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이후 인터뷰 섭외 목표 대상 중 하나가 영화 ‘빅쇼트’의 실제 주인공들이었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때 큰 수익을 올렸던 투자의 대가들이 혼돈에 빠진 세상에서 어떤 생각을 갖고 돈을 굴리고 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거절 메일 받는 게(혹은 하염없이 답장을 기다리는 게) 일상이지만, 문득 거절한 이유가 궁금해 한 번 더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예상 외의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투자 전략이 예상을 빗나가 딱히 해줄 말이 없다.”
올해 전 세계 주식 시장이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많은 투자 전문가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테슬라 같은 테크 기업을 매수하지 않았다면,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초라해 보일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입니다. 한국에서도 가치주 펀드는 대부분 수익률이 마이너스라, ‘가치’, ‘밸류’ 글자만 봐도 신경질이 난다는 사람들도 부쩍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가치 투자는 정말 죽었는가’라는 질문엔, 수십 년간 산전수전을 겪어온 투자 베테랑들 모두 ‘그렇지는 않다'고 강조합니다. 특히 테드 애런슨 AJO파트너스 대표의 대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모두가 그의 은퇴를 가치 투자 종말의 신호탄처럼 여기고 있는데도, 그는 당당하게 “나의 은퇴가 가치 투자의 종말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지금도 주식시장엔 많은 저평가 기업이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저평가된 좋은 기업의 주식을 비교적 낮은 가격에 사겠다는 것은 상식적인 생각이 종말을 맞이했다고는 보기 어려워 보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좋은 기업’을 고르는 기준이 정말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것 하나만큼은 분명해 보입니다. 버핏 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을 다음 세대의 가치 투자가는 이름을 날리려면 무언가 필살기가 하나쯤은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주가수익비율(PER), 주가순자산비율(PBR) 같은 간단한 재무 지표는 클릭 두 번만 하면 누구나 너무나 쉽게 알 수 있는 세상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