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식품업계가 ‘성분표’에서 지우기 바쁜 성분이 있다. ‘설탕’이다. 수년째 저당(低糖) 열풍에 희생되어 온 잼, 초콜릿, 탄산음료 같은 먹을거리는 기본이다. 고추장, 된장, 김치 등 그간 단맛과는 별 상관없어 보였던 것들까지 ‘무설탕’ 간판을 줄줄이 달고 나왔다. 인터넷 쇼핑몰 위메프가 집계해 보니 지난 7~10월 ‘무설탕’을 앞세운 저당 식품 숫자가 전년 대비 무려 1437% 증가했다.
이유가 뭘까. 유통업계에서는 “신종 코로나 사태로 ‘확찐자’들이 늘어난 탓”이라는 말이 나온다. 확찐자란 사회적 거리 두기 탓에 외부 활동이 줄면서 뜻하지 않게 살이 찐 사람들을 신종 코로나 ‘확진자’라는 표현에 걸어 비유한 신조어다. 지난 10월 한국건강증진개발원이 전국 만 20~65세 이하 성인 남녀 1031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해보니 응답자 중 12.5%가 “신종 코로나 사태 이후 체중이 늘었다”고 답했다. 이들이 다이어트를 하는 방법의 하나로 설탕이라도 뺀 ‘무설탕’ 음식을 찾으면서 이에 맞춰 저당 식품의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이다.
실제 판매량도 늘었다. 마켓컬리가 올해 1~5월 상품 판매량을 분석해 보니 무설탕 고추장, 무설탕 잼 등의 저당 식품군 판매량은 지난해 동기보다 35% 는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칠성음료의 경우, 올해 3분기 매출액 중 주스와 탄산 부문은 각각 14.2%와 0.8% 감소했지만, 무설탕 탄산수는 16.3% 증가했다.
그렇다고 아예 단맛 나는 먹을거리들이 확 줄어든 것은 아니다. 당도는 설탕의 70% 수준이지만 열량은 5%라는 ‘알룰로스’, 당도가 설탕의 200~300배지만 열량은 1%에 불과한 ‘스테비아’ 등 이른바 대체 감미료 제품이 있다. ‘확찐자’들이 단맛까지 포기할 이유는 없다는 얘기다. 설탕 뿌린 토마토 맛이 나도록 스테비아를 뿌려 키운 ‘단마토(단+토마토)’, 알룰로스로 단맛을 낸 아이스크림과 빵 등이 인기다. 위메프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무첨가 두유(846%), 무설탕 잼(26.44%), 무가당 요구르트(125.64%) 등에 이어 대체 감미료 알룰로스의 판매액도 전년 대비 89.2%나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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