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근무지에 따라 직원 급여를 차등 지급하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사실상 회사에 출근하지 않는 직원들의 월급을 깎는 내용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실리콘밸리 기술 기업과 월스트리트의 금융회사 등 한때 재택근무에 앞장섰던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구글은 최근 직원이 영구적인 재택근무를 선택할 경우 근무지가 어디인지에 따라 급여가 달라지는 새 임금 체계를 개발 중이다. 구글이 지난 6월 새로 내놓은 급여 계산기에 따르면 샌프란시스코 근무자가 샌프란시스코가 아닌 도시에서 재택근무를 할 경우 최대 25%까지 급여가 삭감된다. 주소를 옮기지 않고 인근 주나 도시에서 장거리 출퇴근을 하던 직원 역시 재택근무를 선택하면 급여 삭감 대상이 됐다. 시애틀의 한 구글 직원은 로이터통신에 “재택근무를 하려 했더니 급여가 10%나 깎이는 걸로 나와 계속 사무실로 출근하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올해 초부터 생활비가 저렴한 지역으로 이주한 원격 근로자의 급여를 삭감하는 정책을 도입했다. 대부분 실리콘밸리의 본사로 출퇴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재택근무를 하는 직원들이다. 이를 놓고 신종 코로나 백신 보급으로 사무실 출근이 가능해졌는데도 재택근무를 고집하는 직원들에게 불이익을 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른바 ‘비대면 시대’를 여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한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대면 근무에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 역설이 벌어지는 것이다.
뉴욕 월스트리트의 대형 은행들도 유사한 정책 도입을 고려 중이다. 모건스탠리 제임스 고먼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뉴욕의 급여를 받고 싶다면 콜로라도가 아닌 뉴욕에서 일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대부분의 대형 은행이 영구 재택근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것과 일맥상통한다. 골드만삭스의 데이비드 솔로몬 CEO는 “재택 근무는 ‘뉴 노멀(new normal)’이 아닌 ‘일탈(deviation)’”이라고 했다.
일부 전문가는 재택근무자에 대한 임금 차별에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고용 관련 전문 로펌 CM머레이의 엠 바틀렛 변호사는 영국 BBC에 “직원 입장에서 같은 일을 하는데 (근무지를 이유로) 급여를 적게 받으면 사기가 저하된다”며 “특히 보육 때문에 재택근무를 하는 여성에게 임금을 차등 지급하면 결국 성별 임금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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