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와 틱톡(tiktok), 릴스(reels·인스타그램의 짧은 동영상)의 시대다. 대중에겐 이제 문자보다 사진, 사진보다 동영상이 점점 더 편하고 익숙하다. 자연히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이 널리 쓰인다. 빈 종이에 글과 사진, 그래픽을 채워넣 듯 스마트폰과 액션캠으로 녹화한 영상과 소리를 잘라 이어붙이고, 제목과 자막은 물론 영상 효과도 집어넣는다. 하지만 동영상 편집을 능숙하게 할 수 있는 사람은 여전히 많지 않다. 미디어의 대전환 시대에 나타나는 일종의 문화지체(文化遲滯) 현상이다.

샨타누 나라옌(Narayen) 어도비 CEO(최고경영자)는 이를 “크리에이티브 리터러시(creative literacy)의 문제”라고 했다.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의 비율이 한 국가의 수준을 말하는 지표였듯, 자신의 생각과 경험을 동영상 같은 디지털 미디어로 표현하는 능력이 개인은 물론 사회적으로 중요해졌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식을 갖게 된 이유는 어도비가 ‘프리미어 프로(Premiere Pro)’ 같은 동영상 편집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보급하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프리미어 프로는 애플의 ‘파이널 컷(Final Cut)과 함께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나라옌 CEO는 “(단순히 동영상을 만드는 것을 넘어서) 기기와 장소, 시간을 따지지 않고 누구나 자신의 소중한 이야기를 (디지털로) 손쉽게 표현할 능력을 갖추도록 돕는 것이 어도비의 사명(使命)”이라고도 했다. 이른바 ‘창의성의 민주화(democratizing creativity)’다.

샨타누 나라옌 어도비 CEO(최고경영자)가 지난 2019년 열린 '어도비 서밋' 행사에서 어도비의 미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어도비

◇“누구나 동영상 쉽게 다룰 수 있게”

-점점 영상 편집 능력이 필수가 되는 것 같다.

“그래서 ‘크리에이티브 리터러시’란 개념에 더 주목하고 있습니다. 동영상 제작·편집이 가능한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이것만으론 충분치 않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IT(정보기술) 기기를 통해, 더 쉽게 자신의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는 어도비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이를 위해 학생과 교사가 몇 분 안에 그래픽과 영상, 간단한 소개 자료 등을 만들 수 있게 해주는 소프트웨어와 서비스를 내놓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누구나 손쉽게 디지털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단 얘기다. 그는 어도비 ‘스파크’와 ‘포토샵 카메라’를 “크리에이티브 리터러시를 끌어올릴 수 있는 앱”으로 소개했다. 어도비 스파크는 다양한 기본 디자인 틀(템플릿과 레이아웃)과 사진 효과를 이용해 그래픽이나 웹 페이지, 섬네일을 손쉽게 만들 수 있도록 해준다. 포토샵 카메라는 사진을 찍기 전에 AI(인공지능)가 촬영하려는 대상(피사체)과 배경을 분리해주고, 원하는 배경까지 입혀주며, 다양한 포토샵 효과도 넣을 수 있다. 현재는 모두 무료로 제공된다.

-신종 코로나 사태가 이런 변화를 더 부추겼나.

“물론입니다. 학생들은 발표 과제를 영상으로 만들어 제출하고, 더 많은 기업과 유명인들이 소셜 미디어에 동영상을 올리고 있습니다. 또 언제 어디서나 누구와도 인터넷을 통해 업무를 할 수 있는 환경이 됐습니다. (예전에 오프라인으로 이뤄졌던) 모든 것이 디지털로 전환되는 대대적인 지각변동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이제 모든 비즈니스는 디지털 비즈니스입니다. 디지털이 아닌 게 없어요. 모든 산업에서 기업과 고객의 접점이 디지털을 기반으로 이뤄집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동영상 편집 프로그램 '프리미어 프로'(위 사진)와 스마트폰으로 찍은 사진을 터치 몇 번으로 손쉽게 수정할 수 있는 '포토샵 카메라'(아래 사진) 등이 어도비의 제품이다. /어도비

◇“디지털 개인화가 승패 가른다”

-이런 변화에 모범적으로 대처하는 기업이 있나.

“고객사 중엔 (미국 물류업체) 페덱스가 대표적입니다. 온라인 쇼핑이 폭증하면서 택배 수요가 폭증하자 개인부터 소기업, 대형 유통업체에 이르기까지 고객 유형에 맞는 개인화된(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해 웹 사이트를 더 쉽고 빠르게 쓸 수 있도록 바꿨습니다. 영국 텔레그래프 미디어그룹의 사례도 있습니다.”

나라옌 CEO에게 비즈니스의 디지털화는 곧 AI(인공지능)와 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개인화(digital personalisation)’를 의미했다. 그는 “텔레그래프는 데스크톱PC와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독자가 어떤 플랫폼(기기)를 이용하든 간에 가장 편리하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플랫폼 전략’을 세워 실천했고, 이를 통해 일일 신규 구독자를 3배 늘릴 수 있었다”고 했다. 어도비는 구체적으로 “텔레그래프는 구독자의 콘텐츠 소비 데이터를 자세히 분석해 플랫폼마다 별도의 세부 콘텐츠 전략을 세웠고, 뉴스레터 역시 각각의 독자에게 가장 관련성 높은 기사와 광고를 담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만큼 디지털 개인화가 중요하다는 뜻인가.

“그렇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디지털 경제 지수’라고, 디지털 경제에 대한 실시간 지표를 만들었습니다. 이걸 보면 2021년 1분기 전 세계 전자 상거래 규모는 8760억 달러로 1년 만에 무려 38%나 증가했습니다. 내년(2022년)에는 미국의 전자상거래 시장 규모만 1조 달러가 넘어갈 것으로 보고 있어요. 그 동력은 다름 아닌 ‘디지털 개인화’입니다. 앞으로 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업만이 기존 고객을 유지하고, 디지털 경제 시대의 승자가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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