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하고 있는 주택, 주식, 금과 같은 자산 가격이 상승하였다는 소식을 들을 때 기뻐하지 않을 사람은 없겠지요. 재산이 늘어났기 때문에 나중에 이것들을 팔면 더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고 그 돈으로 더 맛있는 음식, 더 좋은 옷, 더 편안한 여행을 하는 등 소비와 관련한 자유가 늘어나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자산 가격이 오름으로써 소비가 늘어나는 효과를 경제학에서는 ‘자산 가격의 부(富)의 효과(wealth effect)’라고 합니다.
요즘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올랐다고 합니다. 부의 효과만 본다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만큼 소비가 많이 늘어났어야 할 텐데,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주택 가격의 부의 효과는 다른 자산과는 좀 다른 측면이 있어서입니다. 다른 자산은 그 자산을 팔고 나면 그것이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경우가 많지만(주식을 팔고 주식 투자를 그만둬도 별문제는 없지요) 주택은 살아가기 위해서 어떤 형태건 계속 필요하다는 겁니다. 따라서 주택 가격의 부의 효과는 단순히 가격 상승 효과만 봐서는 안 되고, ‘앞으로 어디서 살아야 하지’와 같은 미래의 변수도 함께 작용합니다. 집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도 ‘살 집’은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도 영향을 받는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요소입니다.
주택 가격 상승에 따른 부의 효과는 그래서 여러 경우를 입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주택 가격 상승이 집 없는 사람의 소비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이 경우에는 주택 가격이 오르면 집을 사기 위해 저축해야 하는 돈이 더 늘어나야 하므로 부의 효과는 거꾸로 나타나게 됩니다(집값이 오르면 소비가 줄어듭니다). 또 집값 상승은 보통 전월세 가격도 올리게 되기 때문에 무주택자들의 소비는 더욱 위축되겠지요.
둘째는 자기 집이 있지만 향후 더 비싼 집으로 옮겨가길 원하는 경우입니다. 다행히 내 집 가격만 올라 목표로 하는 집과 가격 차이가 줄어들면 소비가 늘어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집’ 가격이 오른 만큼 미래에 사고자 하는 집의 가격도 오르면 금액 차이가 커지게 됩니다. 따라서 저축을 더 해야 하고 소비는 줄어듭니다.
셋째 경우는 향후 지금 있는 집을 팔고 좀 저렴한 집이나 전·월세로 옮기거나, 집이 여러 채인데 이중 값이 오르는 집이 있는 경우입니다. 이 경우엔 소비를 늘릴 수 있겠지요.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주택 가격의 부의 효과는 앞으로 내가 살 집의 가격이나 비용이 더 줄어들 때는 나타나지만, 집이 없어서 새로 사야 하거나 더 비싼 집으로 옮기려고 하면 반대로 나타난다.’
한국은행의 한 연구 자료는 이러한 분석을 주택 보유 여부 및 연령 계층별로 구분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무주택자와 주택이 있는 청년층은 부동산 가격이 오를 때 소비를 줄인다고 합니다. 반면 주택이 있는 중·장년층과 고령층은 향후 주택 관련 비용이 줄어든다고 예상하기 때문에 주택 가격 상승 시 소비를 늘리는 것으로 측정되었고요.
최근 몇 년간 집값이 큰 폭으로 올랐는데도 소비가 계속 부진한 것은 경기 부진과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주택 가격 상승 자체가 소비를 무조건 늘리는 요인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을 듯합니다. 이처럼 경제 현상은 상황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일 때가 많습니다. 특히 인구 구조, 이자율, 신기술 등 노동과 자본에 미치는 요인이 크게 변화할 때 더욱 그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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