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가 최근 경쟁 업체들에 ‘가격 전쟁’을 선포했다. 이마트 앱에서 다른 경쟁사의 상품 가격을 모두 비교할 수 있도록 제시한 뒤, 이마트 가격이 비싸면 소비자에게 차액만큼을 보상한다. 경쟁사들 역시 유사한 방식의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기업들이 가격 낮추기 경쟁을 하면 소비자는 더 싸게 물건을 살 수 있다. 그런데 경쟁이 격해지면 어떤 기업은 원가에도 훨씬 못 미치는 낮은 가격으로 물건을 밑지고 팔기도 한다. 경쟁사가 더는 견딜 수 없게 만들려는 전략이다.

경제학과 공정거래법에서는 이런 행위를 ‘약탈적 가격’이라고 부른다. 경쟁자들을 해치고자 하는 목적으로 가격을 지나치게 낮춘다는 뜻이다. 이런 전략은 단기적으론 손실을 가져온다. 하지만 경쟁자들이 모두 도태되고 난 다음 독점 기업으로 남아 가격을 크게 올린다면, 장기적으론 남는 장사일 수 있다. 이때부터 소비자는 피해자가 된다. 가격 인상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공정거래법은 독점력을 얻기 위한 지나친 가격 인하를 법으로 금지한다. 그러나 공정위가 약탈적 가격 정책을 들어 어떤 기업을 처벌한 사례는 드물다. 현실적으로 약탈적 가격이 건전한 경쟁인지, 아니면 경쟁사에 해악을 가하려는 목적인지를 가리기가 쉽지 않다. 어떤 기업이 ‘다른 기업을 망하게 하려고’ 가격을 낮췄다고 하겠는가. 게다가 경쟁 기업은 계속 나타나기 마련이어서, 가격을 너무 내리다 적자가 불어나 다른 기업이 망하기 전에 그 기업이 먼저 문을 닫기 십상이다. 초저가 전략을 펴다가 파산한 유럽의 저가항공사들이 좋은 사례다.

흥미롭게도 공정거래법의 다소 조용한 영역이던 약탈적 가격이 디지털 시대의 첨예한 주제로 급부상하고 있다. 디지털 시장의 특성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선 초기에 많은 소비자를 확보한 기업이 압도적인 경쟁력을 확보하는 승자독식이 빈번히 일어난다. 특정 기업이 낮은 가격을 무기로 경쟁자를 문 닫게 하기가 쉬워졌단 뜻이다. 쿠팡처럼 적자가 장기간 지속하더라도 막대한 투자를 계속 받을 수 있다는 벤처 업계의 생태계 또한 ‘버티기’를 더 수월하게 만든다.

만약 경쟁자를 제거한 약탈적 기업이 어느 순간 가격을 올린다면, 소비자는 비싼 돈을 내더라도 그 기업의 물건이나 서비스를 살 수밖에 없다. 구글이 그동안 극단적으로 약탈적 가격인 ‘무료’로 제공하던 구글포토<사진> 등 여러 서비스를 6월부터 단계적으로 유료화하겠다고 최근 선언한 것은 약탈적 가격에 뒤따르는 가격 인상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구글의 유료화 전략이 계획대로 이뤄질지는 두고 볼 일이다. 새로운 도전자가 떠올라 구글이 유료화를 포기하게 될 수도 있다. 한편 구글이 유료화에 성공하면 이미 ‘공룡’ IT 기업과 여러 반독점 소송을 진행 중인 미국 정부가 또 하나의 ‘칼’을 빼들 수도 있다. 결론이 어떻게 나건, 구글의 유료화 움직임은 디지털 시장에서의 약탈적 가격 전략이 어떤 결과로 이어지는지를 가늠할 중요한 분수령이 될 듯하다. 경제·경영학자 나아가 일반 투자자 모두 관심을 기울이게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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