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자체 개발한 컴퓨터용 CPU(중앙처리장치) M1은 '애플 실리콘' 전략의 첫 결과물이다. 인텔 CPU가 탑재됐던 종전 모델 대비, 속도는 3~6배 빠르면서도, 배터리 사용 시간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애플

애플이 자체 개발한 컴퓨터 CPU(중앙처리장치) ‘M1’ 칩을 탑재한 신형 맥북 에어와 프로(노트북), 맥미니(소형 데스크톱)가 지난 11일 출시됐다. 신형 모델은 종전 모델보다 성능은 3~6배 빨라졌고, 동시에 배터리 사용 시간은 2배 가까이 늘었다. 애플은 어떻게 갑자기 이런 ‘외계인’ 컴퓨터를 만들어 낸 걸까. 블룸버그가 낸 ‘애플 M1 칩의 의미’, JP모건·도이체방크 등의 분석을 종합해 3가지 포인트로 정리했다.

①고정관념을 깼다

애플의 M1 칩은 아이폰 12에 탑재됐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인 ‘A14’ 칩을 개량해 만든 것이다. 모바일용 AP는 통상 일반적인 CPU와 비교해 전력 소모는 적은 대신, 성능은 떨어진다고 알려져 왔다. 애플은 이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먼저 최첨단 5㎚(나노미터) 미세공정을 적용했다. 이론상 5㎚ 반도체는 7㎚ 반도체보다 성능은 10% 좋고, 전력 효율은 20% 높다. 애플은 여기에 ‘SoC’(시스템 온 칩) 제조 방식을 도입, CPU·GPU(그래픽 처리장치)·RAM(메모리) 등 각종 반도체를 하나의 기판 위에 모아놨다. 데이터를 한 군데서 한꺼번에 처리할 수 있어 속도가 빨라졌다. 또 M1 칩에 최적화된 신형 운영체제 ‘빅서’를 적용, 사용자의 체감속도를 대폭 개선했다. 일찌감치 제품을 구한 사람들은 ‘노트북을 여는 순간 일할 준비가 끝나있다’ ‘넷플릭스를 15시간 연속으로 볼 수 있다’는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신형 맥북 에어는 노트북을 열자마자 '대기 상태'가 완료돼 있을 정도로 속도가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디자인과 가격은 종전 모델과 같다. /애플

②애플 생태계가 더 넓어졌다

신형 맥북·맥미니는 애플이 지난 6월 세계개발자콘퍼런스(WWDC20)에서 발표한 ‘애플 실리콘’ 계획의 첫 결과물이다. 애플 실리콘은 애플이 제작하는 기계엔 애플이 제작한 반도체를 심는다는 계획이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을 통해 더 강력한 ‘애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 인텔 CPU가 탑재됐던 종전 맥북·맥미니에선 아이폰용으로 만들어진 애플 앱스토어 앱을 다운받아 쓸 수 없었다. M1 칩이 탑재된 신형 컴퓨터로는 가능하다. 블룸버그는 “진정한 애플 생태계 통합이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아이폰으로만 쓰던 애플 앱스토어 앱들을 이제는 맥북, 맥미니에서도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애플 생태계가 스마트폰, 태블릿PC를 넘어 컴퓨터로도 넓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애플

③인텔 제국이 몰락하고 있다

인텔은 고객사 애플을 잃으면서 연 매출의 2~4%에 달하는 20억달러(약 2조2260억원)의 손실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매출 손실보다 더 뼈아픈 건 지난 50년간 쌓아온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인텔의 반도체 개발 공정은 여전히 10㎚ 수준에 머물고 있다. 메모리 사업에선 낸드 분야를 SK하이닉스에 팔았고, CPU 사업에선 후발 업체인 AMD의 추격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애플은 지금까진 인텔의 개발 속도에 맞춰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앞으론 안 그럴 것”이라며 “인텔의 시장 지배력은 예전 같지 않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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