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현 기자

지난해 유통 분야를 담당하면서 서울 강남 지역 백화점 직원에게 들었던 이야기가 기억납니다. 그는 “요즘 해외 명품 매장에 10대 고객들이 상당히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제는 20~30대를 넘어, 아직 스스로 돈을 벌 능력도 없는 청소년들이 엄마 카드를 들고 오거나, 어른들에게 받은 ‘세뱃돈’과 용돈을 모아와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옷과 신발을 사려 한다는 겁니다.

당시에는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힙합 가수들이 유행시킨 부(富)를 과시하는 ‘플렉스(flex)’ 문화가 지나치게 퍼진 정도로만 여겼습니다. 하지만 이번 취재를 통해 그런 행태가 나타나는 명품 시장의 메커니즘을 어느 정도 이해하게 됐습니다. ‘중고나라’나 ‘당근마켓’ 같은 온라인 중고 거래 플랫폼에 들어가 보면 마치 생활용품처럼 명품을 사고파는 10~30대가 넘쳐납니다. 어떤 에르메스 백은 현재 판매가와 같은 1100만원에 올라와 있습니다. 한정판 제품은 웃돈을 얹는 경우도 흔합니다. ‘샤테크(샤넬+재테크)’ ‘롤테크(롤렉스+재테크)’란 신조어가 생겨난 배경일 겁니다.

중고 명품 거래의 활성화는 명품 소비 대중화에 큰 몫을 했습니다. 한번 사면 그것으로 끝인 ‘사치품’이 아닌 언제든 되팔 수 있는 ‘자산’이 된 명품은 이 시장에 대한 심리적 진입 장벽을 크게 낮춥니다. ‘베블렌 효과’에서 언급하는 유한계급이 아니더라도 명품을 살 수 있는 명분과 실리가 생겨난 겁니다.

에르메스나 샤넬, 루이뷔통 같은 럭셔리 브랜드가 불황에도 가격 인상 행진을 멈추지 않고, 계속 매출 기록을 경신해 가는 메커니즘이 비로소 납득이 갑니다. 명품 대중화가 달갑지 않은 부유층에겐 ‘더 비싼 것을 사고 싶다’는 과시적 소비 욕구를, 일반 소비자들에겐 중고 가격 상승에 따른 투자 욕구를 자극하기 때문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