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경제발전 방식을 논할 때 자주 언급되는 것이 이동통신 서비스의 도입입니다. 한국의 경우 유선전화와 팩스, 삐삐, 인터넷폰 등 다양한 통신 서비스의 보급을 거쳐 휴대폰이 확산됐습니다. 하지만 전화 보급 자체가 뒤처졌던 중국은 2000년대에 중간 과정을 모두 건너뛰고 바로 1인 1 휴대폰 시대로 접어들었죠. 금융도 비슷했습니다. 한국은 현금 중심에서 수표, 신용카드, 직불·선불카드, 인터넷 뱅킹 등을 거쳐 인터넷·모바일 페이 같은 핀테크가 등장했지만, 중국은 현금에서 바로 인터넷·모바일 페이로 넘어갔습니다.
중국의 고도 성장은 대체로 이런 경로를 보였습니다. 후발 주자로서 중간 단계를 뛰어넘고 최신 기술을 바로 흡수해 확산시킵니다. 드론, 디스플레이, 2차전지, 우주 항공 기술 등도 그랬습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신기술을 도입하는 기업에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 주고, 기술과 자금 지원도 하는 등 친기업 정책을 실시했기에 가능했습니다. 핀테크만 해도 한국이 보안과 소비자 보호 등 각종 규제에 묶여 공인인증서 중심의 인터넷 뱅킹 체제를 벗어나지 못한 사이, 중국은 알리바바와 같은 인터넷 상거래 업체에 알리페이 같은 모바일 결제 서비스를 허가하고 또 북돋았습니다.
이러한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의 면모는 1978년 덩샤오핑이 개혁·개방 정책을 펼친 이후 중국 경제가 40년간 고도성장을 지속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습니다. 중국 경제는 그러나 당과 정부에 의한 계획과 통제란 큰 틀을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5년 단위의 경제 개발 방향을 분야별로 세밀하게 정해 발표하고, 주요 인프라 기업과 금융기관의 국유화를 유지했으며, 이들 국영기업의 경영에 적극 개입하고 있습니다. 사드 배치 이후 한국에 대한 수입 제한 조치, 호주 와인 및 소고기 금수 조치, 위안화 환율의 인위적 조절 등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이젠 민간 기업에도 통제의 강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정부가 추진 중인 CBDC(중앙은행 디지털 화폐) 확산에 알리페이와 위챗페이가 걸림돌이 되는 듯하자, 이들 기업에 철퇴를 내리고 있습니다. 비트코인도 전면 금지했지요. 이젠 중국판 우버인 디디추싱도 국가 안보를 이유로 규제를 시작했다고 합니다.
중국 내에서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성격이 혼합된 중국의 독특한 경제체제를 ‘관리경제체제’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경제체제가 갈수록 복잡·다양해지고 규모가 커지는 중국 경제를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중국은 사회주의 계획경제의 비효율성을 알았기 때문에 효율성을 중시하는 자본주의적 시장경제를 도입하였으며, 그 덕분에 높은 경제성장을 이뤘습니다. 하지만 미국과의 무역 갈등, 중국 기업과 가계의 높은 부채 문제, 빈부 격차의 확대로 대내외적 위험 요인이 높아지자 정부와 당의 통제를 강화하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위기 상황에 정부가 개입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지만, 자율성 없는 계획경제 체제로 인해 결국 몰락했던 수많은 공산국가의 교훈도 되새겨봐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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