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미국의 선거 결과는 투자자들에게 이른 크리스마스 선물을 안겨줬다. 뜬금없지만 미국 정계가 ‘그리드록(gridlock)’ 상태가 될 것이 확실해 보이기 때문이다. 선거일 이후 미국 증시는 12%, 한국은 이보다 높은 20%가 상승했다. ‘그리드록’이란 양측의 힘이 비등해서 정책을 쉽게 추진하지 못하는 상황을 뜻한다. ‘그리드록의 법칙’은 명확하다. 그리드록은 금융시장에 미치는 불확실성을 줄이고, 주가는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미국의 전문가들은 조지아주(州)에서 시행되는 상원의원 2석에 대한 결선 투표에 주목하고 있다. 공화당이 이긴다면, 아주 근소한 차이로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게 된다. 반대로 민주당이 이기면 상원은 ‘50대50’이 되어 부통령 당선인 커밀라 해리스가 결정권을 갖게 된다. 어떤 경우에도 상원은 그리드록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미국 민주당은 대체로 부의 재분배를 위한 높은 세율을 옹호한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의 진보적 과세 및 지출 확대 정책과 유사하다. 하지만 그리드록 상황은 이런 정책을 밀어붙이기 어렵게 만든다. 미국 투자자들은 그래서 그들을 ‘반기업’이라 간주한다. 주가엔 나쁜 영향을 끼치는 변수다.
그러나 이런 표면적 분석은 틀릴 가능성이 크다. 민주당이 조지아주의 상원 두석을 모두 차지하더라도, 이는 근소한 차이로 거둔 승리일 확률이 높다. 민주당이 원하는 당파적 법률을 통과시키려면 최소한 민주당 내부의 만장일치가 필요한데, 민주당은 첨예한 논란이 되는 안건에 대해 의견 일치가 되어본 적이 별로 없다. 비슷한 일이 하원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민주당은 하원에서 지배력을 확보하길 원했지만, 오히려 7석을 잃었다. 이것이 바로 ‘그리드록’이다.
수십 년간 정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지켜보면서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유 경제에서 주식 시장은 입법 위험이 낮을 때, 즉 파격적 입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작을 때 가장 잘 굴러간다는 것이다. 경영진들과 투자자들이 계획할 수 있게 예측 가능성이 늘어나고 걱정할 만한 ‘와일드 카드(wild card)’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대규모 입법은 일반적으로 새 대통령의 취임 초기에 발생한다. 이 시기는 정치적 활력이 넘쳐날 때다. 예를 들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2017년 감세 정책과 오바마 대통령의 2010년 ‘오바마케어’(전 국민 건강보험) 정책은 모두 취임 초기에 시행됐다.
트럼프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여당이 의회를 장악했던 재임 첫해 주가는 상승했지만 큰 폭은 아니었다. 1925년 이후 축적된 데이터를 보면, 미국 주가는 대통령의 취임 첫해와 두 번째 연도에 상승할 확률이 각각 58%와 63%다. 전체적으로 한 해에 수익이 날 확률인 74%보다 한참 낮은 수치이다. 정책의 변화에 대한 두려움의 결과다.
여당이 지속적으로 의회에서 권한을 잃어갈 즈음 중간선거가 도래한다. 이는 상대적 혹은 절대적 그리드록의 토대가 된다. 그간의 결과는 이랬다. 미국 주가는 대통령 재임 3년 차와 4년 차에 상승할 확률이 각각 92%, 83%였다. 재임 기간 중 가장 높은 수익률 중간값도 이때 나왔다. 3년 차와 4년 차에 이 확률은 각각 23%와 12%다. 현재는 어떠한가? 중간선거를 기다릴 필요도 없다. 아예 시작점부터 그리드록에 직면해 있다.
한국 시장은 1992년에 해외 투자자에게 시장을 개방했고 국제 동향이 주가에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후 한국 시장은 미국 주가와의 상관계수가 0.44로 나타난다. -1.0은 완전히 반대로, 1.0은 완전히 동일한 움직임을 나타낸다는 뜻이다. 이렇게 보면 두 시장은 꽤 비슷하게 움직인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상관계수는 더욱 올라갔다. 일부 전문가는 북한에 대한 바이든의 정책 등에 대해 떠들 것이다. 하지만 주식 시장엔 그보다는 이러한 역사의 큰 흐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미국의 정치는 주식 시장에 영향을 주는 여러 요소 중 하나다. 하지만 미국의 격렬한 선거 이후에 찾아온 안도감은 세계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인 바람으로 작용할 것이다. 한국도 그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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