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 기사와 뉴스에서 매일같이 “세계 경제에 돈(유동성)이 많이 풀렸다”는 말이 나옵니다. 세계에 유통되는 돈이 얼마나 많기에 그럴까요. 일단 돈이라면 지폐와 주화(화폐)를 생각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1년 2월 말 기준 화폐 발행액은 총 154조원입니다. 하지만 커다란 한국 경제를 운영하기엔 턱없이 부족한 양입니다. 지갑 속 현금뿐만 아니라, 은행에 들어있는 예·적금, 증권사의 예탁·예수금, 각종 펀드, 보험과 채권 모두 유동성입니다. 이 중 요구불 예금 위주로 구성된 협의의 통화인 M1은 1232조원, 현금화가 다소 까다로운 채권까지 포함한 광의의 통화인 L통화의 규모는 5782조원에 달합니다.
중앙은행이 찍어낸 돈은 극히 일부인데, 나머지는 다 어디서 나왔을까요. 경제학 교과서는 “중앙은행이 돈을 만들어 유통시키면 가계와 기업이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는 과정에서 (돈이) 추가로 생겨나고, 이후 계속 유통·순환되면서 그 규모가 계속 커진다”고 설명합니다. 예컨대 내가 은행에 100만원을 예금하면 은행은 이 중 3만원만 남기고 97만원을 다른 사람에게 빌려줍니다. 그러면 내 예금 100만원이 남아있는 상태에서 다른 사람 주머니에 97만원이 더 생겨 통화량은 100만원에서 197만원으로 늘어납니다. 이런 식으로, 시중에 풀린 돈 대부분은 민간이 금융기관에서 창조한 것입니다. 물론 돈을 빌릴 때 금리라는 ‘돈 쓰는 값’을 내야 하니 무한정 통화가 늘어나지는 않습니다. 중앙은행은 시중금리를 기준금리 조정을 통해 움직입니다. 즉 중앙은행이 금리 정책을 통해 시중 유동성을 간접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와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에는 이런 중앙은행의 간접적 조절 방식이 제대로 통하지 않는 경우가 나타났습니다. 실물경제 위기로 가계와 기업의 파산이 늘어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내려도 대출이 쉽게 늘지 않습니다. 빌려주는 족족 부도가 날 것 같으니까요. 오히려 만기가 된 대출금을 더 회수하려 합니다. 이른바 ‘비 올 때 우산을 뺏는’ 일이 벌어집니다. 따라서 민간의 유동성이 크게 위축되고, 돈줄이 막힌 기업들이 줄도산하여 실물 경기가 더 나빠지는 일이 벌어집니다.
결국 일부 중앙은행은 기준금리를 최저 하한선인 0%까지 내린 것도 모자라 기업이나 금융기관의 채권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장에 돈을 직접 공급했습니다. 이것이 ‘양적완화’입니다. 일본과 유럽 중앙은행, 미국 연방준비제도 등이 이렇게 돈을 풀었습니다. 이렇게 적극적인 정책 대응 덕분에 과거처럼 경기가 장기간 침체되는 것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오르고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 가격도 급등하는 부작용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경기가 회복되면 이 중앙은행들은 그동안의 직접적인 공급 방식을 중단하고 다시 간접적 조절 방식으로 복귀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경기와 물가의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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