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가 터지고 국내 단기 렌터카 시장은 사실상 붕괴하다시피 했다. 여행객들이 순식간에 사라지면서 한 달 내내 차 한 대 빌려주지 못한 업체들이 속출했다. 단기 렌터카 사업 비율이 80%에 육박하는 중소 렌터카 업체들의 타격이 가장 컸다. 제주도의 경우 작년 상반기 렌터카 예약률이 전년 대비 20% 수준으로 고꾸라졌다.

이렇게 혹독한 시장 상황에서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 살아나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스타트업 팀오투가 만든 앱 ‘카모아'다. 홍성주 대표는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렌터카를 빌리려면 해당 지역 업체들에 전화를 돌리거나 사이트를 하나씩 들어가서 봐야 했다”면서 “이를 앱 하나에서 모두 비교해보고 실시간으로 계약까지 할 수 있게 해놓은 것이 카모아앱”이라고 했다. 현재 카모아에서는 전국 중소 렌터카 업체 435곳이 제공하는 차량 3만3657대가 등록되어 있다. 이용자는 80만명에 달한다. 렌터카 업계 ‘배달의민족’인 셈이다.

◇영세 업체 디지털 전환 앞장

국내 렌터카 업계는 대기업 중심의 장기 렌터카 사업과 중소기업 중심의 단기 렌터카 시장으로 양분돼 있다. 정부가 지난 2018년 말 단기 렌터카 시장을 중소기업 적합 업종으로 지정하고 대기업의 신규 시장 진입을 막으면서 생겨난 구조다. 2020년 기준 롯데렌터카와 SK렌터카가 등록 차량의 40% 이상을 보유하고 있고, 이들을 포함해 상위 5개 기업의 점유율은 61%에 달한다.

나머지 39%의 시장을 지역 중소 업체 1000여곳이 나눠 갖고 있다. 카모아는 이 시장을 파고들었다. 중소 렌터카 업체들은 영세한 경영 때문에 모바일 앱은 고사하고 제대로 된 인터넷 서비스망조차 갖추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홍 대표는 “화이트보드에 수기(手記)로 기록하거나 엑셀 파일로 차량·예약 관리를 하는 것을 보고 놀랐다”고 했다. 통합 전산관리시스템(ERP)을 사용하면 되지만 월 30만~200만원의 적잖은 비용이 들어 엄두를 못 내는 업체가 많았다.

팀오투는 그래서 이 영세 업체들의 디지털화를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카모아 파트너스’라는 자체 ERP를 만들어 무료로 지원했다. 차량 입출고 관리, 렌터카 이용료 정산 등 렌터카 업체의 핵심 업무를 모두 지원한다. 이 과정에서 별도의 가입비나 기술 비용은 받지 않았다. 홍 대표는 “제휴사에서 받는 것은 (앱으로) 렌터카 예약이 체결될 때마다 받는 수수료뿐”이라고 했다.

◇중소 렌터카 업체 ‘불신’ 해소

중소 렌터카 업체들이 앱과 ERP를 모두 지원해주는 카모아 서비스와 앞다퉈 제휴를 하면서, 카모아는 서비스 시작 3년 만에 국내 렌터카 시장 점유율 6위에 올랐다. 상위 5개 기업은 모두 대기업 계열사와 여신금융회사다. 작년 총거래액은 161억원으로 전년(52억원) 대비 3배 이상으로 성장했다. 지난 3월에는 1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시리즈B 투자)도 받았다.

홍 대표는 “해외여행 길이 막히면서 국내 여행 붐이 일었던 것이 전화위복이 됐다”면서 “카모아를 통해 렌터카를 빌리는 20~30대 고객이 70~80%에 달할 정도로 젊은 고객이 많다”고 했다. 젊은 층 고객을 끌어들이는 데는 카모아의 ‘사용자 리뷰’ 기능이 큰 몫을 했다. 렌터카 이용자가 제휴사의 차량과 서비스를 직접 평가할 수 있게 한 기능이다.

소비자들이 리뷰를 보고 직접 업체를 선택할 수 있게 되면서 중소 렌터카 업체들에 대한 신뢰와 서비스 품질도 재고할 수 있게 됐다. 차량 관리 상태가 개선된 것은 물론이고, 가격 바가지나 불공정한 차량 수리비 청구 같은 문제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홍 대표는 “고객 대응 역시 업체로 넘기지 않고 우리 상담 직원이 직접한다”며 “이용자 불만이 접수되면 직접 업체에 확인하고, 중간에서 손해를 보더라도 중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서도 카모아로 차 빌린다”

팀오투를 설립한 홍 대표는 IT(정보 기술) 개발자 출신이다. 중앙대 전산학과(현재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하고, 1996년 게임 개발사 ‘온네트’를 창업해 블로그 전문 서비스 ‘이글루스’와 온라인 골프 게임 ‘샷 온라인’ 등을 내놨다. 샷 온라인의 흥행으로 2011년 기준 연 매출 240억원을 벌어들이는 등 중견 게임사 반열에 오른 온네트는 그해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에 인수됐다. 그 뒤 홍 대표는 카카오 자회사 다음 게임의 대표를 하다 2015년 퇴사, 곧바로 팀오투를 창업했다. 현재 팀오투에는 총 35명이 고 있다. 홍 대표는 “직원의 절반이 개발자로,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편리하게 쓸 수 있는 앱을 만드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말했다.

팀오투는 앞으로 카모아 앱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하는 것을 꿈꾸고 있다. 지난해 괌과 사이판 지역에 있는 한인 렌터카 업체 7곳과 제휴를 맺었고, 올 초에는 중화권 인기 여행 및 레저 예약 플랫폼 ‘클룩’과도 제휴를 체결했다. 홍 대표는 “동남아와 일본 등 해외 렌터카 업체와도 제휴를 추진하고 있다”면서 “머지않아 해외 어디서나 카모아로 렌터카를 빌릴 수 있게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WeeklyBIZ MINT를 이메일로 보내드립니다.

Newsletter 구독하기https://page.stibee.com/subscriptions/776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