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헬스케어 업체 스펙트라 사이언스(Spectra Science)의 주가 그래프는 흡사 옆으로 앉은 고양이 모습이다. 1월 28일 하루 동안 주가가 0.0009달러(1.01원)에서 0.0024달러(2.69원)로 166% 상승했다가, 다음 날 0.0010달러(1.12원)로 58% 하락하며 하늘로 치솟은 꼬리가 만들어졌다. 주가는 2월 9일 다시 0.0025달러(2.80원)까지 올라가 전고점을 찍더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의해 거래가 중단되면서 약 보름간 0.0022달러(2.47원)를 유지했다. 2월 26일, 거래가 재개되자 주가는 0.0001달러(0.11원)로 수직 하락했다.

요즘 미국에서 개인 투자자의 인기 투자 대상이 된 ‘동전주(penny stock·주가 1달러 미만 주식)’의 전형적 사례다. 한국 돈으로 치면 주당 몇십, 몇백원짜리 주식이다. 재무정보 공시 등의 규제가 약한 장외 시장에 많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기구에 따르면 지난 2월 장외 시장에서 성사된 거래 건수는 총 1조9000억 건으로 1년 전보다 20배 이상 늘었다. 이 중 상당수가 동전주로 추정된다. 게임스톱 같은 밈 주식(meme stock·소셜 미디어에서 화제가 된 주식)과 비트코인 같은 가상 화폐에 이어 동전주까지, 일확천금을 노린 일부 투자자가 돈 되는 데라면 앞뒤 안 가리고 뛰어드는 분위기가 여기로도 옮겨붙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높은 변동성이 투자자 유혹

동전주는 시가 총액이 작아 주가 변동이 극심하다. 상·하한가 제한이 없는 미국 증시 특성상 하루 만에 수백% 올랐다가, 곧바로 10분의 1 토막이 날 수도 있다. 투자자들은 역설적으로 이런 점을 노린다. 급등세를 타고 ‘한방’을 거두겠다는 생각으로 동전주를 찾아다닌다. 급등락 이유도 황당할 때가 많다. 4월 5일 현재 0.29달러인 ‘줌 테크놀로지’ 주가는 작년 3월 20일 20.90달러까지 치솟았다가 한 달도 안 돼 1000분의 1인 0.02달러로 급락했다. 화상 회의 소프트웨어 ‘줌’을 만든 ‘줌 비디오 커뮤니케이션’과 이름이 비슷해 매수세가 몰렸다가, 줌과 아무 상관이 없다는 것이 밝혀지자 썰물처럼 투자자가 빠져나갔기 때문이다.

이런 특성 때문에 동전주 투자는 투기·도박과 다름없는 ‘초(超)고위험’ 상품 취급을 받는다. “사기에 이용될 위험이 높다”는 지적도 많다. 경쟁력 없는 회사의 주가가 아무 이유 없이 올랐다가 꺼지는 사례도 자주 나온다. 그 배경엔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동전주 매수를 부추기는 ‘세력’들의 움직임이 있다. 소셜미디어에서 활동하는 자칭 투자 전문가와 정체 불명의 기관들이 있고, 아예 동전주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매체도 등장했다. 스펙트라 사이언스가 거래 중단된 것도 소셜미디어를 통한 ‘작전’ 의심을 사서다. 이 회사는 2017년 이후 분기별 재무 보고서를 제출하지 않은 부실 업체였다.

◇“손실 피하기 어렵다” 경고 잇따라

동전주 붐은 금융 시장 건강도의 적신호로 받아들여진다. 비영리단체인 건강한시장협회(HMA) 타일러 갤러시는 뉴욕타임스에 “요즘 아마추어들의 소규모 거래(동전주 거래) 급등을 보면 1920년대 대공황 직전이 연상된다”고 했다. 당시 미국 주가는 다우지수 기준 89% 급락했었다. 조지타운대에서 증권규제학을 연구하는 우르스카 벨리코니야 교수는 “(동전주 시장은) 상어들이 가득 찬 물웅덩이일 뿐이며 부주의한 사람들이 잡아먹히러 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 투자 자문기업 모틀리 풀도 “장기적으로 거의 항상 손실을 입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국 시장에서도 1000원 미만 동전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종잣돈 4억원으로 500억원을 만들어 ‘수퍼개미’로 불리는 김봉수 카이스트 명예교수는 “특례로 상장했지만 몇 년째 실적이 부진해 동전주가 된 경우가 많다”며 “일반인들이 이런 종목의 실제 가치를 판단하긴 어려우므로 투자에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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