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김성규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중앙은행 발행 가상화폐)의 등장과 함께 이는 가장 큰 궁금증은 CBDC가 과연 비트코인을 ‘디지털 휴지 조각’으로 만들 것인가 하는 것이다. 비트코인은 민간에서 만들었다는 속성 때문에 정부의 화폐 주권에 위협이 된다. 상당수 국가 정부와 중앙은행이 비트코인에 비판적인 것도 이 때문이다. 비트코인에 돈이 몰리고, 범죄 자금이 유통되면서 건전한 기업 활동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수도 있다.

이런 와중에 CBDC를 도입하려는 움직임은 점점 빨라지고 있다. 국제결제은행(BIS)은 최근 설문조사를 통해 “전 세계 중앙은행 10곳 중 2곳이 3년 내 디지털 화폐를 발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경제학계 일각에서는 “CBDC가 나오면 비트코인 같은 가상화폐가 ‘디지털 수집품’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 반면, 가상화폐 업계에선 “CBDC와 민간의 가상화폐는 특성과 용도가 다르다”면서 “두 화폐가 공존하게 될 것”이라고 맞서고 있다.

◇비관론 “CBDC로 비트코인은 소멸”

비트코인의 치명적인 약점은 가치가 널뛴다는 것이다. 공급이 크게 늘지 않는 상황에서 투기에 의해 수요가 급등락하기 때문이다. 불과 하루 사이에 10~20% 넘게 가치가 급등락하는 날이 수두룩하고, 때때로 그 이유도 불분명하다. 거래할 때마다 발생하는 수수료도 걸림돌이다. 현 시스템상에선 달러나 원화를 비트코인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거래소를 거치기 때문에 거래액의 0.04~0.05%가 수수료로 나간다. 소액 결제 시 기존 화폐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 하고, 거래량이 많아지면 수수료가 오르기도 한다.

이처럼 안정적인 가치 척도 및 지불 편의성이라는 화폐의 기초적 기능에 결함이 있어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경제학계의 평가다.

이처럼 안정적인 가치 척도 및 지불 편의성이라는 화폐의 기초적 기능에 결함이 있어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를 대체할 수 없다는 것이 기존 경제학계의 평가다. 실제로 상당수 경제학자가 “CBDC가 등장하면 비트코인은 설 자리를 잃는다”고 본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CBDC는 미래의 모든 가상화폐를 대체하게 될 것”이라며 “일부 광신도들이 CBDC의 등장을 ‘비트코인의 승리’라고 여기지만, 내 전망은 정반대”라고 말했다. 짐 오닐 영국 왕립경제연구소 소장도 “비트코인은 오로지 투기 목적을 위한 자산”이라며 “화폐를 대체할 가능성은 없다”고 했다.

일부 국가들이 비트코인 등 민간의 가상화폐를 퇴출하는 것도 비트코인의 장래를 어둡게 한다. 중국은 지난 2017년 9월 가상화폐의 신규 발행과 거래를 전면 금지한 데 이어, 올해 초에는 중국 네이멍구(內蒙古)자치구의 가상화폐 채굴장을 4월 말까지 전면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인도 정부는 또 가상화폐의 거래는 물론, 보유까지 불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인도엔 약 800만명이 14억달러(약 1조5926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으로 추산된다. 프란치스코 블랑슈 뱅크오브아메리카 연구원은 “비트코인의 돈세탁 우려, 채굴에 따른 환경 비용 등 여러 요소를 감안할 때 규제는 지금보다 더 많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낙관론 “CBDC와 비트코인 공존 가능”

그러나 CBDC의 시대가 와도 비트코인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만만치 않다. 인류 역사에서 민간과 국가의 화폐 발행이 상당 기간 공존했다는 것이다. 미국은 1863년 이전까지 정부가 아닌 민간은행들이 화폐를 자유롭게 발행했다. 호주와 스코틀랜드 등 상당수 국가도 20세기에 들어서야 정부가 화폐 제조를 독점했다. IMF의 토비어스 에이드리언 금융자본시장국 국장은 “민간 회사들이 중앙은행 화폐보다 더 편리한 지불·결제 수단을 발명해내면서 민간의 혁신과 중앙은행의 법정화폐가 공존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통화정책 관료들도 가상화폐의 급격한 몰락을 바라지는 않는 분위기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최근 “CBDC와 기존 현금이 공존하면서, 혁신적인 결제 시스템을 만들어내는 것이 주된 목표”라며 “(CBDC를 도입하려면) 의회와 정부, 광범위한 대중으로부터 인정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비트코인 업계는 CBDC의 등장이 비트코인의 ‘승리’라는 주장도 한다. 가상화폐 투자사인 퍼스트블록의 창업자 마크 반 데 치즈는 Mint 인터뷰에서 “CBDC의 등장은 디지털 화폐 사용을 보편화해 사람들이 비트코인에 더 익숙해지게 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이 CBDC와 달리 비트코인이 ‘디플레 화폐(시간이 흐르면 가치가 오르는 화폐)’라는 점을 깨달으면 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을 쓰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비트코인 강세론자는 CBDC 도입 소식에도 가격 전망을 높여 잡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백악관 대변인이었던 앤서니 스카라무치 스카이브리지 캐피털 대표는 올해 전망치를 10만달러(약 1억1285만원)로 제시했다. 캐시 우드 아크자산운용 CEO는 한술 더 떠 “비트코인 가격이 25만달러(약 2억8212만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미국 기업이 현금의 10%를 비트코인에 투자했을 경우의 전망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