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킨지는 지난 2월 세계경제포럼(WEF)과 함께 15개 ‘등대공장’을 새로 선정했다. 등대공장이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혁신과 자원 효율성에서 앞서가는 첨단 제조 공장이다. 2019년 첫 발표 이후 전 세계 69개로 늘었고, 이 중 32곳이 아시아에 있다. 새로 선정된 15곳 중 8곳도 아시아 지역이고 그중 5개는 중국에 있다. 안타깝게도 한국은 2019년에 선정된 포스코 공장이 유일하다.

최승혁 맥킨지 한국 사무소 파트너

등대공장은 빅데이터와 AI(인공지능), 5G(5세대 이동통신), IoT(사물인터넷)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생산성 향상과 비즈니스 모델 혁신의 본보기를 보여준다. 특히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맞춤형 대량 생산까지 해낸다. 대규모 입지 구축과 같은 막대한 자본 투자 없이, 효율적인 자원 활용과 친환경적 접근을 통해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한다.

대만 폭스콘의 중국 청두(成都) 공장의 경우, 수요 급증에 대응할 숙련 노동력이 부족하자 AI와 IoT 기술로 공장 자동화에 나섰다. 그 결과 노동 효율성은 200%, 장비 효율성은 17% 개선됐다. 독일 에너지기업 지멘스의 암베르크 공장은 로봇 기술과 AI 기반 공정 관리, 유지보수 예측 기술을 도입해 공장 생산량을 140% 늘렸다.

이 등대공장들이 주목받는 것은 다른 많은 제조업 기업이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위한 파일럿(시험) 운영 프로젝트에 천착하는 사이, 차별화된 실행으로 실질적인 사업 성과를 거두는 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그 비결은 바로 기민성(agility)과 인재 개발에 있다.

기민성은 다양한 전문가들이 모인 ‘다기능 협업(cross-functional)팀’을 구성해, 짧은 주기로 목표를 수립∙실행해 가며 업무의 속도와 유연성을 높이는 것을 말한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의 미국 루이스빌 공장은 공정별로 전문가들이 뿔뿔이 흩어져 있던 조직에 다기능 협업팀을 도입하고, 이 팀을 중심으로 전체 공정에 IoT 기술을 도입하는 것을 시도했다. 이를 통해 1년 만에 직원 1인당 생산성이 120% 향상되는 한편 생산 리드타임(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기간)이 75% 줄었다.

등대공장은 또 재교육(리스킬링)과 신기술 교육(업스킬링) 등을 통해 인력을 최신 디지털 기술로 무장한다. 아제르바이잔 국영 석유회사의 터키 정유 공장은 구성원 교육과 조직 역량 강화에만 700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생산성을 10% 개선하고 유지보수 비용은 20% 절감했다.

한국 제조업체들도 다양한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을 시도 중이다. 하지만 성과를 끌어올리기 위해 무리하게 투자하거나, 반대로 파일럿 단계의 아주 소규모 프로젝트만 추진해서는 실질적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일하는 방식과 인력의 전면적 ‘업그레이드’가 있어야만 등대공장 같은 성과를 얻을 수 있다. 한국에도 다양한 등대공장이 등장해 한국,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나아갈 길을 밝혀주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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