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롯데그룹은 상반기 공개 채용 신입사원 연수를 보름 동안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예년처럼 전 계열사 신입사원들이 경기도 오산 롯데인재개발원에 모여 2주일 동안 먹고 자는 대신, 각자 집에서 화상채팅프로그램 줌(Zoom)을 통해 교육을 듣게 했다. 10명가량이 한 조가 돼 프레젠테이션이나 동영상을 준비하는 건 같았다. 다만 그룹 활동의 주무대가 연수원이 아닌 카카오톡과 줌으로 바뀌었다. 롯데백화점 상반기 신입사원 박현서(25)씨는 “메신저와 화상 채팅에 익숙한 세대여서 협동 과제도 어려움 없이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코로나 팬데믹(대유행)은 기업들의 신입사원 연수를 완전히 바꿔놓았다. 신입사원 100여명이 연수원 강당에 모여 참여하던 개회식과 폐회식, 어색하면서도 추억이 되던 장기 자랑, 같은 조 동기들과의 술 한잔, 이 모든 게 올해는 사라졌다. 어쩔 수 없는 조치이지만 이 때문에 직원들끼리의 끈끈함이나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떨어질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일러스트=김영석

코로나, 공채 문화 유산 ‘집단 연수’ 삼키다

신입 사원 집단 연수는 한국적 행사다. 국내 기업 특유의 공채 문화에서 비롯했다. 수시 채용이 대세인 서구와 달리 일본식 대규모 공채 제도를 받아들인 한국에서 신입 교육은 곧 집단 연수를 뜻했다.

굳건하던 신입 연수 문화도 코로나 팬데믹은 피하지 못했다. LG·SK·롯데그룹은 전 계열사 신입사원을 대상으로 한 신입 교육을 올해 모두 비대면으로 바꿨다. 사내 강사가 화상 채팅 프로그램을 통해 실시간 스트리밍으로 강의를 하거나, 소규모 그룹 채팅과 화상회의로 그룹 활동을 하고 발표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상반기 신입 연수를 기존 3주일에서 2주일로 줄였고 온라인으로 실시했다.

‘영업 문화'가 강해 신입 연수 기간이 길고, 교육 강도가 높다고 알려진 금융권도 변했다. IBK기업은행은 지난해까지 충북 충주에 있는 연수원에서 두 달 동안 신입을 합숙시켰지만, 올해는 온라인 교육 4주와 영업점 교육 2주로 구성을 바꿨다. 많은 기업은 코로나 상황상 내년까진 신입 합숙 연수가 불가능하리라고 전망한다.

한 대기업 그룹사 인사 담당자의 말이다. “합숙 연수를 받고 출근한 신입사원이 코로나에 걸렸다고 생각해 보세요. 전 계열사 사옥을 일시 폐쇄하고 전 직원들이 재택근무를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뉴스마다 회사 이름이 도배가 되고 코로나의 원흉으로 거론되겠죠. 인사 담당자에게 그런 악몽이 또 없습니다.”

동기애·충성심, 모니터 넘기엔 역부족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연수를 하지만 기업들은 고민이 많다. 2020년 하반기에 채용한 신입을 내년 상반기에 어떻게 교육할지를 두고 고심하는 곳도 많다. 다수 기업 관계자는 “신입 사원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하면 비대면 교육에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기존 사원을 대상으로 한 재교육의 경우 이미 온라인 교육이 확산했음에도, 신입 교육은 유독 ‘집단 연수’를 고수해 왔던 이유가 있단 것이다.

핵심은 ‘회사에 대한 충성심’과 ‘동료애'다. LG그룹 한 계열사 관계자는 “비대면 신입 연수는 지식 전달엔 효율적이지만 동기·멘토와 깊은 친분을 쌓거나 회사 문화를 익히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며 “신입 연수는 결국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형성하는 게 핵심인데 이건 온라인 강의만으론 불가능하다”고 했다. 비슷한 집단 연수 문화를 가진 일본의 인사 전문가들도 신입 사원의 부적응 문제가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전문가를 인용해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사회 생활은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는 것을 이제 누가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혼란이 오고 있다”고 했다. 그간엔 집단 연수가 학생에서 사회인이 되는 과도기에 ‘완충 작용’을 해줬지만, 코로나로 이 같은 완충제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모여야 충성심? 꼭 그렇진 않아요”

백기복 국민대 경영학과 교수는 기업 측의 우려를 어느 정도 인정하면서도 “밀레니얼 세대를 기성세대 기준으로 평가하고 우려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자”고 조언했다. 과거와 같은 단체 활동이 회사에 대한 충성심이나 동료 간의 우정을 만들어주던 시대가 지났다는 취지다. 그는 “밀레니얼 세대의 신입사원들은 이미 온라인 교류가 집단 생활보다 더 익숙하다”라며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키워주겠다며 강제하는 활동이 도리어 반발심만 불러올 수 있다”고 했다.

지난 상반기 대기업 계열사 입사에 성공한 한 20대 A씨의 얘기다. “저희 세대는 집단 생활이 워낙 어색해서 합숙이나 장기자랑, 등산 같은 활동을 하면 오히려 당황할 것 같아요. 코로나라는 큰 사태에 빨리 적응해서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회사의 능력에 더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다 같이 모여만 있다고 회사를 더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비대면 신입 연수의 장점은 또 있다. 비용 절감과 효율성이다. 수백명이 훌쩍 넘는 신입 사원을 어딘가에 모아서 집단 연수를 시키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게 드는데, 온라인으로 하니 비용 하나는 확실히 절감되더란 것이다. 강사와 멘토 수십명이 연수원을 오가는 시간과 비용 또한 획기적으로 줄었다.

교육을 받는 신입사원들의 집중력이나 참여도도 경우에 따라선 비대면이 낫단 의견이 나온다. 롯데그룹 인사 관계자는 “신입사원들이 온라인 소통에 익숙한 밀레니얼 세대이다 보니 수업 중간 중간에 채팅으로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멘토와 동기들과도 소통해 놀랐다”고 했다. 백기복 교수는 “삼성 인사 담당자에게 ‘원래라면 주변 눈치 때문에 강의가 끝나도 한두명 질문을 할까 말까인데, 온라인 수업에선 그때 그때 궁금한 걸 채팅으로 물어보는 사원이 많아 놀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코로나가 끝나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연수가 병행되는 체제로 가게될 가능성이 크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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