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화폐의 가격 급락세가 2개월 이상 멈추지 않고 이어지면서 이른바 ‘크립토 윈터(Crypto Winter·가상 화폐 겨울)’가 또 시작된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들고 있다. 크립토 윈터는 가상 화폐 가격이 급락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자본이 빠져나가면서 거래량 자체가 장기간 저조해지는 것을 뜻한다.

첫 크립토 윈터는 가상 화폐 거품이 붕괴하기 시작했던 2018년 1월부터 약 1년간 이어졌다. 이 기간 가상 화폐 시장은 합산 시가총액이 80% 넘게 증발하는 등 극심한 침체를 겪었다. 미국 최대 투자은행 JP모건은 최근 연구보고서에서 “비트코인과 알트코인(비트코인 외 가상 화폐) 시장이 2018년 약세장(크립토 윈터)의 경로를 답습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가격이 2만3000달러까지 추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가상화폐 합산 시가총액 추이

◇반 토막 난 가상 화폐 시장

가상 화폐 시장의 합산 시가총액은 지난 5월 12일 사상 최고점(2조5581억달러)을 찍은 뒤 꺾이기 시작, 최근 50% 가까이 급락했다. 비트코인 가격은 지난 4월 14일 6만4000달러의 사상 최고점에서 2개월여 만인 지난달 22일 한때 3만달러 아래까지 내려갔다. 시가총액 2위 가상 화폐인 이더리움을 비롯한 주요 알트코인 가격 역시 같은 처지다. 5월 초를 기점으로 대부분 우하향하는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가상 화폐 채굴(발행) 시 소모되는 과다한 전력량에 따른 친환경성 논란, 5월에 시작된 중국 정부의 가상 화폐 채굴·거래 단속, 열렬한 가상 화폐 지지자였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의 잇따른 변덕 등이 꼽힌다. 특히 중국의 대대적인 채굴 단속이 비트코인에 큰 충격을 줬다. 중국은 전 세계 비트코인 채굴량의 절반 이상을 맡아왔다. 중국 내 비트코인 채굴이 급감하면서, 1일 기준 비트코인의 해시레이트(연산 처리 능력을 나타내는 단위)는 초당 89엑사해시로 작년 5월 27일(90엑사해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격 하락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급격한 자금 이탈 속도다. JP모건의 니콜라우스 파니기르초글루 애널리스트는 “5월 중순 가상 화폐 폭락 이후 한 달 넘게 비트코인 펀드에서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가상 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코인셰어스는 “6월 들어 가상 화폐 펀드에서 계속해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고, 지난 3주간 빠져나간 돈만 2억1100만달러(약 2388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했다. 2018년 2월 이후 최장 기간 자금 유출이다.

◇“아직 최악 아냐” 반등 기대감도

기관투자자의 자금 이탈은 시장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뜻하는 만큼 주식과 가상 화폐 같은 자산 시장에선 약세장이 시작되는 안 좋은 신호로 여겨진다. 다만 이번 하락세가 크립토 윈터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가상 화폐 전문 파생상품거래소 FTX의 창업자 샘 뱅크맨 프라이드는 “시간은 좀 걸릴 수 있지만 (가상 화폐 시장을 떠난) 기관투자자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하락세가 과거 하락세와 비교하면 아직 위협적인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이유다.

실제로 시장조사 기관 비주얼 캐피털리스트에 따르면 2012년 이래로 비트코인 가격이 30% 이상 급락한 경우는 총 14차례로 이 중 6차례는 50% 이상, 3차례는 80% 이상 급락했다. 미국 경제 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가상 화폐 매도세가 심각하긴 하지만 역사상 최악의 수준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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