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글로벌 게임 업계가 한 중국산 게임 때문에 술렁였다. 미호요(miHoYo)란 중국 게임 업체의 ‘원신’이란 게임이 출시 한 달 만에 2억4500만달러(약 2700억원)를 벌어들이며 전 세계 모바일 게임 매출 1위를 차지하면서다. 중국 게임은 14억 인구의 내수 시장 덕분에 국내 출시만으로 으레 세계 매출 상위권을 차지한다. 하지만 원신은 달랐다. 이 게임은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150국에 동시 출시했고, 매출 중 67%를 국외에서 벌어들였다. 미국과 한국의 쟁쟁한 게임들을 제치고 글로벌 게이머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원신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유려한 그래픽과 방대한 가상 세계를 구현해 냈다. 게다가 PC와 스마트폰뿐 아니라, 가정용 콘솔(플레이스테이션)로도 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으로 나왔다. 한국 내 중견 게임 업체 대표는 “원신에선 (중국 게임의 특징인) 조잡한 그래픽과 천편일률적 시스템을 찾아볼 수 없었다”면서 “중국 게임 산업 수준이 이렇게 올라와 새삼 놀랐다”고 말했다.
올해 세계 게임 업계를 휩쓸 가장 중요한 키워드는 중국 게임의 부상이다. 중국 게임 업계는 더 이상 해외에서 인수한 게임 제작사들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중국 토종 개발사가 탄탄한 개발 능력과 국제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든 게임이 세계인을 매료하고 있다. Mint가 올해 괄목상대할 중국 게임의 변화를 추적해봤다.
◇모바일로 ‘굴기’한 중국 게임
현재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 매출 상위권에서 중국 게임이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30%에 이른다. 원신을 비롯, ‘명일방주’와 ‘AFK아레나’ 등 자체 IP(지식재산권)를 갖고 바깥에서 인정받는 중국 게임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게임 업계에선 “한국 게임을 베껴 가던 중국 게임들이 이제는 (한국 업계의) 벤치마킹 대상이 됐다”는 말까지 나온다.
중국 게임 산업은 모바일 게임의 확산을 통해 굴기(崛起)했다. 2010년 글로벌 게임 시장의 10.1%에 불과했던 모바일 게임 산업의 비율은 지난해 42.5%로 급성장했다. PC게임과 닌텐도·플레이스테이션 등 콘솔 게임을 제치고 게임 시장의 주류가 된 것이다. 중국 게임 산업은 이러한 변화에 올라탔다. 2019년 기준 중국 게임 산업의 총매출은 349억600만달러(약 37조9600억원)로, 2011년 대비 5.6배가 됐다. 이 중 58.5%가 모바일 게임이다.
모바일 게임은 콘솔·PC게임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기술력과 적은 재원으로도 개발 가능하다. 게임 제작 기술과 경험이 부족했던 중국의 게임 산업에 큰 기회였다. 위정현(중앙대 교수) 한국게임학회장은 “중국 개발자들은 과거 (중국 소득이 낮았던 시절) 사양이 떨어지는 구형 PC에서도 잘 돌아가는 웹 게임을 개발하며 기술을 축적해 왔다”며 “덕분에 (PC와 콘솔보다 제약이 많은) 모바일 기기용 게임 개발에 쉽게 적응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했다.
◇'反게임 정책'이 경쟁력 높여
중국 정부의 반(反)게임 정책도 중국 게임 산업의 실력을 높이는 데 한몫했다. 중국 정부는 최근 4년간 아동·청소년 보호를 명분으로 게임 산업을 규제했다. 새로운 게임에 대한 유통 허가증인 ‘판호(版號)’ 발급 중단이 대표적이다. 중국 정부가 발급한 판호 총량은 2017년 9368건에서 2020년 상반기 기준 609건으로 급감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중국 게임의 해외 진출을 촉진했다. 내수 시장이 닫히자 살아남고자 해외로 나간 것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가 2018년 국무원 직제 개편을 이유로 9개월간 판호 발급을 중단하자, ‘태오회권’이라는 중국 게임이 미국의 온라인 게임 플랫폼 ‘스팀’으로 진출해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중국 게임공작위원회(GBC)에 따르면 중국 게임의 해외 매출 성장률은 2017년 14.4%에서 2020년 33.25%까지 치솟았다. 2020년 중국 게임 해외 매출액은 154억5000만달러(약 16조9000억원)로 2017년 대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콘솔·PC 게임까지 넘본다
중국 게임 업계는 이제 한 단계 높은 기술과 자금력이 필요한 콘솔과 PC 게임도 넘보는 수준이다. 중국 1·2위 게임 업체 ‘텐센트’와 ‘넷이즈’는 물론 소규모 독립 개발사들도 콘솔 게임 개발에 뛰어들었다.
콘솔용 액션 RPG(역할 수행 게임) ‘블랙 미스: 오공’은 ‘서유기’ 기반 스토리에, 중국 게임 답지 않은 캐릭터 디자인과 뛰어난 그래픽, 화려한 액션으로 유명해졌다. 북미 유명 게임 웹진 ‘IGN’이 공식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영상을 공개하자 730만이 넘는 조회 수를 기록했고, 유명 콘솔 게임 ‘갓 오브 워’의 총괄 감독 코리 발록도 해당 영상에 대해 “근사하다”는 평가를 남겼다. 이 게임은 텐센트 출신 개발자들이 모여 만든 독립 개발사 ‘게임 사이언스 스튜디오’에서 2년째 개발 중이다.
중국의 세계 게임 시장 점유율은 2019년 기준 18.7%로, 1위 미국(20.1%)을 턱밑까지 추격했다. 반면 2000년대 온라인 게임 강국으로 부상했던 한국은 최근 10년간 점유율 5~6%대로 점유율 4~5위를 오가며 제자리걸음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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