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이승재 대표가 서울 서초구 사무실에 꾸며진 쇼룸 한가운데에 앉아 ‘+’ 모양의 버튼을 들어 보이고 있다. 이 버튼을 누르면 상품 및 구매 정보가 나온다. /이태경 기자

인테리어, 그중에서도 리모델링의 복잡함은 해본 사람만이 안다. 원하는 콘셉트를 찾기 위해 수백장 사진을 찾아보는 일도 까다로운데, 철거·전기·토목공사는 전문가를 찾는 것부터 막막하다. 인테리어 업체에 맡기자니 ‘바가지 쓰는 건 아닌지’ 걱정부터 든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는 이런 인테리어의 어려움을 쉽게 풀고자 하는 스타트업이다. 이 회사 이승재(33) 대표는 “누구나 자기 취향대로 꾸민 예쁜 집에 살고 싶은 꿈이 있다. 퇴근하고 집에 들어올 때마다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오늘의집은 국내 최대 온라인 인테리어 플랫폼이다. 자신이 꾸민 집 인테리어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이 올린 글을 보다가 마음에 드는 소품·가구가 있으면 터치 한번으로 바로 구매할 수도 있다. 인테리어 시공 의뢰도 가능하다. 최근 누적 거래액 1조원을 넘겼다. 버킷플레이스는 지난 23일 미 실리콘밸리 투자사 본드캐피털 등으로부터 총 7000만 달러(약 770억원) 규모의 후속 투자(시리즈C)를 유치했다. 기업 가치는 8000억원으로 평가받으며, ‘유니콘’(기업가지 1조원 이상 스타트업) 진입을 눈앞에 뒀다.

오늘의집 앱으로 본 콘텐츠. 사진 속 가구·소품 등 위에 + 버튼이 붙어 있다. + 버튼은 오늘의집 운영자가 붙이기도 하고, 콘텐츠 작성자가 바로 붙일 수도 있다. /버킷플레이스

◇콘텐츠로 시작한 게 ‘신의 한수’가 됐다

이 대표 스스로 까다로운 리모델링 과정을 겪은 게 창업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1년 서울대 화학생물공학과를 졸업한 뒤, 친환경 쓰레기통을 개발하는 ‘이큐브랩’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답답한 사무실에선 도무지 일하기 싫어서 ’1000만원만 주면 싹 고쳐보겠다'며 호기롭게 나섰는데, 전문가는 누굴 섭외할지 자재는 어떻게 구할지 너무 막막하더라고요. 누가 좀 도와줬으면 싶었는데, 이런 사람이 저만 있을 것 같진 않았어요.”

2013년 창업한 버킷플레이스는 그래서 인테리어 방법을 설명하고, 우수한 인테리어 사례를 찾아 공유하는 ‘콘텐츠’ 사업부터 시작했다. 많은 인테리어 잡지가 ‘미국·유럽의 멋진 집’을 소개할 때, 오늘의집은 원룸 꾸미기나 현관 중문 달기 등을 소개하며 반응을 모았다. 이 대표는 “해외의 멋진 집은 대게 저택·펜트하우스라서 한국 아파트에 적용하기엔 너무 멀었다”며 “한국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에 집중했다”고 했다.

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집’ 홈페이지에 올라온 '온라인 집들이' 콘텐츠 게시물. /버킷플레이스

창업 이듬해엔 사용자들이 직접 자기 집 사진을 찍어 올릴 수 있는 커뮤니티로 진화했다. 이 대표는 “‘온라인 집들이' 문화가 생겨났고, 버킷플레이스 혼자선 만들 수 없는 수많은 인테리어 콘텐츠가 쌓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늘의집엔 현재 800만개 이상의 인테리어 콘텐츠가 쌓여있고, 800만명 이상의 사용자가 이를 읽고 공유한다. 이 대표는 “사용자가 늘면서 오늘의집 플랫폼에 힘이 실렸다”며 “가구·소품 판매(2016년)나 인테리어 중개 서비스(2018년) 등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창업 당시 3명이었던 버킷플레이스 직원은 현재 200명 수준으로 늘었다. 인테리어 사업을 하던 직원, 잡지사에서 일했던 에디터 등이 합류하면서 창업 땐 부족했던 전문성이 채워졌다. 오늘의집엔 현재 한샘·이케아 같은 대기업들이 입점해 있다. 쿠팡 등의 이커머스 플랫폼과 경쟁한다.

◇”좋은 공간은 한 번 경험하면 못 돌아가요”

오늘의집은 올해 코로나 팬데믹 속에서 급성장했다. 올초 300억원 수준이던 월 거래액은 지난달 1000억원대로 3배 이상 늘었다. 재택근무가 번지고 주말에도 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들이 늘면서, 주거 공간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이 대표는 “코로나로 뜻밖의 기회가 생긴 건 사실이지만, 공간을 꾸미는 트렌드는 코로나 이전부터 빠르게 늘어왔다”고 했다. “2000년대 초중반 스타벅스 같은 카페 공간이 생겨나면서 음식점도 카페처럼, 내 집도 카페처럼 꾸미는 유행이 시작됐어요. 한번 좋은 공간을 경험하면 그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게 돼요.”


이승재 버킷플레이스 대표도 전셋집에 살면서 리모델링을 했다. 그는 “오늘의집 콘텐츠를 보면서 하나씩 따라 꾸며보고 있다”며 “내 취향대로 맞춰 살아보니 정말 좋다”고 했다. /이태경 기자

간단한 소품과 가구, 커튼 만으로도 집 분위기를 바꾸는 사례가 나오면서 요샌 전·월세, 원룸 등에서 인테리어 수요가 늘고 있다. 이 대표도 전셋집에 살면서 리모델링을 했다. 그는 “오늘의집 콘텐츠를 보면서 하나씩 따라 꾸며보고 있다”며 “내 취향대로 맞춰 살아보니 정말 좋다”고 했다.

이 대표는 이번 투자금을 바탕으로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조명만 바꾸거나, 화장실 타일만 고치는 사람도 많아요. 인테리어 수요는 아주 파편화돼 있는데, 오늘의집은 A부터 Z까지 모든 인테리어를 하는 플랫폼이 되고자 합니다.”

※'100억 클럽'은 최근 100억원 이상을 투자받은 스타트업의 이야기를 소개하는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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