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통계국이 최근 흥미있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4월 미국 내 의류와 액세서리 매장 매출이 234억9700만달러(약 26조1991억원)로 1년 전(28억4200만달러)보다 700% 넘게 늘었다는 것이다. 이는 신종 코로나 사태(팬데믹) 이전인 2019년 4월(223억6000만달러)보다도 5% 높은 수치다. 백신 접종률 확대로 매장을 찾는 고객이 늘어난 데다 지난 3월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급한 재난지원금 1400달러(약 156만원)가 소비로 연결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무실과 학교로 돌아가는 사람들이 늘면서 전 세계적으로 의류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미국 웰스파고 증권의 소비자 조사에서 팬데믹이 끝난 뒤 가장 구입하고 싶은 상품으로 ‘외출복'(37%)이 꼽혔을 정도다.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방문객들도 신종 코로나 대유행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빅데이터 분석 기관 플레이서닷에이아이(Placer.ai)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의류 판매장 방문객은 전년보다 132% 늘었다. 억눌렸던 외출과 쇼핑의 욕구가 동시에 폭발한 것이다. 의류회사들은 덕분에 2~4월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고, 추락했던 주가도 급등세다.
◇의류업체 줄줄이 ‘어닝 서프라이즈’
미국 의류업체 갭(GAP)의 주가는 7일 기준 31.35달러로 연초(20달러) 대비 55% 상승했다.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89% 증가한 40억달러(약 4조4600억원)를 기록하면서 매수세가 몰렸다. 시장 예상치인 34억5000만달러를 크게 뛰어넘은 것이다. 소니아 신걸 갭 CEO(최고경영자)는 실적 발표에서 “여름 패션 수요가 부활하고 있다”며 “고객들은 (팬데믹 기간) 익숙해진 편안함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려 하고 있다”고 했다. 이 회사는 갭 외에도 바나나리퍼블릭, 올드네이비 등 유명 의류 브랜드를 갖고 있다. 애버크롬비와 홀리스터 등을 보유한 애버크롬비앤드피치(Abercrombie&Fitch) 역시 연초 대비 주가가 97% 올랐다. 이 회사 역시 1분기 매출이 전년보다 61% 상승하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보였다.
야외 스포츠 활동이 늘면서 스포츠 의류도 이른바 ‘대박’이 났다. 스포츠 의류·용품 프랜차이즈인 딕스스포팅굿즈(Dick’s sporting goods)와 풋락커(Foot locker)의 주가는 연초보다 각각 73%, 51% 상승했다. 딕스스포팅굿즈의 1분기 매출은 29억2000만달러로 전년보다 119% 늘었다. 시장 예상치(21억8000만달러)보다 34%나 높다. 풋락커 역시 매출이 전년보다 80.3% 늘었다. 리처든 존슨 풋락커 CEO는 “아이들이 본격적으로 학교로 돌아오는 8월 개학 시즌에 운동화 구매 붐이 일어날 것”이라며 “비정상적이었던 재고 수준도 자연스레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의류주 강세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소매 의류 부문에 대한 업종 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미키 차다 무디스 수석은 다만 “경제 재개가 가속화돼 지출이 여행 업종으로 쏠린다면 의류 업종의 회복이 단기간에 그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미·중 소비 회복에 국내 의류주도 훨훨
의류업 호황의 기운은 한국에서도 느껴진다. 지난 한 해 12% 하락했던 ‘코스피 섬유의복 지수’는 올 들어 61% 올랐다. 이르면 7월부터 백신 접종자에 한해 마스크 없이 외부 활동이 가능해지면서 소비 심리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는 105.2로, 2018년 6월(106.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달 코스피에 인적 분할 후 재상장한 F&F는 재상장 2주 만에 주가가 36만원에서 48만5000원으로 35% 뛰었다. 국내 소비 회복과 함께 F&F가 보유한 의류 브랜드 MLB의 매출이 중국 시장에서 큰 폭으로 성장한 덕분이다. F&F의 1분기 매출은 2857억원, 영업이익은 7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보다 72%, 304% 증가한 수치다.
해외 브랜드 위탁을 받아 옷을 만들어 수출하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업체들의 주가도 뛰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소비가 살아나면서 감소했던 수주량이 회복한 덕분이다. 버버리와 마이클코어스 브랜드의 핸드백을 생산하는 제이에스코퍼레이션 주가는 연초 7520원에서 7일 현재 1만8350원으로 144% 뛰었다. 갭과 랄프로렌 등의 의류를 제조하는 한세실업(41%), 노스페이스와 파타고니아를 생산하는 영원무역(45%)도 같은 기간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지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섬유·의복은 작년 하반기 매출 감소 폭이 가장 컸던 소비재로, 기저(基底)효과에 코로나로 미뤄졌던 수요까지 더해져 좋은 실적이 이어질 것”이라며 “상반기 소비를 늘렸다 해도 하반기엔 계절 변화로 새 상품을 또 사야 하므로 단발성 회복에 그치지 않으리라 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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