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5년 역사의 미국 크루즈 여행사 ‘노르위전 크루즈 라인 홀딩스(노르위전 크루즈)’는 지난해 40억달러(약 4조50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신종 코로나 사태 장기화로 해외여행이 전면 중단되면서 전년 대비 매출이 52억달러, 약 80%나 증발한 탓이다. 전례 없는 위기에 작년 3월 말부터 수개월간 직원 임금도 20% 삭감했다.
이 와중에도 회사 경영진의 연봉은 더 늘어났다. 노르위전 크루즈 CEO(최고경영자) 프랭크 델 리오의 작년 연봉은 3636만달러(약 409억원)로, 2019년 1781만달러의 두 배 이상 늘어났다. CFO(최고재무책임자)와 선박운영담당 부사장의 연봉도 전년 대비 각각 44.7%, 71.3% 올랐다. 신종 코로나로 인한 고통은 직원들이 분담하고, 고위 임원들은 돈 잔치를 벌인 셈이다.
이는 노르위전 크루즈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미국 시장조사 기업 마이로그IQ가 미국 대표 주가지수 S&P500에 속한 주요 기업 CEO들의 연봉을 분석해 보니, 322명 중 206명(63.9%), 3명 중 2명꼴로 연봉이 올랐다. 이들이 받은 연봉의 중간값은 1372만달러(약 153억4000만원)로 2019년의 1277만달러보다 95만 달러(약 10억6000만원) 더 늘어났다.
이는 CEO 연봉의 구조가 일반 직원과 다른 데 기인한다.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대부분의 대기업 CEO 연봉에서 급여의 비율은 10% 미만으로, 주식 상여금과 성과급(Cash bonuses)이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했다. 임원들이 임금(기본급)을 삭감하거나 반납해도, 전체 연봉에 미치는 타격은 극히 미미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노르위전 크루즈 CEO의 경우 기본급은 153만달러(약 17억1000만원)로 전체 연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4.2%였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기업 평가 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중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294개 기업 임직원의 지난해 급여를 전수조사해보니, 임원과 일반 직원의 임금 격차가 1년 새 더 커졌다. 2020년 미등기 임원과 등기이사의 평균 연봉은 각각 평균 3억5890만원, 8억7010만원으로 직원 대비 각각 4.4배, 10.7배 많았다. 2019년의 4.3배(미등기 임원과 직원), 10.3배(등기이사와 직원)보다 늘어났다. CEO스코어 측은 이와 관련 “직원 연봉이 전년 대비 3% 오를 때, 미등기 임원과 등기이사 연봉은 각각 4.7%, 7.3% 올랐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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