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잘 버는 착한 기업’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것일까. 전 세계적으로 부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과 투자 열기 사이로 ‘ESG 회의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기업 경영이든 투자든 결국 이윤을 내기 위한 것인데, 사회·환경적 가치와 의미를 추구하는 데 몰두한 나머지 실적을 내지 못하는 사례들이 생겨나면서다. 착한 기업이지만 돈을 못 버는, 이른바 ‘ESG 딜레마’다.

본격적인 불을 지핀 것은 프랑스 최대 식품 기업 다논(Danone)이다. 다논은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각종 친환경 방침을 세우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공익 추구를 강조하는 등 ‘ESG 경영의 교본’으로 불리는 기업이다. 하지만 지난 1년 반 사이 주가가 20% 넘게 하락하고, 지난해 매출이 7%가량 줄어드는 등 실적 부진이 이어졌다. 결국 지난 3월 다논의 주요 주주인 행동주의 펀드들이 7년간 회사를 이끌어온 에마뉘엘 파베르 CEO(최고경영자)를 쫓아내 버렸다. 영국 경제 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를 놓고 “CEO가 ‘사명’을 강조하는 데 너무 많은 시간을 소비하고, ‘사업’에 활력을 불어넣는 데는 너무 적은 시간을 쓴 탓”이라고 평가했다.

세계 최대 연기금인 일본 공적연금(GPIF)도 기존의 ESG 운용 전략에 칼을 빼 들려 하고 있다. GPIF는 2017년 이후 ESG 관련 지수에 3조5000억엔(약 35조원)을 투자했다. 하지만 수익률은 일본 토픽스(TOPIX) 지수보다 저조했다. GPIF 측은 최근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환경이나 ESG라는 이름을 사려고 수익을 희생할 수는 없다”고 했다.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도 비슷한 입장이다. 그는 ‘ESG 투자 정보를 공개하라’는 주주 제안에 “ESG가 중요하다는 데는 이의가 없지만, 회사의 가장 큰 목표는 합법적 방법으로 수익률을 올리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ESG 평가 기준에 대한 허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대체로 ESG 등급이 높지만, 등급이 낮은 제조·서비스 분야 기업들보다 세금을 훨씬 적게 내고, 일자리도 많이 만들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지속가능투자 부문 CIO(최고투자책임자)였던 타릭 팬시는 최근 USA투데이에 “(ESG 펀드의) 수익률을 높이려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석유 기업, 패스트 패션 기업을 편입하는 일이 월가에서 벌어지고 있다”면서 “사회적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수익에도 좋다는 것은 희망 섞인 기대일 뿐”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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