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한 애플이 최근 900억달러(약 101조6100억원)에 달하는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핀테크 업체 스퀘어나 화상회의 서비스 기업 줌, 승차 공유 업체 우버 등 다른 테크 기업의 ‘시가 총액’과 맞먹는 수준이다. 구글의 모(母)기업인 알파벳 역시 500억달러(약 56조4500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발표했다. 루카 마에스트리 애플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우리는 ‘회사에 현금을 쌓아두지 않는다’는 목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최근 미국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열기가 뜨겁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미국 기업이 승인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5040억달러(약 569조160억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2330억 달러)의 두 배 이상으로, 22년 만에 최대 규모다. 골드만삭스는 “자사주 매입 ‘노다지(bonanza)’가 열릴 것”이라며 올해 자사주 매입이 전년보다 35%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들이 자사주 매입에 열을 올리는 1차적 원인은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실적이 개선되면서 막대한 ‘현금’이 쌓였기 때문이다. 미국 우량 기업들을 망라하는 S&P500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지난해 말 기준 1조8900억달러(약 2134조원)로 전년보다 25% 늘었다. RBC캐피털마켓의 로리 칼바시나 주식 전략가는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에 “신종 코로나의 구름이 걷히고 낙관주의가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며 “기업들이 자사주 매입에 다시 나서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했다. 미국 기업들은 지난해 코로나 사태로 실물 경기가 악화하자 투자는 물론 자사주 매입이나 배당까지 중단·축소했었다.

자사주 매입은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 환원 정책 중 하나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먼저 투자자들이 기업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표인 PER(주가이익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 PER은 주가를 주당순이익(EPS)으로 나눈 것으로, 낮을수록 해당 기업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저평가됐다는 뜻이다. 자사주를 매입하면 유통 주식 수가 줄어들어 기업의 순이익을 유통 주식 수로 나눈 EPS가 상승한다. 따라서 EPS와 반비례 관계인 PER이 낮아지는 효과가 나타난다.

또 기업이 자사주를 매입한다는 것은 내부에서 봤을 때 현재 회사 주가가 저평가돼 있다는 신호를 외부에 전달하는 셈이 된다. 투자자들이 이에 반응해 주식을 사들일 수 있다. 배당 대신 자사주 매입을 선호하는 건 필요에 따라 축소하거나 중단하기 쉽기 때문이다. 반면 배당은 한번 늘리면 주주들의 반발 때문에 삭감하기가 어렵다.

전문가들은 기업들의 자사주 매입 확대가 인플레이션(지속적 물가 상승) 우려에 따른 미국 증시의 주가 하락을 어느 정도 방어해 줄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반다리서치의 벤 오나티비아 수석 전략가는 투자자 메모에서 “주가 하락이 발생할 때 기업이 저가에 자사주를 대량 매입해 기관 매도에 따른 타격을 완화할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S&P500 기업 중 자사주 매입을 많이 한 100대 회사를 모은 ‘S&P500 바이백(Buyback·자사주 매입) 지수’는 연초 대비 20% 올랐다. S&P500 지수 상승률(9.9%)의 두 배가 넘는다.

다만 일각에선 “자사주 매입 확대는 경영진 이익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이 나온다. 많은 기업이 경영진 임금을 EPS와 연동해 지급하기 때문에, 주가가 올라야 경영진이 더 많은 연봉을 받는다. 또 “자사주를 사들일 돈으로 연구·개발이나 설비 투자를 해야 장기적으로 주주 가치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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