외국인 CEO(최고경영자)가 된 장-마르크 질송(왼쪽)과 일본 기업의 외국인 CEO 중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히는 크리스토프 웨버 다케다제약 CEO.미쓰비시화학·다케다제약

폐쇄적이고 보수적인 것으로 유명한 일본 기업들이 최근 외국인 경영자 모시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일본 경제지 닛케이아시아는 “일본 정부가 (일본 기업의) 외국인 임원 수를 2030년까지 현재의 두 배로 늘릴 계획이다”라고 보도했다. 경영자 비자를 받고 일본에 체류하는 외국인은 2019년 기준 9만5000명 정도다. 향후 10년간 이를 두 배로 만든다는 것이다. NTT, 소프트뱅크, 다케다 제약 등 유수 기업들도 최근 몇 년간 이사진에 외국인과 여성을 새로 합류시켰다.

1996년 자동차 회사 마쓰다가 포드 출신의 헨리 월러스를 사장으로 영입한 것을 시작으로 일본 기업의 외국인 경영자 영입은 꾸준히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해 성공하지 못했다. 일부는 참혹한 결말로 이어졌다. 하워드 스트링어 전 소니 회장은 대규모 적자로 불명예 퇴진했고, 마이클 우드퍼드 전 올림푸스 CEO는 분식회계를 폭로하고 5개월 만에 해임됐다. 카를로스 곤 전 르노·닛산·미쓰비시 회장은 탈세와 횡령 혐의로 체포됐다가 일본을 탈출했다. 2015년부터 다케다 제약을 이끌고 있는 크리스토프 웨버 CEO가 외국인으로서 드문 성공 사례로 꼽힌다.

그럼에도 ‘주식회사 일본’이 외국인 경영자 영입에 공을 들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글로벌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고, 지배 구조를 개선하며,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책이란 해석이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말단 사원부터 시작해 CEO까지 승진하는 순혈주의를 고집해온 탓에 의사 결정이 늦고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장-마크 질송을 자신의 후임으로 정한 오치 히토시 전 미쓰비시화학 CEO는 “회사가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고 지속 가능성 목표를 충족하려면 새로운 방식의 경영이 요구된다”며 “우리가 알고 있던 형태의 세계화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다변화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WeeklyBIZ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