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안토니우 구테헤스 유엔 사무총장은 신종 코로나 백신을 누구나 어디서든 맞을 수 있어야 한다는 ‘함께할 때만(Only Together)’ 캠페인을 시작하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 백신은 (세계인의) 공공재여야 한다. 백신 개발국과 기업은 이를 다른 나라와 공유하라.” 그의 말대로 신종 코로나 백신은 공공재일까. 백신이 공공재라는 주장에는 일리가 있다. 하지만 민간 기업이 개발한 기술을 갑자기 공공재로 만들어버리면, 앞으로는 이런 좋은 기술을 그 어느 기업이 만들겠느냐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공공재란 말은 모든 사람이 대가를 치르지 않더라도 이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지칭할 때 흔히 사용된다. 왜 이런 재화가 존재하는지 설명할 때 경제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등대'를 사례로 많이 들었다. 등대는 안전한 항해에 큰 도움을 준다. 하지만 등대지기가 불빛의 혜택을 받는 배들로부터 대가를 받기가 쉽지는 않다. 따라서 민간에 등대를 맡기면 적절한 서비스를 기대하기 어렵다. 이처럼 사회적으로 중요하지만, 시장에서 공급되기 어려운 종류의 재화나 서비스는 정부가 공공재란 형식으로 시장에 공급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19세기 영국의 경제학자인 존 스튜어트 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로널드 코스는 여기에 반론을 제기했다. 그는 1974년 발간한 논문에서 “영국의 등대 가운데 상당수가 민간에 의해 건설·운영됐다”고 썼다. 등대는 보통 항구 근처에 세워지는데, 항구에 들어오는 배에 사용료를 부과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일본 가나가와현 미우라 반도에 있는 간논자키(觀音崎) 등대. 1869년에 만들어진 일본 최초의 등대다. /JREF

등대가 공공재인가를 둘러싼 논란은 그 후로도 치열하게 이어졌다. 그중 일본 경제학자 사이토 구니요시가 2018년 ‘이코노믹 인콰이어리’에 게재한 논문이 흥미롭다. 그는 1883년 일본에 있던 등대 130개 가운데 절반이 넘는 70개가 민간에 의해 건설됐다고 분석했다. 그 이전 시기로 올라가면 비율은 더 높았다. 그런데 놀랍게도 민간 등대의 공급은 등대 수요와 일치하지 않았다. 등대는 사고 위험이 큰 곳일수록 더 필요하다. 하지만 후쿠오카현의 해안처럼 해안선이 복잡하고 암초가 많아 사고 위험이 큰데도 등대가 없는 곳이 적지 않았다. 지역의 거상(巨商)이 사재로 등대를 세우려다 실패했다는 기록도 있다.

등대가 서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마을 주민의 반대였다고 한다. 이 해역 주민들은 배가 침몰할 때 나오는 물품과 구조 활동으로 돈을 벌었다. 등대가 생겨 사고가 줄면 수입이 감소하므로 그들은 등대가 없는 편이 나았다. 결국 이 지역 등대는 정부가 세웠다.

사이토의 연구는 특정 재화나 서비스가 사적 재화인가 공공재인가, 또는 그것을 누가 공급해야 하는가를 칼같이 나누는 것이 무리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간단해 보이는 등대조차도 이런저런 복잡한 사정에 따라 민간과 공공재의 영역을 넘나든다. 한국에서 공공재 논란이 커지는 의료·교육·대중교통, 또 코로나 백신처럼 여러 이해 당사자가 얽힌 사안을 섣불리 한쪽으로 단정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는 뜻이다.

WeeklyBIZ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