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형태 기자

초(超)고사양의 최신 게임이 너무 하고 싶은데 배우자가 PC나 콘솔을 못 사게 한다고요? 최신 엑스박스를 몰래 산 뒤, 들키면 공기청정기라고 둘러댈 작정이었나요? 걱정 마세요. 이제 그렇고 그런 가격과 성능의 노트북이나 스마트폰만 있으면 어디서든 최신 게임을 할 수 있게 됐습니다. 바로 클라우드 덕분이죠.

제 친한 친구는 회사 업무를 마치고 직장 동료들과 함께 엔비디아의 ‘지포스나우’ 에 접속해 최신 게임 ‘어새신 크리드’를 즐깁니다(저는 PC로 이 게임하려고 30만원 주고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했습니다). 게임은 클라우드 안 고성능 컴퓨터에서 돌아가고, 노트북과 스마트폰에 이를 생중계하듯 스트리밍하는 방식입니다. 조작 및 입력도 실시간으로 가능합니다. 이런 클라우드 게임 시장에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엔비디아와 통신사가 일제히 뛰어들고 있습니다.

이번 취재 과정에서 만난 전문가들은 “이제 클라우드가 디지털 세상뿐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도 쓰이고 있다”고 했습니다. 무슨 말이냐고요? 예전에는 단순히 자료를 저장하는 데이터 센터를 대체하는 데 그쳤다면, 이제는 모든 산업의 토양 역할을 한다는 뜻입니다. 게임뿐 아니라 반도체 설계, 자율 주행, 항공, 생명공학 등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분야가 클라우드 위에서 꽃피고 있습니다.

한 클라우드 업체 대표는 “20년 전 ‘인터넷 혁명'이란 말이 나왔을 때, 지금 우리가 쓰는 서비스와 앱들을 상상이나 할 수 있었습니까?”라는 질문을 하더군요. 그래서 1999년 12월 29일 자 조선일보 경제면을 펼쳐봤습니다. 그해 IT 업계 1년을 돌아보는 기사를 보니, ‘전자상거래가 대세’ ‘이메일 붐' ‘초고속 인터넷’ 등만 화두였습니다. 그때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우버, 배달의 민족 등 모바일 인터넷 기반 서비스를 생각도 못한 것이죠. 지금이 그때와 비슷한 시기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클라우드 시대의 첫 10년이 마무리되고, 다음 10년으로 넘어가는 변곡점에 서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어떤 ‘구름' 위에 올라타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