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 양변기의 앉는 커버(변기 좌대)를 둘러싼 논쟁은 남녀가 함께 사는 가정이라면 피할 수 없는 다툼 중 하나다. 여성은 남자들이 소변을 본 뒤 좌대를 올려놓고 가버리는 것이 못마땅하고, 남자는 소변을 볼 때마다 여성이 내려놓은 좌대를 올리기가 짜증 난다. 신종 코로나 사태로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면서 이런 다툼도 더 늘어났다고 한다. 양변기 형태가 바뀌거나, 집에 남성용 소변기를 따로 두지 않는 한 이 논쟁은 계속될 테다. 뭔가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해법은 없을까.

이 문제를 연구한 경제학자가 있다. 미시간주립대 경제학과 최재필 교수가 지난 2011년 ‘올릴 것인가, 내릴 것인가: 남성 경제학자의 화장실 좌대 에티켓에 대한 성명’이라는 논문을 통해 그 나름의 해법을 제시했다. 이 논문은 경제학계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학술지 ‘이코노믹 인콰이어리(Economic Inquiry)’에 실렸다.

화장실 이용자의 고민은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남성은 소변을 본 뒤 변기 좌대를 올려놓은 채로 그냥 둘지, 아니면 여성(아내나 딸, 어머니)을 위해 내려놓을지 선택하는 일이다. 여성도 마찬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이때 변기 좌대를 그대로 두면 자신의 수고가 안 들어가는 장점이 있다. 좌대를 올리거나 내리면 작을지언정 약간 수고(비용)가 든다.

최 교수는 복잡한 수식으로 가득한 7쪽짜리 논문을 통해 “각자가 변기 좌대를 쓴 대로 두는 것이 사회 전체로 보면 효율적”이라고 결론 내렸다. 증명 과정은 복잡하지만, 핵심은 간단하다. 남성이 화장실을 쓴 다음, 여성이 아닌 남성이 다시 쓸 수 있다. 여성도 마찬가지다. 이때 변기 좌대를 들거나 내려놓는 노력은 불필요한 비용을 초래한 꼴이 된다. 내 수고가 무용지물이 될 뿐만 아니라, 같은 성이 뒤이어 들어왔을 때 또 좌대를 움직여야 하는 추가 비용을 초래한다. 이런 일이 쌓이면 사회 전반에 비효율이 발생(비용 증가)한다.

최 교수의 연구는 우리 사회 전체의 효율성을 어떻게 끌어올릴 수 있는가에 대한 힌트를 준다. 사람들이 함께 쓰는 여러 자원을 어떤 상태로 두어야 할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경우가 의외로 많다. 실제로 엘리베이터는 움직이지 않을 때 1층과 꼭대기층, 가장 마지막에 섰던 층 중 어디에 머물도록 정해두는 게 가장 편리할지에 대한 논쟁이 있다. 또 여럿이 함께 쓰는 자동차의 운전자 좌석은 다른 운전자를 배려해 적절한 위치로 만들어놓고 내려야 할지, 헬스장에서 운동 기구를 쓴 다음에 설정을 그냥 두어야 할지 아니면 원상태로 돌려놓아야 할지 등등 비슷한 문제가 많다.

최 교수 논문은 해법을 이렇게 정리한다. “사회적 규칙은 집단적 최적화 도구로, 가격 시스템이 적용될 수 없다. 이용자 사이에 좌대 위치를 바꾸는 데 드는 수고(불편 비용)의 큰 격차가 있지 않는 한, 본인이 가장 편한(이기적) 선택을 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경제학적으로 그렇다는 얘기다. 인간 사회는 경제학 수식보다 훨씬 입체적이라, 더 간단한 해법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화장실 청소를 하는 사람이 변기 좌대를 두는 방식을 정하도록 하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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