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여행사단체연합회 회원들이 지난 2월 서울 종로구 청와대 사랑채 앞에서 정부의 긴급 지원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로 여행이 중단되면서 기본적 의식주도 해결 못할 만큼 소득이 감소했다”고 호소했다. / 장련성 기자

‘일하지 않는 자는 먹지도 말라’고 합니다. 유대 경전은 물론 고사성어(一日不作, 一日不食)에도 나오는 말입니다. 경제학자의 시각으로 보면 “노동을 해야 소득을 얻고, 소비도 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신종 코로나 사태는 이 격언이 여전히 유효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여행과 외식, 공연 등 사람 간 접촉을 통해 일하는 업종의 사람들은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었고, 그 결과 생계를 위협받는 상황에 처하게 됐기 때문이죠. 다행히 각국 정부가 대규모 지원을 신속하게 하면서 최악의 상황은 피했습니다. 1929년 미국 대공황이 회복에 이르기까지 11년이나 걸렸던 이유를 연구해 온 경제학의 성과이기도 합니다.

경제학자들의 새로운 관심은 ‘일을 하고 싶어도 못 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지원해야만 하는 상황이 앞으로 더 많아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AI(인공지능)와 로봇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고도의 생산 자동화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스마트팜, 무인 키오스크, 자율자동차, 로봇 배달원, AI 의사와 법률가 등 온갖 분야에 무인 자동화 기술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은행원을 대체한 ATM(현금자동입출금기)마저 스마트폰이라는 새 기기에 대체되면서, ATM기를 관리하는 사람까지 줄어들고 있을 정도입니다. 결국 노동의 수요, 즉 일자리가 계속 줄어들고, 청년 실업률이 점점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기술 혁신을 통해 자동화의 수준이 한층 높아지면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처럼 일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사람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기존 경제학에선 상상해보지 못했던 일입니다. 인간이 생존하기 위해 일(노동)을 하는 것은 지금까지의 인류 역사에서 당연한 것으로 여겨졌습니다. 원시시대엔 100% 노동으로 생존을 했습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으로 자본이 축적되면서 불로소득(不勞所得)이 나타났지만, 노동은 여전히 필수불가결한 요소였습니다. 최소한 기계를 다루고 운전할 사람은 필요하니까요.

그런데 노동이 생산에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면, 기존 경제학에선 골치 아픈 일이 여럿 생깁니다. 우선 국민경제의 ‘3면 등가 원칙’, 즉 생산과 분배, 지출(소비와 투자)이 서로 일치한다는 법칙이 나쁜 방향으로 발현합니다. 생산에 참여한 대가로 소득을 받아 소비와 투자를 늘리면 이것이 다시 생산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사라지고, 생산에 참여하지 못한 만큼 소득이 줄어들고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줄어들어 다시 생산이 줄어드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이를 막으려면 정부가 수많은 실직자에게 소득을 주어야 할 텐데, 과연 세금만으로, 혹은 정부의 빚으로 가능할까요. 그래서 “새로운 자금원을 발굴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일하지 않아도 먹을 수 있어야 하는, 이른바 ‘무노동 무임금의 종말’에 대비해 많은 경제학자들이 고민해야 하는, 새로운 경제학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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