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알못(투자를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돈을 벌고 싶다면? 캄캄한 길이라도 고수(高手)의 발자취를 따르다 보면 한 줄기 빛을 찾을 수 있다. Mint는 주요 글로벌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전문 투자자 등 ‘큰손’ 20곳의 올해 3분기 포트폴리오를 분석했다. 투자 베테랑들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13F(Form 13)’ 보고서를 바탕으로 이들이 매수·매도한 주요 자산을 뜯어봤다. 같은 종목을 사거나 파는 등 투자 흐름이 엇갈리기도 했지만, 일부에선 뚜렷한 공통점도 발견됐다. 개미(개인 투자자)들이 꼭 알아야 할 큰손들의 3분기 투자 트렌드 4개를 Mint가 추렸다. ①ESG(환경·사회·지배구조) ②단기 회사채 ③스팩(기업 인수 목적회사) ④NIO(중국 전기차 회사) 등이다.
◇①ESG(환경·사회·지배구조)
최근 월가에서 가장 주목받는 지표는 ‘ESG’다. 3분기엔 이를 투자 기준으로 삼은 큰손들이 확실히 많았다. ESG는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의 약자다. 매출·영업이익 같은 재무 정보 외에 친환경 사업 여부나 임직원 처우, 기업 운영의 투명성 등 비(非)재무적 정보를 비중 있는 투자 지표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ESG 투자의 기폭제는 7조달러(약 7800조원)가 넘는 돈을 굴리는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래리 핑크 회장이다. 그는 지난 1월 연례 서한에서 “앞으로 지속 가능성을 투자 결정의 핵심 지표로 삼겠다”며 “석탄 개발업체나 화석 연료 생산 기업 등엔 투자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ESG 우선주의’를 천명한 셈이다.
다른 큰손들도 ESG ‘붐’에 동참했다. 지난 3분기 ESG 투자에 가장 적극적인 투자자는 헤지펀드 투시그마였다. 투시그마는 지난 8월 홈페이지를 통해 “직원들의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기업들을 선별해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투자금 1억 달러를 북미 지역 중견기업에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블룸버그는 “자동화가 노동자들의 미래 일자리를 위협하는 상황에서, 투시그마가 사회적 불안 등을 해소하기 위한 투자 방향을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투시그마는 킨더모건(1020만주), 슐럼버거(523만주)같이 기후변화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에너지 개발 기업들의 주식도 대거 매수했다.
헤지펀드 시타델도 ESG를 지표로 삼은 기업 주식을 대량 매입했다. 나이소스(710만주)가 대표적이다. 전기·천연가스 서비스 업체인 이곳은 수년간의 지속 가능한 사업 실적을 인정받아 최근 ’2020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JSI)’에 편입됐다. 조 바이든의 미국 대통령 당선으로 향후 ESG 투자는 더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미국 경제 전문 주간지 배런스는 “바이든 정권이 친환경 분야 확대를 약속함에 따라 임기 내 ESG 영역도 진화할 가능성이 크다”며 “각 기업의 ESG 지표도 정교하게 개선될 것”이라고 전했다.
◇②단기 회사채
회사채 매입에 공을 들인 큰손도 적지 않았다. 블랙록은 지난 3분기, 만기가 짧은 회사채 관련 ETF(상장지수펀드)를 많이 매수했다. 아이셰어즈 iBoxx 투자등급, 뱅가드 단기 회사채, 뱅가드 중기 회사채 ETF가 투자 비율을 가장 많이 늘린 종목 1~3위였다. 켄 피셔가 이끄는 피셔인베스트먼트도 뱅가드 중기 회사채 ETF(375만주), 아이셰어즈 브로드 달러 하이일드(고수익·고위험) 채권 ETF(210만주)를 샀다.
회사채 매수에 불을 지핀 건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다. 연준은 지난 3월 뉴욕 증시가 폭락하자 개별 회사채를 비롯해 회사채 ETF 매입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연준이 코로나 경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사상 처음 회사채 매입에 나선 것이다. 특히 블랙록은 연준의 회사채 매입 프로그램을 관리하는 도우미 역할을 하며, 원래도 많았던 채권 투자 비율을 더 확대했다.
백찬규 한국투자증권 자산전략부장은 “미 대선으로 3분기 변동성이 커지면서, 상황이 바뀌었을 때 순발력 있게 현금화해 바로 투입하기 용이한 단기 회사채(만기가 1년 이하로 남은 회사채)가 매력적 투자처였을 것”이라고 했다. 대선 결과와 관계없이 내년 미국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펼 것이란 예상도 만기가 짧게 남은 회사채 투자에 영향을 미쳤다. 유승민 삼성증권 글로벌 투자전략팀장은 “경기 회복으로 금리가 올라가면 채권 가격이 떨어질 수 있기에 중장기보단 단기 회사채에 자금이 몰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부동산에 베팅한 투자자도 여럿 있었다.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와 하워드 막스가 이끄는 오크트리캐피털은 통신 설비 관련 리츠(REITs·부동산투자신탁회사) ‘유니티’ 지분을 각각 2048만주, 447만주 늘렸다. 코로나 확산 초기 리츠 시장이 타격을 받았지만,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점차 커지면서 인프라(기반 시설)나 창고, 데이터센터 등을 중심으로 한 리츠가 다시 주목받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헤지펀드 D.E 쇼는 전통적 안전 자산인 금을 택했다. 아이셰어즈 골드 트러스트 ETF 1204만주를 사들였다.
◇③스팩(기업 인수 목적회사)
지난 3분기 월가엔 스팩(SPAC) ‘붐’이 일었다. ‘기업 인수 목적 회사(Special Purpose Acquisition Company)’의 약자인 스팩은 이른바 ‘백지수표 회사’로 불린다. 특정 투자자가 목적만 명시한 ‘껍데기 회사(스팩)’를 먼저 증시에 올려 일반 투자자들로부터 자금을 모은 후 가치 있는 기업을 인수 합병하는 방식이다. 회사 가치를 끌어올려 상장하는 전통적 기업공개(IPO)와 차별화된다. 이들 ‘백지수표 회사'는 증시에 상장돼 있어 일반인도 투자가 가능하다.
억만장자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빌 애크먼 퍼싱스퀘어캐피털 회장은 스팩 투자에 ‘기름’을 부었다. 그는 지난 7월, 단독 스팩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인 40억달러(약 4조4500억원)를 공모해 ‘퍼싱스퀘어 톤틴’을 상장했다. 애크먼 회장은 이 돈으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 10억달러 이상 스타트업)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포브스는 11월 중순 현재까지 올해 스팩 공모 규모가 80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시장 큰손들도 이런 흐름에 발맞춰 스팩에 막대한 돈을 댔다. 컨설팅 업체 프라이스워터쿠퍼스(PwC)는 최근 보고서에서 “시장에 풀린 돈이 그 어느 때보다 풍부하고, 각 분야 전문가 참여가 늘면서 불확실성이 해소된 점이 스팩 투자가 늘어난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헤지펀드 바우포스트는 애크먼의 스팩 ‘퍼싱스퀘어 톤틴’ 1750만주를 사들였다. ‘머니볼’로 잘 알려진 빌리 빈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사장이 참여한 스팩 ‘레드볼(스포츠 구단 인수 추진)’에도 투자했다.
이스라엘 잉글랜더 최고경영자(CEO)가 이끄는 헤지펀드 밀레니엄 매니지먼트의 3분기 상위 10개 투자 종목 중 7개가 스팩이었다. 핀테크 기업 인수를 노리는 스팩 ‘폴리 트랜시멘’ 주식만 1050만주를 매수했다. 헤지펀드 데이비슨 켐프너는 활발하게 스팩을 사고팔았다. 각 200만주 이상 사들인 스팩이 4개였지만, 반대로 200만주 이상 매도한 스팩도 4개였다. IPO 전문 투자사인 르네상스캐피털은 “올해 스팩 투자의 절대적 크기가 폭증했다면, 앞으로는 분별적으로 스팩을 평가하는 투자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④NIO(중국 전기차 회사)
큰손들이 지난 3분기 가장 많은 관심을 보인 주식 가운데 하나가 니오(NIO)다. 니오는 ‘중국의 테슬라’로 불리는 전기차 업체다. 2014년 설립된 이 기업은 텐센트·바이두 등 중국 거대 테크 기업의 투자를 받아 몸집을 불렸는데, 특히 올해 들어 가파른 성장세를 나타내는 중이다. 블랙록(1064만주)과 뱅가드(545만주), 스테이트스트리트글로벌어드바이저(SSGA·432만주) 등 세계 3대 자산운용사는 지난 3분기 일제히 니오 주식 보유분을 늘렸다. 수학자 출신인 제임스 사이먼스가 이끄는 헤지펀드 르네상스 테크놀로지(464만주), 테슬라 주식으로 ‘대박’을 쳤던 영국 자산운용사 베일리 기퍼드(757만주) 등도 중국 전기차 기업에 큰돈을 투입했다.
큰손들의 돈이 몰리면서 지난 6월까지 7달러 내외였던 니오 주가는 9월엔 21달러, 11월 20일 현재 49달러를 넘어섰다. 불과 5개월 사이 일곱 배 이상으로 상승한 것이다. 니오가 인기 있는 이유가 뭘까.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 매크로 팀장은 “세계 시장을 공략한 테슬라와 달리 니오는 아직까진 중국 내수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며 “앞으로 성장세를 감안했을 때 니오 주가는 계속 강세를 나타낼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말 열린 중국 공산당 ‘5중 전회’에선 향후 친환경 차 육성 계획이 공개됐다. 2035년까지 전기·수소 등 친환경 차를 매해 2000만대 이상 판매한다는 목표인데, 니오는 대표적 수혜주(株)로 꼽히며 발표 전후 주가가 50% 이상 급등했다. 테슬라와 달리, 니오가 일부 모델에서 교체형 배터리를 사용한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힌다. 배터리가 방전되면 교환소(스테이션)에 들러 이미 완충된 배터리로 갈아 끼워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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