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사태 초기 마스크 품귀 현상과 달리, 이젠 마스크 공급이 크게 늘어나며 '공급 과잉'이 우려되고 있다. 지난 2월과 비교해 현재 마스크 생산 업체는 5배 늘었다. /연합뉴스

미국 화이자사 등의 코로나 백신 개발 소식은 답답한 마스크를 언젠간 벗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감을 줍니다. 하지만 마스크 생산업체엔 이 소식이 무조건 기쁘지만은 않을지 모르겠습니다.

한국의 마스크 생산량(한 주 기준)은 코로나 발생 초기인 2월 초엔 약 7000만장이었는데 이후 계속 늘어나 8월 4주에는 2억7000만장까지 증가했습니다. 그러다 점차 줄어 최근엔 최고치 대비 1억장이 줄어든 1억7000만장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생산량 감소에도 불구하고 마스크 가격(KF 94 기준)은 계속 하락 중입니다. 코로나 발생 초기엔 한 장에 4000원을 넘게 주어도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지요. 그래서 공적마스크 제도 도입으로 이를 한 장에 1500원으로 억제했습니다. 이젠 발품을 좀 더 팔면 600원대에서도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가격이 자꾸 하락한다는 것은 마스크가 ‘공급 초과’ 상태임을 의미합니다. 그래서인지 그동안 크게 늘었던 마스크 생산업체(올해 2월 137개에서 11월 734개로 5배 이상 증가) 중 상당수가 도산·폐업의 위기에 처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마스크의 경제학

공급 과잉은 자유 시장 경제에서 종종 발생하는 현상입니다. 고추·마늘 등과 같은 일부 농산물이 대표적입니다. 한 해 작황이 좋지 않아 가격이 오르면 그다음엔 너무 많은 이들이 이 작물을 기르는 바람에 가격이 폭락하는 일을 때때로 봅니다.

특정 기업이 한 물건의 생산을 독점하거나 정부가 생산을 통제한다면 과잉 생산이 일어나기 어렵고, 과잉 생산이 일어나더라도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독점은 변하는 시장 환경에 대응이 늦고 가격도 적정 수준보다 높게 형성되기 쉽지요. 그래서 다부분의 국가가 자유 시장 경제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자유 시장 경제의 단점은 마스크나 일부 농산물처럼 경쟁의 과열이 발생하기 쉽고, 생산자가 시장 전체를 조망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생산자는 경쟁 시장에서 경쟁자보다 이윤을 조금이라도 더 남길 수 있다고 여겨지면 시장 전체의 상황을 따지기보다는 경쟁 상대와의 대결 구도만을 기준으로 삼아 경제 행위를 결정합니다. 이런 경우 부분적(생산자 자신)으로 최선을 추구하더라도 사회 전체로 보면 안 좋은 결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이를 논리학에서는 ‘구성의 오류’라고 합니다. 부분적·개별적으로 성립하는 논리가 전체적으로도 통용될 것이라고 믿는 데서 나타나는 오류입니다.

경제학에서 가장 잘 알려진 구성의 오류 사례는 존 메이너드 케인스가 이야기한 ‘저축의 역설’입니다. 개인이 당장 소비를 줄이고 저축을 늘리는 일은 미래의 더 큰 소비에 대비하는 것이어서 합리적인 행동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현재의 소비를 미루면 어떻게 될까요. 총수요가 감소하고 이로 인해 생산도 줄어들면서 전반적인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임금도 줄고 개인의 저축도 줄게 되어 결국은 미래 소비도 줄어드는 일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제 현상에선 이처럼 미시와 거시적 측면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 구성의 오류 현상이 나타나곤 합니다. 이로 인한 부작용이 너무 심해지면 정부의 개입이 요구되지만 항상 성공하기가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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