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글로벌 증시는 함께 울고 웃었다. 지난해 3월 동시 폭락한 뒤 함께 반등했고, 코로나가 재확산하거나 백신 개발 소식이 들릴 때마다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 2월 중순 백신 접종에 따른 경기 정상화 기대감으로 미국 장기 국채 금리가 폭등할 때도 전 세계 증시는 함께 고꾸라졌다.
지난달부터 이런 선진국 증시와 신흥국 증시의 동조화가 깨졌다. 선진국 지수인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월드 지수’는 점차 반등하면서 이달 들어 고점(高點)을 회복한 뒤 상승세를 탔다. 반면 MSCI 신흥 시장(EM) 지수는 여전히 고점 대비 16%나 하락한 상태다.
투자 전문가들은 “글로벌 증시에서도 코로나 상황에 따라 회복 속도에 차이가 나는 ‘코로나 디바이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 현상은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께 본격적으로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들은 어떻게 투자 전략을 맞춰나가야 할까.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신흥국 리스크 커져… “백신 수급 보라”
백신 접종 속도가 빠른 미국 경제가 나 홀로 질주하면서, 전문가들은 “신흥국에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갈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 투자자들은 보통 금리가 낮은 미국에서 돈을 빌려 금리가 높은 신흥 시장에 투자해 이익을 낸다. 미국 경기가 좋아져 채권 금리가 급등하면 신흥국 자산은 투자 매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의 빠른 회복은 급격한 금리 상승을 유발해 금융 여건이 긴축되면서 신흥국에서 상당한 자본 유출이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실제로 이를 예견하는 듯한 현상이 나타났다. IIF(국제금융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개발도상국에서 51억6000만달러(약 5조7580억원)가 빠져나갔다. 지난해 9월 이후 7개월 만의 최대 규모다. 브라질, 터키, 러시아 등 신흥국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이탈을 막고 자국 통화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아직 백신 보급률이 낮아 경제활동 정상화까지 갈 길이 먼 신흥국이 금리를 올리면 투자가 줄어 경제가 더욱 나빠지는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2013년 신흥국 시장을 강타한 ‘테이퍼 탠트럼(taper tantrum·긴축 발작)’ 우려도 나온다. 글로벌 금융 위기 대응으로 양적 완화를 하던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양적 완화 축소를 시사하자 미 국채 금리가 폭등했고, 신흥국 증시는 폭락했다. 당시 신흥국은 이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렸다가 경기가 더욱 둔화했다.
미국 연준은 현재 “양적 완화를 지속하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 회복 속도와 물가 상승이 예상보다 빠를 경우 테이퍼링(양적 완화 축소) 시점이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전망이 적지 않다. NH투자증권 오태동 리서치센터장은 “앞으로 1년을 놓고 보면 경기가 좋아질 전망이 분명한 미국과 영국 등에 투자하는 편이 적절하다”고 했다.
미국에서 백신을 우선 공급받을 가능성이 큰 일본과 인도 역시 중기적 관점에선 긍정적인 주가 흐름이 기대된다. 지난 21일(현지 시각) 네드 프라이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캐나다·멕시코를 비롯해 쿼드 3국(일본·인도·호주)과 백신 수급 관련 협의를 했다”고 밝혔다. 신한금융투자 김성환 책임연구원은 “신속한 백신 보급이 이뤄진다면 현재 일본 증시의 발목을 잡는 내수 부진이 완화될 수 있고, 높은 잠재 성장성이 있는 인도 증시 역시 최근의 지지부진한 흐름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선진국 수요 관련 업종 골라야
전문가들은 투자 업종을 선택할 때에도 “코로나 디바이드를 고려해 선진국 수요와 밀접한 ‘경기 민감주’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JP모건의 마르코 콜라노비치 수석전략가는 최근 투자자노트에서 “미국과 유럽의 확진자 수가 줄어들고 백신 접종 속도가 빨라지면서 성장주와 경기 방어주에서 경기 순환주로의 움직임이 올해 초보다 더 크게 나타날 것”이라며 에너지·금융·소재·산업재 등을 수혜주로 꼽았다.
국내 주식에서도 선진국 소비 회복에 따라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중간재 투자가 추천됐다. 신한금융투자 최유준 수석연구원은 “선진국 수요 증가와 함께 주요 국가의 올해 재정 정책 핵심이 코로나 대응에서 성장 동력 확보로 이동하면서 IT(정보 기술) 부품, 화학·철강, 산업재, 자동차 등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한다”고 했다. NH투자증권 오태동 리서치센터장은 “1년 정도의 기간을 보면 코로나를 먼저 극복할 선진국 수요와 밀접한 반도체·자동차·철강 등에 투자하는 게 좋다”고 했다.
그동안 자산 상승 국면에서 소외됐던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미래에셋증권 서철수 리서치센터장은 “경기 정상화 국면에선 상업용 부동산 시장도 정상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리츠 투자 성과가 유망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마이클 애론 스테이트스트리트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전략가도 CNBC에 “경제 회복에 따라 쇼핑몰이나 사무실 같은 공간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물가 상승과 함께 임대료 및 부동산 가치가 오르면서 리츠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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