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MSCI라는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최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한 4억9818만달러(약 5756억원) 매출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매출 성장세보다 더 놀라운 건 이익 규모다. 이 회사가 2분기에 벌어들인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9.7% 증가한 2억5750만달러. 영업 이익률이 무려 51.7%다.

이 회사의 대표 상품은 지수(指數·index)다. 펀드 투자자라면 한 번쯤 들어봤을 ‘MSCI 신흥국 지수’를 만드는 것도, 매년 한국을 ‘선진국 지수’에 편입시키느냐 마느냐로 애를 먹이는 것도 이 회사다. MSCI 같은 기업을 지수 사업자(index provider)라고 하는데, 요즘 막대한 이익과 영향력을 자랑하며 황금기를 구가 중이다. 이들은 어떻게 지수를 만들고, 어떻게 돈을 버는 것인지 Mint가 알아봤다.

그래픽= 김의균

◇금융 위기 이후 급성장한 지수 사업

최초의 주가지수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언론인 찰스 다우가 20여 종목의 주가를 묶어 만들었다. 지금도 널리 쓰이는 다우존스산업평균(DJIA) 지수다. 이후 많은 주가지수가 나왔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전에는 주로 주식시장의 흐름을 파악하는 정보 제공 목적으로 활용됐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 위기로 뮤추얼 펀드의 인기가 시들해지고 인덱스 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뮤추얼 펀드는 펀드 매니저가 임의로 종목을 골라 펀드를 운영한 뒤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구조다. 반면 인덱스 펀드는 사람의 개입 없이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식으로 운용된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 뮤추얼 펀드 수익률이 처참하게 망가지는 경험을 한 투자자들은 장기적으로 인덱스 펀드 수익률이 뮤추얼 펀드 못지않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게다가 펀드 매니저 운용 보수가 필요 없으니 수수료는 훨씬 싸다.

자연스럽게 인덱스 펀드, 특히 인덱스 펀드를 주식시장에 상장해 쉽게 사고팔 수 있게 만든 ETF로 돈이 몰렸다. 2007년 1조달러에 못 미치던 전 세계 ETF 운용자산(AUM) 규모는 2020년 6월 말 현재 9조1090억달러, 우리 돈으로 1경원을 돌파했다. 각국의 연기금과 국부펀드, 대학기금도 자산의 상당 부분을 지수를 추종해 투자한다.

그러자 지수 사업자들의 몸값이 폭등했다. 인덱스 펀드 혹은 ETF 운용사들은 지수를 사용하는 대가로 운용자산에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낸다. 운용자산 3800억달러(약 436조원)로 세계 최대인 SPDR S&P500 ETF를 예로 들면, 운용사인 스테이트 스트리트는 지수를 만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에 자산의 0.03%포인트와 연간 60만달러를 수수료로 낸다. S&P는 이 ETF 하나로만 매년 1억달러 넘는 수수료 수입을 올리는 셈이다.

◇탐나지만 아무나 못 한다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된 글로벌 지수 시장은 현재 3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다. 컨설팅 업체 버튼 테일러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매출 기준으로 MSCI가 25%, S&P가 24%, FTSE러셀이 19% 점유율을 차지했다. 블룸버그, STOXX, IHS마킷, JP모건 등이 나머지 30%를 나눠 갖고 있다. 한국에서는 주식과 채권 지수 시장을 모두 합쳐 한국거래소가 51%, 에프앤가이드와 외국사들이 각각 20% 정도를 차지한다.

지수 시장이 과점 체제로 유지되는 것은 ‘규모의 경제’에 의한 진입 장벽이 작용하기 때문이다. MSCI의 ACWI(All Country World Index), S&P의 S&P500, FTSE러셀의 Russell 2000, 한국거래소의 코스피200처럼 대표 상품이 있는 기존 사업자들은 안정적인 매출을 올리면서 새로운 지수 상품을 개발·출시하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될 수 있다.

신규 사업자가 여기 끼어들려면 전산 시스템과 인건비 등 상당한 초기 투자 비용을 감수하며 대형사들과 경쟁해야 한다. 김두남 삼성자산운용 상무는 “증권사나 운용사도 지수를 만들 수는 있지만 원데이터를 구매하고, 지수를 산출하는 방법론을 개발하고, 지수가 효과 있는지 검증하고, 지수가 24시간 제대로 산출·공급되는지 확인하고, 주기적으로 재조정하려면 많은 인력과 전산 인프라, 노하우가 필요하다”며 “그럴 바에 차라리 검증된 지수 사업자에게 지수 개발을 맡기는 게 비용이 덜 든다”고 했다.

◇온갖 지수 쏟아져… ‘궁극의 지수’도 나올까

지수가 ETF와 결합하면서, 요즘은 지수 사업자와 운용사가 지수 개발 단계부터 협력해 다양한 지수와 이를 추종하는 ETF 상품을 쏟아내고 있다. 자산·섹터·산업·국가·테마·규모별 지수는 기본이고, 기업의 내재 가치나 성장 모델, ESG(환경·사회·지배 구조), 탄소 배출량까지 반영해 지수를 만든다. 예를 들어 한국거래소가 최근 내놓은 ‘KRX 기후변화 솔루션지수’ 3종은 저탄소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기업별 위험 관리 능력과 저탄소 기술 경쟁력을 정량화해 종목 선정과 가중치에 반영했다.

한국거래소는 이런 식으로 1년에 약 15개씩, 지금까지 400개 가까운 지수를 만들었다. 하지만 ‘글로벌 빅3’와는 비교가 안 된다. MSCI가 만드는 주식 관련 지수는 22만5000개가 넘고, 이를 추종하는 ETF는 1300여 개에 달한다. S&P는 가상화폐 지수 등을 포함해 100만개 이상의 지수를 생산한다.

이론상 지수는 무한하게 만들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지수 사업자의 궁극적인 꿈은 모든 자산을 한꺼번에 담는 ‘궁극의 지수’를 만드는 것이다. 마크 메이크페이스 전 FTSE러셀 CEO는 “원자재부터 벤처 캐피털까지 모든 자산을 담은 지수는 성배(聖杯)와 같다”며 “(만들 수만 있다면) 투자와 관련된 핵심 문제를 해결하고 엄청난 이익을 낼 것”이라고 파이낸셜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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