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이 오르면서 너도나도 내 집 장만에 관심이 많지만, 낮은 신용 등급이나 부족한 소득 때문에 주택 담보대출(모기지)을 받을 수 없는 사람이 흔하다. 미국에선 최근 이런 이들에게 대안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등장했다. 2018년 뉴욕에 설립된 ‘랜디스(Landis) 테크놀로지’란 회사다.

이 회사는 고객이 원하는 주택을 대신 사들인 다음 같은 고객에게 임대를 내준다. 이후 1~2년간 고객의 ‘금융 코치’가 돼 신용·재정 상태를 개선토록 돕는다. 시간이 지나 고객이 살 능력을 갖추면 집을 판다. 랜디스는 “고객의 자료를 심층 분석해 ‘선(先)임대, 후(後)판매’가 가능한 사람인지 판단한다”고 설명한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대표 벤처 투자사인 ‘세쿼이아캐피털’과 힙합계의 거물 제이지(Jay-Z), 할리우드 스타 윌 스미스 등이 랜디스에 거액을 투자했다. 이처럼 IT(정보 기술)를 활용해 부동산 관련 사업을 하는 기업을 ‘프롭테크(proptech)’라고 한다. 부동산(property)에 기술(tech)을 합친 말이다.

자료=한국프롭테크포럼

◇숨 가쁘게 진화하는 프롭테크

집값 급등으로 부동산 투자 수요가 급증하면서 프롭테크는 가파른 성장세다. 양적 성장에 더해 최근에는 랜디스처럼 기발한 아이디어를 펼치는 기업이 늘고, AI(인공지능)와 VR·AR(가상·증강현실),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이 접목되면서 프롭테크는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단순 중개 기능에 더해 부동산 감정과 매매, 임대, 대출 등 부동산 관련 온갖 문제를 온라인에서 한 방에 해결해주는 서비스들이 등장했다. 대표적 업체가 미국 프롭테크 업계 1위인 ‘질로(Zillow)’다. 빅데이터와 AI 기술을 이용해 주택별 적정 매매가와 임대료, 중개 수수료 등을 산정하고 가격 추이 데이터를 제공한다. 질로 안에서 수십 금융기관의 모기지 상품을 비교하며 대출도 받을 수 있다. 앱 안에는 3차원(3D)으로 집을 둘러볼 수 있는 기능(홈투어)도 있다. 현재 질로의 시가총액은 30조원에 달한다.

질로와 함께 프롭테크 ‘삼대장’이라고 하는 오픈도어(Opendoor)와 레드핀(Redfin)은 주택을 매입해 수리 후 재매각하는 ‘iBuying(아이바잉)’이라는 서비스로 세를 불리고 있다. 아이바잉은 가격 결정 알고리즘으로 자동 산출된 가격을 매도자에게 제시하고 매입한 뒤, 수선 등을 거쳐 홈페이지를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밖에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 걱정 없는 ‘분산형 부동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 임브렉스(Imbrex), 상업용 부동산 임대차 관리 소프트웨어 및 플랫폼을 제공하는 VTS 등도 시장의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 업계와 갈등…각종 규제 극복해야”

IT(정보 기술) 강국이자, 지난 4년 새 부동산 가격이 급등한 한국에서도 프롭테크 서비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유니콘(기업 가치 1조원 이상의 스타트업) 반열에 올라선 ‘직방’은 최근 ‘3D 단지 투어’와 ‘메타버스(3차원 가상 세계) 모델하우스’를 선보였고, 업계 2위 ‘다방’은 블록체인 기술을 도입한 전자 계약 서비스를 출시했다. AI·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 맞춤형 부동산을 추천해주는 ‘다윈중개’라는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국프롭테크포럼에 따르면 AI, 빅데이터, XR(확장현실·AR과 VR을 고도화한 기술), 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을 적용한 스타트업(62곳)이 전체(275곳)의 22.5%에 달한다. 그만큼 국내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첨단 기술이 사업화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업체들의 출현이 부동산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중개료 인하 경쟁으로 이어질 조짐이 보이면서 기존 부동산 업계의 반발이 점점 가시화하고 있다. 더불어 업태 간 시너지를 막는 칸막이식 규제에 따른 어려움도 적지 않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국내에선 주택 임대 관리업, 중개업, 감정평가업 겸업을 허용하지 않아 다양한 결합 서비스 개발이 막혀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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