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NH투자증권·그래픽= 김의균

“쿠팡이 아마존과 같은 ‘1조(兆)달러’ 기업이 될 것이란 생각은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숫자(flimsy numbers)에 기반한 것이다.”

최근 미국 뉴욕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국내 최대 인터넷 쇼핑 기업 쿠팡에 대한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FT)의 평가다. 이 회사는 지난 11일 상장 첫날부터 주가가 40% 넘게 급등해 49.25달러에 마감하면서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지난 2주간 주가는 꾸준히 40달러대를 유지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90조원(23일 기준)으로 국내 기업 중 삼성전자(482조원), SK하이닉스(96조원) 다음으로 크다.

증권가에는 쿠팡이 상장을 통해 확보한 5조원을 공격적으로 재투자해 ‘제2의 아마존, 알리바바’로 거듭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많다. 반면 ‘거품론'도 만만치 않다. 국내 인터넷 쇼핑 시장의 치열한 경쟁 구도, 쿠팡이 일각에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흐름에 역행한다는 비판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기업 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쿠팡의 매출액 대비 시가총액 배율(PSR)은 아마존(3.3배)보다 높은 3.6배 수준이다.

◇성장 가능성에 대한 이견

쿠팡을 둘러싼 논쟁의 핵심은 ‘쿠팡이 앞으로 얼마나 성장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다. 쿠팡은 2010년 창사 이래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대규모 적자를 내왔다. 하지만 쿠팡을 현재 실적으로만 가치 평가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는 말도 나온다. 김연학 서강대 초빙교수(기술경영전문대학원)는 “미국 전기차 업체 테슬라의 시가총액이 세계 10대 자동차 회사들의 합보다 큰 것처럼, 쿠팡과 같은 성장 기업은 ‘미래 가치’를 봐야 한다”고 했다.

쿠팡의 미래를 밝게 보는 전문가들은 “쿠팡의 적자 행진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가 되기 위한 불가피한 과정이며, 재무 여건은 계속 개선되고 있다”고 본다. 삼성증권 박은경 연구원은 “적자를 내면서도 쿠팡의 영업 현금 흐름은 지난 2019년 4분기에 처음 흑자 전환한 이래 지난해에는 그 기조가 완전히 굳어지는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 사태에 따른 비대면 수요 폭발로 매출액이 전년 대비 90% 넘게 늘어난 것도 쿠팡의 성장세를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쿠팡의 성장률(91%)은 아마존(38%), 알리바바(30%), 이베이(19%) 등 글로벌 유통 공룡들을 압도한다.

일부 전문가는 그러나 “시장 기대만큼 쿠팡이 성장하는 것은 무리”라는 의견도 내놓는다. 인터넷 쇼핑 비율이 40%에 가까운 한국의 유통 시장 상황, 네이버와 신세계 SSG 등 강력한 라이벌들이 쿠팡을 압박하는 점 등이 거론된다. 김연학 교수는 “쿠팡의 지난해 매출 성장률이 90%가 넘는다고 하지만 거래액 성장률은 29%로 네이버(35%)보다 낮다”고 했다.

미국 아마존과 중국 알리바바는 시장점유율이 각각 47%, 56%에 달해 독과점적 지위에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20% 미만의 점유율을 가진 업체들이 난립해 있다. 쿠팡이 지배적 사업자가 되지 못하면 그야말로 피 튀기는 저가 경쟁을 벌여야 해 이익을 많이 내기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 쿠팡의 시장점유율은 13%로 네이버(17%)에 이은 2위였다. 서지용 상명대 교수(경영학부)는 “현재 시장의 평가에 부합하려면 EBITDA(법인세·이자·감가상각비 차감 전 이익)가 6조~7조원은 나와야 하는데 지난해 쿠팡의 EBITDA는 3300억원 적자였다”고 했다.

지난 11일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쿠팡 광고가 실린 모습. /연합뉴스

◇노동 환경 둘러싼 논란도

쿠팡은 전국 30도시에 100곳 남짓 포진한 물류센터를 앞으로 늘리고, 풀필먼트(배송·포장·재고 관리를 한 번에 하는 것) 시스템을 대폭 업그레이드해 경쟁자들의 추격을 뿌리치려 한다. 이 회사가 상장을 위해 제출한 증권 신고서에 따르면 현재 국내 인구의 70%는 쿠팡 물류센터에서 약 11km 이내에 살고 있다. 촘촘한 ‘거미줄’ 물류망을 갖춘 것이다.

재구매율이 90%에 이르고 활성 고객(1480만명)의 32%가 유료 회원일 만큼 충성도 높은 고객이 많다는 점도 쿠팡이 ‘믿는 구석’이다. 현대경제연구원 최양오 고문은 “(여러 장점을 바탕으로) 쿠팡이 올해 ‘흑자’를 낸다면 성장성에 대한 의구심을 씻을 수 있다”며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 투자 없이도 사업이 지속 가능한지를 증명해야 한다”고 했다.

열악한 노동 환경을 쿠팡의 ‘아킬레스건’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지난 1년간 쿠팡 근로자 8명이 사망했고, 정치권과 노동계는 과로가 주원인이라고 주장한다. 택배 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과로사 대책을 쿠팡에 여러 차례 요구했으나 반영되지 않았다”며 “정부가 쿠팡을 ‘중대 재해 다발 사업장’으로 지정하고 특별 근로 감독을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통 업계에선 이 밖에도 쿠팡이 판매 수수료를 갑자기 올리고, 가짜 제품이 판치는 것을 방관하며, 입점 업체들이 판매하는 상품과 유사한 PB(자체 브랜드) 제품을 만들려고 한다며 비판 수위를 높이고 있다. FT와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쿠팡을 둘러싼 여러 의견을 소개하며 “쿠팡의 장기 성장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주장했다. 강한승 쿠팡 대표는 근로자 사망 논란에 대해 “근로자들의 안전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며 “그 문제에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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