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상 소셜미디어 유튜브에서 ‘택배 던지기(throwing packages)’를 검색하면 아마존과 UPS, 페덱스 소속 배송 기사들이 택배를 아무렇게나 다루는 모습이 나온다. 서류와 생활용품, 식료품 등은 물론 TV나 노트북PC 같은 물건까지 집어던진다. 지난 2월엔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에서 배송 기사가 고객의 집 앞에 소변을 보는 동영상까지 나왔다. 반면 ‘택배 기사(delivery workers)’를 검색하면 정반대 내용의 동영상이 쏟아진다. 택배 기사들이 소비자의 갑질에 시달리고, 식사까지 걸러가며 밤늦게까지 배달을 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배송 중 사고를 당했지만, 개인 사업자라는 이유로 택배 업체나 배달 플랫폼(서비스) 업체의 보상을 받지 못했다는 사례도 있다.

일러스트=김영석

신종 코로나 이후 온라인 쇼핑과 음식 배달 문화가 확산하면서, 소비자와 배송 기사 양쪽에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수요 급증으로 배송 업무량이 늘어나자 소비자들은 “배송·배달 품질이 낮아졌다”고 불만이고, 배송 기사들은 “근무 환경이 열악해졌다”고 호소한다. 결국 인터넷 쇼핑몰과 택배·배달 업체들은 배송 기사들에 대한 관리 강화와 함께 이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도 개선해야 하는 딜레마(dilemma)를 안게 됐다. 영국 가디언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기업들이 배송 지연의 문제에 대응하는 한편으로 노조와 근무 여건 개선 협의에 여념이 없다”고 했다.

◇1년 만에 ‘배송 불만족’ 2배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배송 지연과 물품 파손 등의 문제는 실제로 더 빈번해졌다. 온라인 쇼핑 시장조사 업체인 ‘마켓플레이스 펄스’가 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진 직후인 지난해 4~5월 아마존의 상품 리뷰(후기) 91만3000여개를 분석해보니, 구매자의 11%가 배송 경험에 대해 ‘부정적’으로 답했다. 1년 전의 6%보다 2배 가까이로 늘어난 것이다.

아마존은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전 세계 1300여 배달 대행업체(DSP)에 이른바 ‘행동 지침서’를 만들어 보냈다.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안정적 배송’을 위해 상품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종류별로 제시하고, 손톱 청결이나 체취 관리, 단정한 머리 스타일 등 택배 기사의 용모에 대한 내용까지 넣었다. 하지만 이는 배송 기사들과 시민 단체들의 큰 반발만 불러일으켰다.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Reddit)에는 아마존 기사들이 열악한 근무 여건과 회사의 강압적인 조치에 항의하는 뜻으로 아마존의 ‘스마일(smile)’ 로고 상자를 뒤집어 배달하는 ‘인증샷’이 쏟아졌다. 네티즌들도 이 사진에 ‘좋아요’를 누르며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를 지켜보는 기업들은 딜레마에 빠졌다. 열악해진 배송 기사들의 근로 환경에 대한 사회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면서 배송 품질을 높이기 위한 규정들을 강요하다 오히려 ‘역풍’을 맞을 수 있게 되어서다. 현재 배송 기사에게 근무 지침을 주는 회사는 아마존 외에도 많다. UPS의 경우 배달 방식에 대한 가이드라인 외에 기사들의 머리·바지 길이, 피어싱 크기까지 제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일부 배송 업체는 스마트폰 앱 형태의 ‘서비스 가이드북’을 배포한다. 이 가이드북에는 복장 규정은 물론 고객 응대 요령, 고객 부재 시 행동 요령 등이 구체적으로 나와있다.

국내 한 택배업체가 배송 기사들에게 모바일 앱 형태로 배포한 ‘서비스 가이드북’. 지켜야 할 복장 규칙과 고객 응대법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배송 단가 높여야 해결 가능”

한국 현실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국내 택배 증가율은 최근 10년 평균(10%)의 2배가 넘는 21%를 기록했다. 반면 택배 평균 단가는 2269원에서 2221원으로 2.1% 하락했고, ‘총알 배송’과 ‘새벽 배송’ 같은 신종 배달 형태가 확산하며 배송 근로자가 과로로 숨지는 사건까지 터졌다. 이런 와중에도 택배·배달 업체 고객센터에는 “급한 택배를 하루 늦게 받아 손실을 봤다” “새벽에 온다던 신선 식품이 아침 9시에 와 밥을 못 해 먹었다”는 등의 불만이 쌓인다.

기업들은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한 대형 배송 업체 임원은 “(배송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져 세세한 부분까지 컴플레인(항의)하는 경우가 늘어 나는데, 택배 기사나 배송 전담 직원들에게 부담을 주기는 어렵다”고 했다. 특히 택배 기사 상당수가 직접 차량을 보유한 지입 차주로, 개인 사업자이기 때문에 회사의 관리가 어렵다고 주장한다. 택배 기사들은 그러나 “대리점에서 택배 물량을 줄이는 방식으로 (고객 불만이 많은) 기사에게 불이익을 준다”면서 “회사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고 반박한다. 배송 예정일을 지키려 오후 9시쯤 미리 ‘배송 완료’ 등록을 한 뒤 자정까지 배송을 하는 경우도 나온다.

배송 품질과 근로 조건 개선은 배송 기사를 늘리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택배 단가가 너무 낮아 현실성이 낮다”고 지적한다. 1997년 박스당 4732원이었던 택배 단가는 지난해 2221원까지 떨어졌다. 1인당 소득을 유지하려면 오히려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기업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도 “택배 요금 현실화를 위한 사회적 의견 수렴과 합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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