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킨 나녹스 CEO

나녹스(NANO-X)는 지난해 8월 미국 나스닥에 혜성같이 등장한 이스라엘 의료기기 벤처 기업이다. 나노 반도체 기반의 ‘나녹스 아크(Nanox.arc)’ 디지털 엑스레이 기술을 이용해 방사선 노출량은 30분의 1로, 촬영 시간과 가격은 10분의 1, 기기의 크기와 무게는 5분의 1로 줄어든 엑스레이 기기의 상용화를 준비하고 있다.

문제는 실현 가능성이다. 이 회사 주가는 상장 당일인 8월 21일 21.70달러(이하 종가 기준)에서 9월 11일 64.19달러로 195.8% 급등하며 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중국 루이싱 커피의 회계부정 사건을 들춰낸 미국 머디 워터스와 시트론 리서치 등 공매도 업체가 “나녹스 기술은 사기”라는 리포트를 내며 주가가 9월 30일 23.32달러까지 63.7% 폭락했다. SK텔레콤이 2300만달러(약 257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지며 ‘서학 개미(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한국 개인 투자자)’들이 한 달 만에 1500억원어치 가까이 매수했던 터라 우려가 컸다. 최근 주가는 30달러대에서 횡보 중이다.

Mint가 논란의 나녹스를 이끄는 란 폴리아킨 창업자 겸 CEO(최고경영자)를 화상으로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는 “지난해 11월 북미 방사선학회 콘퍼런스에서 기술을 시연했고, 4월엔 일부 품목에 미국 식품의약국의 시판 전 허가(FDA 510k)를 받았다”면서 “제품 출시로 (의혹이 틀렸음을) 증명하겠다”고 했다.

◇혁신적 기술, 여전한 의구심

란 폴리아킨 나녹스 CEO가 Mint와 화상 인터뷰에서 ‘나녹스 아크’의 핵심 부품인 엑스레이 발생 튜브를 들어 보이고 있다(위). 나녹스 측은 이 튜브로 기존보다 가격, 속도, 효율이 뛰어난 디지털 엑스레이 출시가 가능해졌다고 주장했다. 나녹스 측이 만든 시연 제품 ‘나녹스 아크 1.0′의 모델(아래). / 나녹스
나녹스 아크는 반도체를 이용해 실온에서 전자를 방출하고, 디지털 기술로 정교하게 엑스레이 신호를 제어할 수 있다.

나녹스의 기술이 의심을 받는 이유는 어찌 보면 간단하다. 지멘스나 GE 같은 업계 최고의 의료기기 업체도 해내지 못한 일이라서다. 폴리아킨 CEO 스스로 “(나녹스 기술은) 빌헬름 뢴트겐이 1895년 엑스레이 기기를 발명한 이후 126년 만의 혁신”이라고 했다. 시가총액 15억달러(1조6770억원) 규모의 기업에는 버거워 보인다. 연구 개발비도 많지 않다. 최근에도 한 매체가 “나녹스의 2020년 연구개발 비용이 1000만달러(111억원)가 안 된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나녹스의 기술이 혁신적이라는 근거는.

“조명에 비유하면, 백열전등이 LED(발광다이오드)로 바뀐 것과 같은 일을 엑스레이 기기에서 이뤄낸 겁니다. 기존 엑스레이 기기는 음극(Cathode)을 2000도 이상으로 달궈 여기서 방출된 전자로 방사선을 만드는 열(熱)음극 기술입니다. 반면 나녹스 아크는 반도체를 이용해 실온에서 전자를 방출하고, 디지털 기술로 정교하게 엑스레이 신호를 제어할 수 있습니다. 부피가 작아 생산 비용도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나녹스 아크는 전기장을 이용해 금속에서 전자를 방출한다. 열을 가하지 않는 이른바 냉(冷)음극 방식이다. 덕분에 기기의 수명도 100배 가까이 길다고 나녹스 측은 주장했다.

—연구 개발비가 너무 적다는 지적이 있다.

“애초에 소니(Sony)가 TV 화질 개선에 쓰려고 11억달러를 투자해 연구하던 것을 사들여 의료용으로 바꾼 겁니다. 이후 10년 넘게 회사의 재원 대부분을 연구·개발에 투자했습니다.”

나녹스에 대한 비판 중에는 “나녹스 파트너사 몇 곳의 실제 주소가 허위”라는 얘기가 있다. 대만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지의 주소지 사진을 공개했는데 허름한 길거리 가게거나 쓰러질 듯한 가건물이어서 논란이 일었다. 폴리아킨 CEO는 “아프리카 가난한 지역의 건물이 서울 같지 않아 보이는 건 당연하며, 이런 의혹들에 대해 진지하게 대응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언제쯤 상용화된 제품을 볼 수 있나.

“FDA 승인을 받은 것은 엑스레이 방출 튜브가 하나짜리(single source)입니다. 이게 총 5개 들어가는 다(多)튜브 제품(multi-source Nanox.arc)이어야 (CT 같은) 입체적 엑스레이를 찍을 수 있습니다. 나중엔 실시간 영상도 가능할 겁니다. 내년 1분기 말까지 기기 1000개를 생산하고, 2024년까지 1만5000개를 보급할 예정입니다.”

◇촬영료 받는 구독 모델 추진

—돈은 어떻게 버나.

“기기는 무료 보급하고 사용 건당 요금을 부과하는 구독 모델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량 생산하면 엑스레이 발생장치(튜브) 1개당 가격이 100달러(11만1700원)로, 기존 기기(약 5만달러·5585만원)의 500분의 1 수준입니다. 촬영 한 건당 14달러(1만5500원)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모인 촬영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모아, 원격 진료 시스템과 연결할 겁니다. 이게 또 다른 수익 모델이 됩니다. 의사가 직접 진단할 수도 있고, AI(인공지능)가 병을 찾아낼 수도 있습니다. 예방 의학 분야에서 높은 효율성을 창출할 수 있습니다.”

나녹스는 올해 초 용인 SK하이닉스 반도체 클러스터 인근에 1만1900㎡(3600평) 크기의 땅을 매입하고 나녹스 아크 기기의 핵심 부품 생산 공장을 짓기로 했다. 한국에 투자하는 금액은 총 4000만달러(444억원)다.

—한국에서 사업을 추진하는 이유가 있나.

“(기기에 필요한) 반도체와 (방사선 발생) 튜브를 값싸고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수십 년간 수백 만대를 만들 예정입니다. 한국의 유망 AI 기업들과도 협업 중입니다.”

—하필 SK텔레콤이 나녹스에 투자한 이유는.

“SK텔레콤은 혁신적인 5G(5세대 이동통신) 기술을 갖고 있지만, 아직 통신과 인터넷 서비스에만 활용하고 있습니다. 나녹스의 기술과 5G 기술을 연계해 활용할 기회가 있습니다. 게다가 (자회사인) SK하이닉스는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업체로, 나녹스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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