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 스타 스테픈 커리와 영화배우 윌 스미스, 팝 스타 저스틴 팀버레이크, 그리고 미국 Z세대(1996년 이후 출생 세대)의 소셜미디어 스타 찰리 다멜리오. 이 4명 사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요즘 미국 10대 부모들 사이에서 큰 화제인 핀테크(금융 기술) 스타트업 스텝(step)의 투자자라는 점이다.
스텝은 P2P(개인 대 개인) 대출, 크라우드 펀딩(인터넷 모금), 개인 자산 관리, 온라인 주식 투자, 가상화폐 거래 같은 기존 핀테크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완전히 다르다. 금융 서비스 수요가 아닌, 10대 청소년이라는 특정 ‘집단’을 겨냥했다. 스텝은 앱을 이용한 모바일 결제를 중심으로 직불 카드와 지출 관리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특히 부모 등 보호자가 자녀 카드에 돈을 충전하고, 지출 제한액을 설정하며, 실시간으로 카드 사용 내역 알림을 받을 수 있다. 지난해 10월 서비스를 시작, 올해 2월 사용자 100만명을 돌파했다. 투자자인 찰리 다멜리오는 직접 이 서비스를 이용하며 1억명이 넘는 팔로어에게 스텝을 알렸다.
스텝뿐만이 아니다. 최근 특정 집단을 겨냥한 핀테크 서비스가 금융 업계의 새로운 트렌드로 등장했다. 10대 청소년 같은 또래 집단뿐만 아니라 아프리카·아시아계 소수 인종,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집단이 대상이다.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는 이 소수 집단을 ‘신시장’으로 파악한 것이다. 시장조사 업체 CB인사이츠에 따르면 이런 유의 핀테크 스타트업이 지난 한 해 유치한 투자금은 3억1800만달러(약 3588억원)에 달한다.
◇평생 고객 될 10대 잡아라
현재 가장 경쟁이 치열한 분야는 10대 대상의 모바일 금융 서비스다. 그동안 10대가 사용할 수 있는 금융 서비스는 일반 은행의 예·적금 상품 정도였다. 대부분 자기 소득 없이 부모 용돈으로 생활하는지라, 금융 회사로선 대출 등 금융 상품을 판매할 수 없는 ‘돈 안 되는 고객’으로 치부했기 때문이다. 18세 미만은 대표적 모바일 결제 앱인 페이팔의 ‘벤모’나 ‘스퀘어’ 등도 이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신종 코로나 팬데믹(대유행) 이후 인터넷 쇼핑과 배달 주문이 폭증하고, ‘현금 없는 사회’로 전환이 빨라지는 가운데서도 10대들의 디지털 경제 접근성은 여전히 떨어졌다.
이 빈자리를 핀테크 스타트업이 치고 들어갔다. 10대의 디지털 결제 욕구를 충족하면서, 돈을 주는 부모도 함께 만족할 수 있는 금융 앱을 내놨다. 2017년 서비스를 시작한 ‘그린라이트(greenlight)’가 대표적이다. 한 달 4.99달러(5635원)의 이용료를 내면 최다 다섯 자녀를 위한 모바일 직불 카드를 내주고, 스텝과 비슷한 지출 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 심지어 자녀가 집안일이나 숙제 등 임무를 완성하면 자동으로 보상이 지급되게도 설정할 수 있다.
그린라이트 고객은 현재 200만명, 기업 가치는 23억달러(약 2조6033억원)에 달한다.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이 그린라이트에 투자하면서 연계 사용 가능한 어린이 전용 계좌 ‘체이스 퍼스트 뱅킹’도 내놨다. 후발 주자인 스텝은 그린라이트와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 수수료가 없는 것이 특징이다. NBA 스타 스테픈 커리는 “스텝은 안전한 범위에서 자녀에게 경제적 자유를 줄 수 있게 도와준다”고 했다.
◇성 소수자, 소수 인종 겨냥
성 소수자와 특정 인종 집단을 겨냥한 서비스도 줄을 잇는다. 이들이 기존 금융 서비스에서 느끼는 불편을 해소해 주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들은 은행 계좌 개설과 신용카드 발급, 담보 대출 등에서 차별을 받는 경우가 많다. 트랜스젠더는 성전환 후 바뀐 성별과 새 이름으로 일반 은행에서 다시 계좌를 개설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이 일례다.
온라인 뱅킹 서비스 ‘데이라이트(daylight)’는 이런 불편이 없다. 비자(visa)와 제휴해 자신이 선택한 이름으로 카드를 발급할 수 있게 했다. 앱을 이용해 성 소수자 전문 금융 코치에게 자금 관리와 자녀 계획, 은퇴 준비 등도 실시간으로 상담받을 수 있게 해준다.
올여름에는 흑인과 라틴계를 위한 핀테크 ‘그린우드(greenwood)’가 등장할 예정이다.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전체 흑인 가구 중 은행을 이용하지 않는 가구 비율은 13.8%에 달한다. 백인 가구(2.5%)의 5.5배다. 그린우드 창업자 라이언 글로버는 “은행 접근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예금과 대출 등에서도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다른 인종에 비해) 더 높은 수수료를 일상적으로 부과받고 있다”고도 했다.
그린우드는 먼저 예금과 결제·송금 서비스로 시작해 4분기에는 기업 대출과 주택 대출, 내년에는 투자 상품까지 출시할 예정이다. JP모건과 뱅크오브아메리카, 웰스파고 등 대형 은행이 4000만달러(약 453억원)를 투자했고, 현재 가입 대기자가 55만명이다. 2019년 운영을 시작한 치즈파이낸셜(Cheese Financial)은 아시아계 미국인을 대상으로 신용 기록이나 사회보장 번호가 없어도 직불 카드를 발급해 준다. 이 카드는 아시아계가 운영하는 가게나 식당에서 쓰면 10% 캐시백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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