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까지 인도에서 연수 특파원으로 근무했습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에 따르면 항상 높은 청년 실업률이 고민인 이 나라는 경제활동 인구의 31%가 긱 이코노미(gig economy·임시직 경제)를 주 수입원으로 삼고있습니다. 우버나 조마토(인도 음식 배달앱) 기사는 별다른 자격 없이 운전 면허만 있으면 가능하니까요.
올 봄 코로나 확산으로 전국이 록다운(봉쇄)에 들어가자 이 긱 워커(근로자)들이 피해를 직격으로 받았죠. “한국서 요리사로 일하고 싶다”며 제 번호를 받아갔던 우버 기사 쿠마르는 이미 지난 4월 일자리를 잃고 뉴델리에서 1000㎞ 떨어진 시골 고향 마을로 내려갔습니다. 지난 6월 “통신 요금 낼 돈도 없어 번호를 유지하지 못할 것 같다”는 왓츠앱 메시지를 받았는데 그 후론 연락이 끊겼습니다. 인도 휴대전화 요금은 한 달에 2000원 정도입니다.
반면 옆 나라 파키스탄의 소도시 샤흐코트에 사는 개발자 카심 바티는 지난 8월 프리랜서 플랫폼 업워크(Upwork)에 가입했습니다. 4개월간 데이터 분석 일감 22개를 받아 20만파키스탄루피(약 138만원)을 벌었다네요. 그는 자신의 유튜브 영상에서 “전 세계에서 일감을 받아 자유롭게 일할 수 있다”며 ‘팁'을 전수했습니다. 바티뿐 아니라 명석하기로 소문난 인도의 공대 출신 개발자들은 업워크에서 코딩, 데이터 분석 일감을 휩쓸고 있습니다.
폐허가 된 줄 알았던 긱 이코노미 안에서 이렇게 명암이 갈렸습니다. 우버 기사 같은 소위 ‘블루칼라' 직군은 일자리의 불안을 호소하고, 개발자·디자이너 등 ‘화이트칼라'는 대거 긱 이코노미 세계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세계경제포럼은 이를 ‘긱 혁명'이라 부르며 “5년 뒤 당신 회사의 최고운영 책임자(COO)는 6개월 임시직으로 원격근무를 하며 회사 이메일 조차 갖지 않을 것”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한 원격근무 보편화가 긱 이코노미의 새로운 장을 열 것이라는 거죠.
지금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도어대시·에어비앤비의 주가를 보면 시장은 긱 이코노미의 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일자리를 잃은 긱 워커의 주머니 사정, 이들과 ‘파트너’관계를 맺고 일하던 우버·리프트 등 기업의 실적은 주가와 괴리가 큽니다. 이 간극은 언제 메워질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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